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젖산 (lactate)은 체내에서 지속적으로 생성되고 온몸을 순환하며 연료, 포도당신생합성 전구체, 신호전달물질, 그리고 산화-환원 완충제 등의 역할을 담당합니다. 또한 젖산 대사 (lactate metabolism)는 근육 생리학, 뇌 기능, 성장과 발달, 그리고 면역 반응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젖산의 과도한 축적 (젖산산증 또는 lactic acidosis)은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의학적 상태이며, 혈중 젖산의 농도는 비만, 당뇨, 암과 같은 주요 질환과 높은 양의 상관관계를 보입니다. 따라서 젖산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조절하는 기전을 이해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포도당 항상성과는 달리, 젖산의 항상성을 조절하는 기전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생화학 교과서에 따르면, 근육은 포도당을 분해하여 젖산을 생성하고, 간은 젖산을 이용하여 포도당을 재합성합니다. Cori cycle로 알려진 이 대사회로를 통해 젖산의 항상성이 유지된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었습니다. 저희는 포도당과 젖산이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포도당 항상성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인슐린이 젖산 항상성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집중하였습니다. 아시다시피 인슐린은 근육에서의 포도당 분해 (glycolysis)를 촉진시킵니다. 따라서 인슐린의 증가는 포도당 분해의 결과물인 젖산 생성의 증가로 이어집니다. 한편 인슐린은 간에서의 포도당 재합성 (gluconeogenesis)을 억제합니다. 흥미롭게도 젖산의 생산 증가(근육)와 소비 감소(간)에도 불구하고, 고인슐린 (hyperinsulinemia) 상태에서 혈중 젖산의 농도는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이러한 인슐린과 젖산의 모순적인 관계 (insulin-lactate paradox)를 설명하고, 새로운 젖산의 항상성 유지 기전을 밝히는 것이 이번 연구의 목표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본 연구는 인슐린의 또다른 기능 중 하나인 지방 분해 (lipolysis) 억제가 젖산 항상성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휴식기의 우리 몸은 지방산, 젖산, 그리고 포도당 등을 생명 유지를 위한 주요 에너지원으로 활용합니다. 우리는 대사체학 (metabolomics), 안정 동위원소 추적 (stable isotope tracing), 포도당 클램프 (hyperinsulinemic-euglycemic clamp) 기법 등을 이용하여, 혈중 젖산의 농도가 증가하면 인슐린 또는 HCAR1 (젖산센서로 알려진 단백질)에 의해 지방 분해가 억제되고, 이로 인한 혈중 지방산 농도의 감소는 대체 연료인 젖산의 연소 증가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즉, 지방산과 젖산은 미토콘드리아 내 TCA 연소를 놓고 경쟁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새로이 밝혔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는 혈중 젖산의 증가가 젖산의 소비 증가 뿐 아니라 생산 억제도 유발한다는 사살을 발견하였습니다. 즉, 혈중 젖산의 증가는 근육의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고, 이는 포도당의 분해 억제 곧 젖산의 생성 억제로 이어집니다. 결과적으로 젖산의 농도는 여러 장기들이 관여하는 능동적인 조절기작에 의해, 그 항상성이 유지된다는 사실을 본 연구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박사후연구원으로 있는 Rabinowitz 연구실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은 의학, 생물학, 화학, 물리학, 그리고 공학 전공자들이 모여 다양한 학제간 융합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다양한 분자생물학 및 분석화학적 실험기법들과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 물질대사를 정량적으로 이해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물질대사적 관점에서 다양한 생리 및 병리 현상들을 이해하고, 인류의 건강과 생명을 증진시키는데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복잡하게 얽힌 생명 현상에서 하나의 이치를 발견해내는 과정은 참으로 흥미진진하고 설레는 모험입니다. 지혜롭고 열정적인 분들과 이 여정을 함께 할 수 있음에 늘 감사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면, 저는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고자 최선을 다해 노력해왔던 것 같습니다. 종종 연구도 그렇게 접근하지 않았나 돌아봅니다.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가설은 종종 새로운 가설로 교체되고 이 과정에서 우리는 진리에 근접해갈 뿐 제시된 가설이 진리인지는 영원히 알 수가 없습니다. 나의 가설이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 아니 틀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식적으로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생각지 못했던 가설의 예외적 순간들을 실패가 아닌 발견의 순간들로 승화시킬 수 있는 여유를 누리시길 응원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하나의 시스템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시스템의 구성요소들간 어떤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구성요소들간 상호작용이 어떻게 조절되는지에 관심이 많습니다. 석사과정에서는 군집 내 종들의 상호작용을, 박사과정 중에는 세포 내 소기관들의 상호작용을 공부하였고, 박사후과정에서는 생체 내 장기들의 상호작용을 연구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늘 새로운 experimental-computational 접근법들을 개척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생명현상의 근본적인 원리들에 조금 더 다가설 수 있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올해 9월부터 연세대학교 생화학과에서 독립 연구자로서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 연구실에서는 대사체학 (metabolomics) 및 대사흐름분석학 (fluxomics) 기법들을 기반으로 새로운 experimental-computational 접근법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공급과 수요에 따라 물질대사가 어떻게 조절되는지 (supply and demand control of metabolism)를 탐구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1) 영양소의 공급과잉이 어떻게 (근육)세포 및 생체의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는가? - 미토콘드리아와 같은 세포소기관이 어떻게 조직 및 생체내 환경 변화를 인지하고, 다른 세포소기관들과 소통하며, 전체적인 장기 및 생체의 기능을 조절하는지를 연구하고자 합니다. 또한 (2) 신체활동감소에 따른 (근육)조직의 에너지 수요감소가 어떻게 근감소증 (sarcopenia)을 유발하는가? – 살아있는 생체의 조직내 미세환경 (저분자 대사물질 및 단백질 중심)을 정량적으로 실시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하여 근감소증의 발생기전을 탐구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3) 변동하는 수요와 공급 속에서 생체 주요 장기들이 (뇌, 심장, 근육 등) 어떻게 유지되고 보호되는가를 연구하기 위해 동면 (hibernation) 생물들의 물질대사를 연구하고자 합니다. 관심있는 학생 및 연구자들의 많은 지원과 관심 부탁 드리겠습니다. 앞으로도 성실하고 겸손하게 사회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박사후과정 동안 학문적으로 인격적으로 더 성숙하고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시고 지원해주신 Joshua Rabinowitz 교수님과 Rabinowitz lab 식구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다양한 공동연구 프로젝트들을 통해 학문의 지경을 넓혀주신 많은 공동 연구진들에게도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독립된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늘 조언과 격려, 그리고 가르침을 아끼지 않으시는 은사님들과 많은 선후배 연구자들께도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짧지 않은 기간 한결같은 믿음과 사랑으로 절 지지해주신 사랑하는 가족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먼 타지에서의 굴곡진 시간들과 희로애락의 순간들을 아름답고 찬란한 청춘의 추억으로 만들어준 사랑하는 아내 보라에게 특별한 사랑과 감사를 드립니다.
#대사체학 (metabolomics)
# 안정 동위원소 추적 (stable isotope tracing)
# 대사흐름분석학 (fluxom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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