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척추동물의 발생 과정에서는 외배엽, 중배엽, 내배엽의 세 개 배엽층이 정교하게 시기에 맞춰 형성되며, 이는 개체의 조직과 기관 형성의 기초가 됩니다. 종양 억제 유전자 Nf2는 마우스 발생 과정에서 모든 배엽층에서 발현되며, 해당 유전자의 상동성 결실은 배아 치사를 유발합니다. NF2 이형접합 돌연변이를 가진 사람들은 주로 전정 신경초종(vestibular schwannoma)과 같은 슈반 세포 (Schwann cell) 종양을 발병하지만, 인간 배아 발생과정에서 NF2가 수행하는 구체적인 역할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hiPSCs)를 활용하여 NF2가 인간 내배엽 (endoderm)의 분화 및 형성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하였습니다. NF2 이형접합 돌연변이를 가진 hiPSCs에서는 정상적인 내배엽 분화가 이루어졌으나, NF2를 완전히 결실(NF2−/−) 시킨 경우 내배엽 형성 능력이 소실되었습니다. 이는 내배엽 관련 유전자 및 단백질의 발현이 사라졌으며, 생체 내에서 기형종(teratoma)을 형성하지 못하는 현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러한 결함은 Hippo 신호전달 경로를 통해 계통 운명을 조절하는 전사 보조인자 Yes-associated protein 1 (YAP1)의 핵 내 전위(nuclear translocation)에 의해 유도되었으며, 이는 Activin/Nodal 신호전달의 YAP1-매개 억제로 이어졌습니다. 반대로 NF2−/− 세포에서 YAP1 발현을 억제(knockdown)하거나 NF2를 강제로 재 발현시키면 내배엽 형성이 회복됨을 확인하였습니다.
본 연구를 통해 NF2 유전자가 인간 배아 발생 과정에서 YAP1의 조절자로 작용하며, 내배엽 형성에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함을 새롭게 규명하였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스탠포드 대학교 의과대학 소속 Konstantina Stankovic 교수님의 지도하에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난청의 진단, 예후 예측 및 치료법 개선을 목표로 하는 분자 신경이과 연구실입니다. 연구실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아래 웹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med.stanford.edu/stankovic-lab.html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MIT의 바이러스학 권위자인 Lee Gehrke 교수님 연구실과 협력하여 거대세포바이러스 (Cytomegalovirus)가 선천성 난청을 유발하는 메커니즘을 연구하던 중, 전 세계는 갑작스러운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멈춰 섰습니다. 실험실의 모든 세포와 동물들은 폐기되고, 연구실은 셧다운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세상이 그렇게 공포에 떨고 있는 사이, 코로나19 감염 이후 어지럼증, 난청, 이명 등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점점 증가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Lee Gehrke 교수님 연구팀과 함께 코로나 19와 난청 간의 연관성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최소한의 필수 인력만 실험실 출입이 허용되었고,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재택근무를 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홀로 연구실에 남아 유도 만능줄기세포 (hiPSCs)를 이용해 내이의 다양한 세포로 분화시키는 연구를 계속했습니다. 2차원 배열과, 3차원 오가노이드 배양을 통해 내이 세포를 형성한 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이들 세포를 감염 시킬 수 있는지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내이 유모세포와 슈반세포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세포 진입에 필요한 단백질인 앤지오텐신 전환효소-2(ACE2) 수용체를 발현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이 연구를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내이 세포를 직접 감염시킬 수 있다는 중요한 증거를 밝혀냈으며, 저는 제1 저자로서 연구 결과를 Nature가 발행하는Communications Medicine 저널에 발표하였습니다. 비록 높은 인용지수를 가진 저널은 아니었지만, 당시에는 하루빨리 이 정보를 대중들에게 리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1,350건 이상의 뉴스, 신문, SNS를 통해 논문이 보도되었고, 한국의 생로병사의 비밀에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내이 유모세포에 침투해 손상을 일으켜 난청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는 논문으로 소개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 후유증이나 백신 접종 후 난청, 이명, 어지럼증을 겪고 있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감사와 격려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제가 수행한 연구가 비록 학문적으로는 작은 부분일지라도, 실질적으로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큰 보람을 느꼈으며, 이를 계기로 연구에 대한 열정을 더욱 확고히 다지게 되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과학자의 삶은 도전의 연속입니다. 실패는 과학자의 일상이며, 가설에 부합하는 성공적인 실험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저 또한 지난 1년 동안 저널로부터 거절당한 횟수만 열손가락을 채우고도 남습니다. 누구나 실패를 반길 수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그 실패 앞에서 어떻게 행동하느냐입니다.
후배 여러분들도 실패에 좌절하기보다는 그 경험을 성장의 기회로 삼았으면 합니다. 어쩌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단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되는 순간에 포기하는 것이 가장 큰 실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주저앉지 말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며 꿈을 향해 나아가길 바랍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의 장기적인 연구 목표는 ‘중계 과학 (Translational science)’ 입니다. 이는 기초 과학에서 얻은 연구 성과를 실제 임상이나 치료로 연결하는 과정으로, 실험실에서 발견된 과학적 지식이 질병의 진단, 예방, 치료에 실질적으로 적용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통해 환자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궁극적인 지향점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난청 관계를 밝힌 연구를 통해, 저는 기초 연구가 임상 치료로 이어지는 과정의 중요성을 더욱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연구를 통해 과학적 발견이 실질적인 치료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며, 제 연구가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저에게 조건 없는 사랑과 끊임없는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 부모님께 이 모든 성과를 바칩니다. 또한, 공동저자 이신 한동준 박사님께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Human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
#NF2
#Endode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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