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신경과학을 연구하다 보면 늘 같은 고민이 듭니다. "뇌에서 나오는 신호를 더 정밀하게 포착할 수 없을까?" 전기생리학으로 뉴런의 활동을 실시간으로 기록할 수는 있지만, "도대체 어떤 세포가 이렇게 난리를 치는 거지?" 라는 의문은 남습니다. 반면, 형광 이미징을 사용하면 특정 세포의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지만, "이걸 초고속 카메라로 찍을 수도 없고, 신호가 너무 느려!" 라는 좌절감이 따릅니다. 결국, "둘 다 합치면 되지 않을까?" 라는 야심 찬 생각을 하게 되었고, 여기서 탄생한 것이 바로 ECoGScope입니다.
사실 전기와 광학 신호를 동시에 측정하려는 시도는 계속되어 왔습니다. 광섬유 기반 형광 측정(Chen et al., 2013; Sych et al., 2019), 이광자 칼슘 이미징(Mank et al., 2008; Stosiek et al., 2003), 단일광자 이미징(Glas et al., 2019; Guo et al., 2023; Laing et al., 2021) 등 다양한 기술이 등장했지만,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었습니다. local field potential (LFP) recording과 같은 전기신호는 빠르지만 어떤 세포가 활동하는지 모호하고, 형광 이미징은 특정 세포의 활동을 볼 수 있지만 너무 느리거나 공간적 제약이 크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전기생리학과 형광 이미징을 결합한 다중 모달 신경 인터페이스로, Electrocorticograph (ECoG) 전극 어레이를 통해 전기 신호를 기록하고, 미니스콥 형광 이미징으로 특정 세포의 활동을 추적하며, 맞춤형 연결 모듈을 통해 동물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면서도 신호를 안정적으로 기록할 수 있도록 ECoGScope을 설계하였습니다. 특히, 기존 시스템과 차별화된 점은 ECoG 전극을 미니스콥과 결합하여 신호 간섭을 최소화하고, 경량화된 구조로 동물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여기까지 오는데 꽤나 험난한 길을 걸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전극이랑 미니스콥을 그냥 붙이면 되지 않을까?" 하고 시작했지만, 신호 간섭이 심하게 발생하며 "이게 과연 될까?" 싶은 순간도 있었습니다만, 온갖 공돌이적 (?) 해결책을 동원한 끝에 최소 1주 이상 안정적인 신호 기록이 가능함을 확인했습니다.
저희 시스템이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ECoGScope를 활용해 시각 피질, 감각 피질, 전전두엽에서 실시간으로 개별 세포에서의 전기생리학적, 형광 신호를 성공적으로 측정하였으며, 신경 네트워크의 기능적 연결성을 연구하는 다른 가능성을 열었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정신질환 모델에서 신경 신호 변화를 분석하는 연구(Kim J et al., Biol Psychiatry, 2022; Lorsch, Z. S. et al., Nat Neurosci, 2019) 및 뇌의 다중 신호 처리 메커니즘 연구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국뇌연구원은 ‘뇌 분야에 관한 연구 및 그 이용과 지원에 관한 기능을 수행하고 뇌 분야에서 학계, 연구기관 및 산업계 간의 유기적 협조체제를 유지·발전’을 목적으로 대구에 설립된 연구소입니다. 연구본부 내 8개의 연구그룹이 있고, 연구전략실의 한국뇌은행, 첨단뇌연구장비센터, 실험동물센터에서 연구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최첨단의 연구시설과 장비, 그리고 다양한 연구 지원을 통해 풍족한 연구 환경에서 연구를 할 수 있는 곳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소속된 구자욱 박사님 연구실(Behavioral Neuroepigenetics Lab, BNL)은 다양한 정서, 인지 행동 및 신경정신질환에 대한 신경회로 및 분자 기전을 밝히는 연구들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주요 연구 주제로는 사회성 행동, 스트레스 및 우울증, 약물 중독, 각종 신경정신질환 등이 있으며, 광유전학(optogenetics), 화학유전학(chemogenetics) 등의 신경세포 및 회로 활성 조절, 양광자 현미경(two-photon microscope), 초소형현미경(miniscope), 섬유광도법(fiber photometry), 생체 내 및 뇌절편 전기생리학(in vivo or ex vivo electrophysiology) 등의 신경세포 및 회로 활성 측정, 뇌조직 수준 또는 단일세포 수준 전사체, 후성유전체 분석과 같은 다양한 최신의 연구 방법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와 저는 밀당하는 사이인 것 같습니다. 원하는 결과를 얻었을 때의 희열은 말로 다 할 수 없지만, 그 과정은 속 터지고, 좌절스럽고, 때로는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 싶은 순간들의 연속이기도 합니다. 특히 전임상 모델에서 정서장애 연구를 하면서 “쥐가 감정을 느낀다고?” 같은 말을 들을 때마다 “진짜?” 싶으면서도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하지만 연구는 의심과 확신을 오가는 과정 아닐까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실험, 부족한 샘플, 계획대로 되지 않는 데이터 앞에서 멘탈이 탈탈 털리다가도, 우연히 얻은 뜻밖의 결과에 다시 한번 연구의 재미를 느낍니다. 그리고 가끔은 실험실에서 쥐를 돌보다가 "얘 진짜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은데?" 하고 생각하는 순간이 오면, 연구가 주는 깨달음과 신기함에 다시 빠져들게 됩니다.
아직 제 연구가 ‘세상을 바꿨다!’거나 ‘정말 획기적인 발견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어쩌면 저는 커다란 퍼즐의 한 조각을 맞춰가는 중일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이 퍼즐이 완성될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때까지는 "한 판만 더?" 하는 게이머의 마음으로, 끝없는 호기심과 도전 정신을 가지고 연구를 이어나가고자 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솔직히 저보다 더 훌륭한 분들이 많아서 거창한 조언을 하긴 어렵지만, 여러분은 이미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건강을 최우선으로, 배우고 실패하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즐겼으면 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 논문은 제가 처음으로 뇌공학자와 협력하여 진행한 연구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시도해볼 수 있어 무척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협력하면서, 기존의 방식에 익숙해진 제 연구 방식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매번 보다 넓은 시각으로 연구를 바라보려고 많이 시도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기존 연구의 연장이 아닌, 더 창의적인 접근과 새로운 실험 기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최종적으로는 본능적인 감정과 관련된 신경회로를 보다 깊이 이해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입니다. 특히, 뇌공학적 기술과 신경과학의 융합을 통해 단일세포 수준의 전사체 분석, 뇌 영역 간 네트워크 동적 변화 추적, 그리고 광유전학 및 신경기계 인터페이스를 활용한 정밀 개입 방법 등을 탐구할 계획입니다.
결국, 제 연구가 궁극적으로 질병의 기전을 밝히는 것을 넘어, 실제 사람들에게 적용 가능한 맞춤형 치료 전략을 제안할 수 있는 방향으로 확장되길 바랍니다.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보다 다양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융합하여 진짜 의미 있는 연구를 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도전해 나가겠습니다. 또한, 현재는 KIST 뇌과학연구소 최지현 박사님 연구팀을 비롯해, 인하대학교 박혜진 교수님 연구팀, 순천향의대 강신우 교수님, 그리고 NYU 및 University of Strasbourg의 해외 연구팀과 함께 저출산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저출산 문제의 원인을 뇌과학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이를 반영한 동물 모델을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보다 실질적인 사회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번 연구는 제가 알기로 한국뇌연구원 내에서 탄생한 첫 협업 논문이자 정서인지질환그룹의 첫 공동 연구 성과입니다. 이 연구가 무사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신 다양한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영향력 있는 조언과 도움을 아끼지 않으신 추남선 박사님, 구자욱 박사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고비를 넘을 수 있었던 건 여러분의 지원 덕분입니다.그 과정에서 함께 고민하고 도와주신 마음 따뜻한 연구진들께도 감사를 전합니다.그리고 함께해 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와 닿는 감사를 전합니다.
특히, 연구 과정에서 수많은 난제를 함께 해결하며 애써주신 은종희 박사님, 덕분에 실험이 더욱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또한, 연구를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시고 협력해주신 한국뇌연구원 행동신경후성유전학 연구실의 모든 구성원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2024년 11월 KIST 뇌과학 연구소에서 파견 근무 중임에도 리비전을 무리 없이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최지현 박사님, 정다영 선생님, 그리고 JeeLab 구성원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의 지원과 배려 덕분에 원활하게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Multimodal neural interfaces
# Microendoscope
# Electrocorticography (ECoG) electrode ar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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