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우리 몸의 신경세포는 정보 전달의 기본 단위로서 생존과 정상적인 기능을 위해 서로 긴밀히 소통해야 합니다. 신경세포들은 신호를 전달하기 위해 시냅스라는 도구를 이용해 소통을 합니다. 시냅스에는 두가지 대표적인 경로가 있는데 하나는 신경전달 물질로 신호를 전달하는 화학적 시냅스가 있으며 이에 더해서 gap junction이라는 소통 통로를 통해 두 신경세포의 막전위를 공유하는 전기적 시냅스가 있습니다. 이 두가지 소통 경로의 기전과 작용은 오랫동안 연구되어 아주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두가지 신경세포 간 소통경로들 외에도 ephaptic coupling이라는 경로가 신경정보전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Ephaptic coupling은 시냅스와 무관한 신경세포 간 소통경로이며 이 용어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가까이 접촉하여 상호작용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인접한 두 신경세포 중 하나의 신경세포가 활동전위를 만들게 되면 주변 전기장을 변화시켜 가까이 있는 다른 신경세포의 활동전위의 생성을 억제(ephaptic inhibition)하거나 유발(ephaptic excitation)시킬 수 있습니다. 이중 ephaptic inhibition은 어류, 포유류 등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왔지만 현상만 확인했을 뿐 분자적 기전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저의 박사학위 프로젝트를 통해 학계 최초로 분자적 기전을 보고하게 되었습니다.
Ephaptic coupling은 제가 연구한 초파리의 미각 신경세포에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심장과 뇌 같은 생존에 필수적인 기관에서도 관찰되고 있습니다. 심장의 경우 gap junction이 손상되었을 때 전기적 전도성을 유지하는데 중요하며 뇌의 경우 신경세포 활성의 동기화와 활동 전위의 타이밍에 중요한 역할하기 때문에 뇌파 형성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신경세포 간 신호 전달과 정보 처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제 연구실에서 진행한 ephaptic inhibition의 분자적 기전 연구는 기존의 시냅스 의존적 전달 경로를 보완하는 새로운 정보 처리 메커니즘을 제시합니다.
Ephaptic coupling의 분자적 기전을 최초로 보고한 것은 중요한 이정표이지만 여전히 연구가 많이 필요한 소통 경로입니다. 따라서 이 메커니즘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접근법을 활용한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 저희 연구실에서 밝혀낸 분자적 메커니즘이 다른 모델 생물로 확장될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하고 임상 응용 가능성을 탐구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파킨슨병의 임상적 치료법으로 알려진 뇌심부자극술 (Deep Brain Stimulation, DBS)의 신경과적 효능에도 ephaptic coupling이 관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는 ephaptic coupling이 단순히 신경세포 간의 소통 경로에 그치지 않고 질환 치료의 기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사람 뇌의 메소스코픽 수준에서 수행된 최근 연구는 ephaptic coupling의 현실적인 모델링을 통해 이 메커니즘이 인지 및 행동과 같은 복잡한 뇌 기능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발견은 ephaptic coupling이 신경과학뿐 아니라 질환 치료와 같은 실질적 영역에서 큰 잠재력을 가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국뇌연구원 (Korea Brain Research Institute)은 국내에서 뇌 연구를 목적으로 설립된 뇌연구기관으로 신경회로 및 세포수준에서 뇌의 작동원리를 규명하고자 하는 기관입니다. 뇌 연구를 포함한 신경과학 연구라는 하나의 목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모이신 최고의 연구원분들과 장비들이 모여 있는 이곳은 신경과학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제 박사학위 과정을 한 것에 큰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고 있으며 행복하게 연구를 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학사 학위를 마치고 처음 박사 과정을 시작했을 때 느꼈던 충격과 설렘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마치 제가 알던 세상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상을 만난 듯한 기분이었고 그 신선함은 제게 큰 자극과 동기를 가져다주었습니다. 연구라는 낯선 영역에 발을 들이면서 더 깊이 배우고 더 많이 성장하고 싶은 열망이 제 안에서 강하게 일어났습니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과정이 힘들면서도 설레는 도전이었습니다. 특히 연구실에서 만난 동료들은 열정과 지적 호기심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었습니다. 선배들의 뛰어난 능력과 성실함을 보며 한편으로는 스스로 작아지는 듯한 느낌도 받았지만, 이런 환경 자체가 저를 한 과학자로서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매일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새로운 지식을 쌓고 실험을 통해 결과를 얻을 때마다 느끼는 성취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저를 지도해주신 지도교수님의 가르침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도교수님께서는 단순히 연구 방법론만을 가르쳐 주신 것이 아니라 연구를 대하는 태도와 과학자로서의 자세에 대해 끊임없이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교수님과 함께 연구하며 얻은 경험은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자산이자 자부심입니다. 교수님 덕분에 저는 한 연구자로서 성장할 수 있었으며 앞으로 어떤 도전을 맞이하더라도 교수님의 가르침을 생각하며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지금의 저는 여전히 배울 것이 많고 연구라는 길에서 끝없이 새로운 것을 탐구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배움과 경험들은 앞으로 제가 나아갈 연구 여정에서 강력한 무기가 되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연구의 길을 걷고자 한다면 무엇보다도 인내와 끈기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연구는 단순히 지식과 기술을 쌓는 것을 넘어 끊임없이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은 생각보다 길고 생각보다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게 됩니다. 이 실패의 순간에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과 열정을 잃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 따라 염세적으로 변하고 실험을 위한 실험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어려운 순간에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느냐가 연구자로서의 성장과 성공을 결정짓는 중요한 열쇠인 것 같습니다. 연구는 단기간에 결과를 얻는 일이 아닙니다. 실험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며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은 수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긴 시간을 들여 끝내 목표를 이루었을 때의 보람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꾸준히 노력하고 기다리는 인내의 가치는 연구의 성공이라는 달콤한 결실로 보상받는 것 같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앞으로의 연구에서 면역학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현재까지의 연구는 주로 신경세포 간의 의사소통과 신경회로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를 통해 신경계의 정교한 조절 메커니즘과 생명체가 진화적으로 설계한 독특한 생리적 현상을 탐구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신경과학적 지식을 면역학과 접목시켜 신경계와 면역계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로 영역을 확장하고자 합니다. 저는 이런 교차 영역에서 새로운 발견을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면역학에 대한 지식이 아직 부족하다는 점이 솔직히 걱정스럽지만 연구의 길은 항상 새로운 배움과 도전의 연속이라는 것을 기억하려 합니다. 처음 신경과학을 시작할 때도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웠지만, 하나씩 배워가며 성취감을 느꼈던 경험이 제게 큰 용기를 줍니다. 면역학 또한 마찬가지로 배우고 익힐 수 있는 영역이라고 믿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긴 여정을 함께해주신 지도교수님과 연구실 선배 및 동료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는 연구자가 되겠습니다. 과학자로서의 길은 힘들고 도전적일 수 있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성장은 고난과 배움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 깨달음과 가르침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저의 연구를 이어나가겠습니다.
#Ephaptic coupling
#Cell communication
#Chemosens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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