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Duke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현 The Rockefeller University & 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초파리(Drosophila melanogaster)의 배아(embryo)는 오래전부터 발생학의 핵심이 되는 중요한 모델로 쓰여왔습니다. 초파리 발생의 배아 단계에서의 알려진 가장 큰 특징은 주로 표면(cortex)에서 2차원적으로 일어난다(=epithelial)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본 bicoid나 even-skipped 같은 transcription factor의 immunofluorescence 이미지들은 전부 배아의 표면을 찍은 것이죠. 이후에 일어나는 germ-band extension이나 gastrulation과 같은 중요한 morphogenetic process들 또한 전부 표면의 세포들이 제각기 다른 형태로 재배열되면서 일어나게 됩니다.
하지만 초파리의 세포들이 처음부터 배아 표면에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은 최초의 핵(nucleus)들은 배아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죠. 초파리 배아는 발생 첫 2시간정도는 여러 개의 핵이 하나의 세포질(cytoplasm)을 공유하는 syncytium입니다. 13번의 빠른 핵분열 끝에 14번째 세포 주기가 되면 그제서야 표면에 있는 핵들이 세포막을 형성하면서 세포화(cellularization)가 일어나는데요, 세포화에 참여하는 핵의 개수는 대략 6000개 정도로, 원래 있어야 하는 총 핵의 개수인 2^13=8192개에 비하면 약 70%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숫자입니다. 이는 당연하게도 모든 핵들이 표면에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인데요, syncytium 상태에서 핵들이 표면에 도달하는 과정을 cortical migration이라고 합니다 (그림 a 참조). 사실 그동안 이 cortical migration 현상에 대해서 연구한 논문 개수가 한 손으로 다 셀 수 있을 정도로 적습니다. 아무래도 핵들이 표면에 도달하고 나면 현미경으로 관찰도 쉽고 연구할거리가 많지만 그 이전단계는 배아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핵을 관찰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어서 그랬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형광 리포터 초파리의 배아를 light sheet microscope을 이용해서 빠른 속도로 이미징을 한 뒤, 컴퓨터 분석을 통해 cortical migration 단계에서 핵들이 배아 깊숙한 곳 내부에서 분열하면서 움직이는 과정을 3차원에서 재구성했습니다. 이를 통해 처음 발견한 사실은 ‘cortical migration’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과 다르게, 실제로는 핵들이 분열하는 과정에서 자리가 부족해지니 그들이 차지하고 있는 구역이 점점 확장하면서 배아의 표면까지 도달하는 과정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림 b 참조). 다소 액티브하게 직접 어딘가를 찾아서 움직이는 느낌보단 자리가 없으니 자연스레 바깥으로 밀려나면서 팽창하는 느낌이죠. (저는 반 농담삼아 cortical migration을 이제는 nuclear shell expansion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우리가 필드 사람들을 설득해야 한다 이야기했지만 이 현상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없으니 딱히 설득할 사람들 또한 없더라구요.)
또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핵분열 직전 mitotic spindle의 정렬 방향에 따라서 분열하는 핵의 이동경로가 정해지고, 이것이 궁극적으로 다음 세포 주기 때 몇 개의 핵이 가장 바깥쪽에 도달하는지를 결정짓는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핵분열의 방향이 표면과 비교해서 평행하게 일어날 때는, 딸핵 둘 다 표면에 도달하지만, 수직으로 분열할 땐 두개의 딸핵 중 한개만 표면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그림 c 참조).
이런 현상으로 결국 왜 70% 정도의 핵만이 표면에 도달하는지를 완벽하게 설명 가능합니다. 물리적 현상을 설명하는 것까진 제 힘으로 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면 어떤 spindle은 왜 수직으로 배열되는 것일까? 하는 의문점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 데이터를 가지고 공동연구를 할 사람을 찾기 시작했고, 이론물리학자인 다른 공동1저자 친구가 저의 데이터를 통해서, spindle의 방향을 결정짓는 것은 topology 즉, 각각의 핵이 다른 핵들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어떻게 위치해 있는가에 따라서 정해진다는 깔끔한 이론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 연구는 제가 Duke University에서 대학원생일 때 Stefano Di Talia 지도교수님 연구실에서 시작했고, Kavli Institute for Theoretical Physics (KITP)라는 University of California-Santa Barbara (UCSB)에 있는 물리학 연구소에 총 9달 정도 펠로우로 방문하여 UCSB에 있는 연구실에서도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아무래도 박사 지도교수님이 물리학자시고 발생학과 물리학의 경계 어딘가에 걸쳐있는 연구를 계속 진행하다보니 학위과정 중에 물리학자들과 교류할 일이 많았는데, 생물물리학 뿐만 아니라 저에겐 완전 생소한 물리학 분야를 연구하는 연구자들과도 만나서 어울릴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듀크 대학교는 사실 제가 학부를 나온 곳인데, 광활한 캠퍼스에 아름다운 고딕 양식 건물이 많은 낭만적인 학교입니다. 아무래도 미국에서는 자대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것이 흔하지도 않고 대부분의 교수님들이 권장하지 않으시다보니 박사까지 남아서 할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박사과정 인터뷰를 6군데정도 미국 전역을 돌아다녀보니, 기초 연구가 생각보다 엄청 강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에 들었고, 낮은 물가에도 불구하고 생활비를 다른 대도시 학교들과 비슷하게 주는 것이 대학원생으로 여유롭게 지내기에 매력적인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시의 화려한 night life를 즐기고 싶다면 그렇게 매력적인 선택지는 아닐 수 있겠지만 그런 삶을 원했다면 아마도 대학원이 아니라 다른 진로를 택했겠죠.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개인적으로는 저와 제 지도교수님은 저희의 연구가 언젠가 발생학 교과서에 실릴 수 있을 정도의 근본적인 연구가 아닐까 하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초파리는 워낙 오래 전부터 발생 연구를 해왔으니 많은 것이 이미 다 밝혀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수정 직후의 이른 발생 과정은 되어 있는 연구가 거의 없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사실 박사 첫 번째 프로젝트 때는 연구에 대한 확신이 많이 없었는데, 이 연구를 진행하면서 과학에 대한 애정도 되찾고 제가 앞으로 어떤 연구자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서 좀 더 명확해진 것 같아서 저에겐 정말 은인과도 같은 프로젝트였다고 할 수 있겠네요.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발생학의 동향이 기술 발전에 따라 빠르게 바뀌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다른 분야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을 해서 다양한 관점의 분석을 제공하는 연구들이 좀더 좋은 저널에 출판할 기회가 많다고 느껴집니다. 특히나 물리학자들이 발생 연구를 하고 싶어서 넘어오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이런 분들과 잘 소통하고 공동연구를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어느정도는 소통 가능한 물리학 지식이나 데이터 수치화를 위한 프로그래밍 스킬셋 정도는 장착해두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지금은 뉴욕에서 이론 물리학자이신 Eric Siggia 교수님(Rockefeller University)과 발생학자이신 Kat Hadjantonakis 교수님 (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 사이에서 두 기관 사이의 공동 포스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쥐의 이른 발생 연구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학계에서 꿈을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학위 과정 동안 지도교수님의 무한한 서포트가 있었습니다. 저에게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부족한 자신감을 채워 주시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 주셨습니다. 그 때의 경험이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어서 포스닥을 와서는 정신적으로 어려움이 상대적으로 덜한 것 같습니다. 지도교수-대학원생 관계가 항상 쉬운 것은 아니겠지만 언젠가 저도 교수가 될 수 있다면 저희 교수님을 롤 모델로 삼아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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