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제가 수행한 연구는 여러 암 유형을 진단받은 후에도 살아가는, 즉 암 생존자들이 암 진단 전후로 얼마나 꾸준히 신체활동을 했는지에 따라 심혈관질환 위험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는 대규모 코호트 연구입니다. 요즘은 암 치료 기술이 워낙 발전해서 환자들이 오래 살 수 있게 되었지만, 항암치료로 인해 심장에 무리가 갈 수 있고, 암과 심혈관질환이 공통으로 갖는 위험인자도 많아서, 암생존자들의 심장 건강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약 27만 명의 암생존자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 암 진단 전후 모두 ‘규칙적인 신체활동’을 유지한 그룹은 심근경색과 심부전 위험이 가장 크게 낮았고,
- 진단 전만 운동했거나, 진단 후에만 운동을 시작한 경우도 전혀 운동하지 않은 그룹에 비해 심근경색과 심부전 발생 위험이 유의하게 감소했습니다.
- 다만, 심방세동 위험에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암을 진단받기 전이라도 운동을 했거나, 진단 후부터라도 운동을 새로 시작한 경우 모두, 암 진단 전후에 규칙적인 신체활동을 하지 않았던 사람보다 심근경색이나 심부전 위험이 낮게 관찰되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 연구는 제가 한국에서 가정의학과 지도전문의로 근무하던 시절, 삼성서울병원의 신동욱 교수님, 숭실대학교 한경도 교수님, 그리고 University of Arkansas for Medical Sciences의 박용문 교수님과 함께 진행했던 프로젝트 중 하나입니다. 교수님들께서는 제 연구 활동에 큰 바탕이 되어 주셨고, 앞으로도 임상적으로 중요하고 의미 있는 연구활동을 지속적으로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는 2024년 3월부터 University of Pennsylvania Perelman School of Medicine의 Bonnie Ky 교수님 연구실에서 postdoc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Bonnie Ky 교수님은 Cardio-Oncology 분야에서 세계적인 석학으로 손꼽히며, 대규모 전향적 코호트 연구 및 임상시험을 이끄는 등 이 분야를 선도하고 계십니다. 연구실은 심장내과 의사, 종양내과 의사, 통계학자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팀을 이루어 함께 연구하고 있습니다. Stanford, Northwestern, City of Hope, Medical College of Wisconsin, Augusta University 등 미국 각지의 기관들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어서, Cardio-Oncology 분야의 최신 연구를 직접 경험하고 기여할 기회가 많습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여름과 겨울 방학 때 학부생이나 의대생을 대상으로 ‘연구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것입니다. 저도 이 시기에 didactic 세션을 진행하고, 학생들의 연구 과제 선정부터 데이터 분석, 논문 작성, 발표까지 멘토링을 맡았는데, 학생들이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연구 소논문으로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건 저에게도 매우 큰 보람이 되었습니다.
한편 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는 세계적인 석학들의 세미나에 자주 참석할 기회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노벨상 수상자인 Katalin Kariko 박사님의 강연이, 특히 “어떤 어려움이라도 극복할 수 있다”는 메세지가 인상 깊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이곳에서 저는 유방암과 전립선암 코호트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구 주제 및 가설 설정부터 데이터 정리, 가공, 통계 분석, 그리고 논문 작성까지 전 과정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특히 데이터를 다루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데, 단순 반복적이고 때로는 지루해 보이는 데이터 정리 작업이지만, 이를 통해 쌓인 자료가 실제 환자 진료에 도움이 되는 ‘actionable science’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큰 동기 부여가 됩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철저하고 엄밀한 접근을 통해 심독성의 기전 및 고위험군을 식별하려는 노력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저의 연구가 결국 암환자 치료 현장에서 직접 활용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길 기대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는 한국에서 가정의학과 전공의를 거쳐 지도전문의로 근무하고, 임상교수 트랙을 밟던 중, 예상치 못한 기회를 계기로 미국에서 연구직으로 초청받아 오게 되었습니다. 처음 결정을 내릴 당시에는 불확실성에 대한 걱정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가장 원하고 좋아하는 일을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후배나 유학 준비생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정말로 좋아하고 꿈꾸는 일이 있다면 꾸준히 준비하고,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도록 마음을 열어두라는 것입니다. 물론 저의 도전 역시 현재진행형입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연구를 이어가는 과정은 쉽지 않지만, 그만큼 배움의 폭도 깊어지고 넓어진다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는 진행 중인 연구 주제들에 몰입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주일에 한 번씩 진행되는 1:1 멘토-멘티 세션과 실험실 단위 팀 미팅에서 많은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제 연구 결과가 단순히 논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임상 현장에서 “go-to-resource”로 활용되어 암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연구에 매진하는 와중에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합니다. 특히 아내와 두 아이가 함께 종종 필라델피아, 맨하튼, D.C.의 박물관이나 동물원을 방문합니다. 이러한 시간은 연구와 삶의 원동력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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