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다발성경화증 (Multiple Sclerosis)은 자가면역질환으로, 면역세포가 자신의 중추신경계 Myelin을 항원으로 인식하고 공격하는 질환입니다. 주로 20~30대의 젊은 연령대에서 발병하여 평생 지속되는 만성질환으로 운동 능력, 감각, 시각 장애 뿐 아니라 인지 기능 저하 등의 증상도 동반됩니다. 현재까지 정확한 발병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유전적 요인 (HLA type, mutation 등)과 환경적 요인 (EBV 감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발성 경화증이 자가면역질환이라는 점에서 기존에 많은 연구자들과 의료진들이 T cell에 초점을 맞추어 치료제 개발 연구를 진행해 왔지만, 2017년 NEJM 에 B cell lymphoma 치료제로 사용되던 Ocrelizumab (anti-CD20 antibody) 이 B cell 제거를 통해 다발성 경화증 진행을 멈추는데 아주 효과적이라는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이후 여러 대형 병원에서 Ocrelizumab의 독보적인 치료 효과를 검증했지만, 정확한 치료 기전을 알지 못했습니다. 이에 따라, Ocrelizumab을 개발한 다국적 제약회사 Roche / Genentech은 저희 연구실과 함께 Ocrelizumab이 다발성 경화증에 효과적인 이유와 치료 기전을 규명하고자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저희는 치료 전후에 각각 다발성 경화증 환자의 혈액과 뇌척수액을 수집하였고 single-cell RNA sequencing과 Flow cytometry를 이용해 다발성 경화증 환자에서 B cell 제거가 어떤 면역학적 변화를 가져오는지 살펴 보았습니다. 당초 연구를 시작할 때는 B cell 제거가 T cell 의 subset에 주요한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하고 연구를 시작했지만, 생각 외로 myeloid 계열의 면역세포에서 큰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특히, TNF를 주요하게 발현하는 CD16+ monocytes가 증가하고 TNF-NFkB 신호전달 경로가 활성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결과는 기존 예측과는 상반된 것으로, 류마티스 관절염과 같은 다른 자가면역질환에서는 anti-TNF antibody가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널리 사용되기 때문에, 다발성 경화증에서도 B cell 제거가 효과적이라면 TNF가 감소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임상의들 사이에서는 anti-TNF antibody가 다발성 경화증에서는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레포트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는데, 저희 연구에서 다발성 경화증에 가장 효과가 좋은 치료제인 Ocrelizumab이 오히려 TNF 발현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규명함으로써, 임상적 관찰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B cell 제거 후 증가한 TNF가 Regulatory T cell (Treg)의 분화와 기능 강화를 촉진하여 치료 효과를 가진다는 점을 처음으로 밝혀내며, 자가면역질환이 항상 동일한 발병 및 치료 기전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을 제시하였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속한 예일대학교 (Yale University)는 전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면역학 연구기관 중 하나입니다. 현대 면역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Charles Janeway 교수님이 미국 최초로 면역생물학과 (Department of Immunobiology)를 예일대학교에 설립하면서 미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면역학 교육 및 연구기관이자, 전세계 면역학 연구를 선도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현재도 제 지도교수님이신 David Hafler 교수님을 비롯하여, Richard Flavell, David Schatz, Ruslan Medzhitov, Akiko Iwasaki 등 세계적인 면역학 대가들이 활발히 협력하며, 전세계 면역학 연구의 최전선에서 혁신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 환경 덕분에 첨단 기술을 빠르게 도입하고, 우수한 연구 시설을 활용할 수 있어, 연구를 수행하기에 매우 최적화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예일대학교는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 코네티컷주의 New Haven이라는 작은 도시에 위치해 있지만,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아름다운 캠퍼스를 자랑합니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방문해 보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많은 과학자들과 연구자들이 같은 것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물질적인 보상은 크지 않지만, 우리의 작은 발견들이 모여 과학을 한층 더 발전시키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데 이바지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보람을 가지고 있기에 함께 고생하는 선후배 및 동료 과학자들을 항상 응원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고려해야 할 많은 요소가 있겠지만, 자신의 연구 주제에 대한 흥미와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구는 호흡을 길게 가지고 오랜 시간 꾸준한 노력해야 비로소 결실을 맺을 수 있습니다. 또, 이전에 해왔던 공부와 전혀 다르게 스스로 탐구하고 발전해 나가는 과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어떤 연구 주제에 가장 흥미를 느끼는지 깊이 고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랬지만, 특별히 뛰어난 사람이 아니더라도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반드시 빛을 보는 순간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학위과정부터 현재까지 기초과학과 임상의학을 연결하는 중개의학 연구를 해왔습니다. 특히, 면역학을 기반으로 한 자가면역질환과 암을 연구하는 기초의학 연구를 진행해왔는데, 앞으로도 계속해서 면역매개질환을 치료하고 기초의학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우선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도록 오랜 시간동안 가장 큰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신 부모님과 동생 석현이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가족들의 믿음과 응원 덕분에 수많은 어려움을 마주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또한, 본 연구를 진행하는데 가장 큰 도움을 주신 David Hafler 교수님과 학위과정부터 지금까지도 아낌없는 도움을 주시며, 연구에 대한 열정을 끊임없이 일깨워 주시는 조미라 교수님, 학위과정을 지도해 주신 노상호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외에도 많은 교수님들과 선배연구자분들께서 가르쳐 주신 것들이 제가 연구자로서 성장하는 데 큰 기반이 되었습니다. 아울러, 힘든 상황에서도 항상 서로 도와주고 응원해줬던 가톨릭대 의대 류마티스센터와 서울대 치대 선후배 분들과, 이 인터뷰를 볼지 모르겠지만 이번 연구를 위해 함께 고생한 예일대 Jessica 와 Pierre-paul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옆에서 늘 아낌없는 사랑과 응원으로 저를 믿어주고 힘이 되어주는 진서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다발성 경화증 (Multiple Sclerosis)
# B 세포 고갈 (B cell depletion)
# 자가면역질환 (Autoimmune dis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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