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Visual abstract]
현대 사회에서 과도한 청결 습관과 항생제 남용은 장내 미생물 구성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하여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본 연구는 장내 미생물, 영양, 그리고 정신 건강 간의 상관관계를 탐구하며, 특히 불안과 같은 감정 조절 과정에서 장내 미생물이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최근 장-뇌 축(Gut-Brain Axis)의 기능적 역할이 주목받으면서, 장내 미생물이 뇌 기능 및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는 연구가 정신 건강 분야에서 새로운 치료법 개발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장내 미생물 구성의 변화가 뇌의 신경 회로 및 신경전달물질 시스템에 영향을 미쳐 행동 및 인지 기능의 변화를 유발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저희 연구팀은 자폐증 연구 과정에서 많은 자폐 아동이 위장 문제를 경험한다는 점을 관찰하였고, 이를 계기로 장내 미생물과 뇌 질환 간의 상관관계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연관성을 규명하기 위해 학습, 기억 및 뇌 질환 연구에 널리 사용되는 C57BL/6 생쥐를 무균 상태로 제작한 결과, 무균 생쥐에서 불안 관련 행동이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현상을 발견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무균 생쥐의 불안 증가를 유발하는 근본적인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밝히는 추가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연구 결과, 무균 생쥐에서 장내 미생물의 부재는 공포와 불안 같은 감정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저측 편도체(basolateral amygdala)의 신경 활성 증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는 뉴런의 과도한 흥분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소형 칼슘 활성화 칼륨 채널(Small Conductance Calcium-Activated Potassium, SK) 활성의 저하로 인한 결과였습니다. SK 채널은 뉴런의 자연적 흥분 억제 메커니즘으로 작용하지만, 무균 생쥐에서는 이러한 채널의 기능 이상으로 인해 기저측 편도체에서 과도한 신경 활동이 발생하였고, 결과적으로 불안 관련 행동이 증가하였습니다. 더 나아가, 무균 생쥐에 미생물 유래 대사물인 인돌(indole)을 공급하거나 유익한 미생물을 재도입함으로써 SK 채널의 기능을 회복시키고 불안 행동을 완화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본 연구는 장내 미생물의 부재 또는 불균형이 뇌의 신경 회로에 미치는 영향을 밝혔으며, 이는 장내 미생물과 뇌 기능 간의 밀접한 연관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특히, 포스트 코비드 시대의 청결을 강조하는 사회적 환경이 유익한 미생물에 대한 노출을 감소시켜 의도치 않게 불안 장애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나아가, 장내 미생물을 복원하거나 미생물 유래 대사물을 활용한 새로운 치료 전략이 불안 관련 장애를 포함한 다양한 정신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질적 대안을 제공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싱가포르는 바이오 및 의공학, 제약 산업을 차세대 국가 산업으로 지정하고, 이에 따라 연구와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 20년간 헬스케어 및 바이오메디컬 분야에 거액을 투자했으며, 2016년에는 40억 달러를 연구개발 예산으로 배정하는 등 지속적으로 관련 분야를 육성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적인 연구기관 및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바이오메디컬 산업의 글로벌 허브로 자리 잡았습니다.
Duke-NUS 의과대학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싱가포르 국립대학교(NUS)와 미국 듀크대학교의 협력으로 설립되어, 바이오메디컬 연구와 임상 연구를 융합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이상적인 위치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Duke-NUS는 싱가포르 종합병원(Singapore General Hospital)과 인접해 있어 임상연구와 연계된 프로젝트를 활발히 수행할 수 있으며, 근처에 위치한 바이오폴리스(Biopolis)를 포함한 다양한 연구소들과 협력하여 융합적이고 다학제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또한, Duke-NUS의 교수진 중 다수가 듀크대학교 의대의 겸임 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학생 및 연구진도 미국과 영국 등 다양한 국가 출신으로 구성되어 있어 자유롭고 국제적인 분위기에서 공동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실험은 원래 잘 안되는게 정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계획한 대로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래서 오히려 실험이 예상대로 막힘없이 잘 풀릴 때는 이상하게 불안해지기도 합니다. 연구란 결코 단순하거나 빠르게 이루어지는 작업이 아닙니다. 실험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마주하거나 계획대로 되지 않아 답답함을 느낄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이러한 시행착오의 과정 자체가 연구를 완성하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요소임을 깨닫게 됩니다. 시행착오는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법과 통찰을 제공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오히려 이런 경험을 통해 얻는 배움이 연구자로서 저를 한층 더 성장시켜 준다고 믿습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단순한 실패로 끝내지 않으려면 동료들과의 협력과 소통이 필수적입니다. 연구는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작업입니다. 함께 고민하고 서로 의지하며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과정 속에서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은 연구의 본질이자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퍼즐 조각을 맞추듯, 실험 결과들이 하나둘씩 모여 하나의 응집된 스토리를 이루고, 그 스토리가 연구의 큰 그림으로 완성될 때 느끼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큽니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구자로서의 열정과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해주는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연구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가는 긴 여정입니다. 그렇기에 진정으로 흥미를 느끼고 열정을 쏟을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또한, 그 연구 분야가 나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는 시간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정리해보는 과정은, 앞으로 나아가는 여정에서 든든한 이정표가 되어 우리를 응원해줄 것이라 믿습니다.
학문적 여정은 끊임없는 도전의 연속입니다. 때론 두려움과 불확실함이 발목을 잡으려 할 때도 있겠지만,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한 걸음씩 용기 있게 나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기대 이상의 성과와 함께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열정과 믿음을 동력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먼저, 장내 미생물과 뇌 기능 사이의 연결고리를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합니다. 특히 SK 채널이 장내 미생물의 부재 상태에서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그리고 이것이 신경 발달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더 자세히 연구할 계획입니다. 또한, 인돌과 같은 미생물 유래 대사물질이 불안 행동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더 자세히 탐구하고자 합니다. 다양한 미생물 대사산물들이 뇌 기능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연구하여,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모색할 것입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서 장-뇌 축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궁극적으로 정신 건강 증진을 위한 치료법 개발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깊이 있는 통찰과 새로운 시각으로 연구 내용과 방향에 대해 다양한 접근법을 제시해 주신 제현수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언제나 아낌없는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는 아내에게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Gut Microbiota
# Anxiety
# Neuronal Excitab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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