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인류는 플라스틱 오염과 세기(世紀)적인 전쟁 중입니다. 유엔환경총회(UNEA 5.2)의 ‘국제 플라스틱 협약’은 2024년 11월 25일 부산에서 마지막 5차 회의가 열렸지만, 각국 이해관계의 첨예한 대립으로 성안에 실패했습니다. 쟁점은 생산량 감축의 강제성입니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감축이 힘들다고 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들의 재료는 사실상 인류 활동 (운송 등) 에너지를 생성하고 남은 ‘부산물’이기 때문입니다. 또 우리나라는 세계 다섯손가락 내의 석유화학 생산 국가로 국익면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그러니 과학 기술만이 유일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복잡한 조성을 가진 이들 탄소 함유물은 분해되어 다른 유기물로 전환되거나, 어디선가 덜 유해한 중간체로 머물러야 합니다.
환경 규제(원유 유래 Virgin plastic에 대한 세금)와 병행되는 재활용 기술이 가장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국내 통계를 보면 종량제는 대부분이 소각/매립되고, 가연성 및 분리 배출된 합성수지류는 주로 에너지회수 (태워 생성되는 열 에너지 이용) 형태로 재활용됩니다. 우리가 익히 상상하는 재활용인 물질재활용(물질을 다른 물질로 재활용)은 주로 PET (Polyethylene terephthalate) 제품의 형태인 페트병(bottle)으로 이루어집니다. 페트병은 전형적인 모양을 가져서 수거도 쉬운 데다, 다른 플라스틱이 덜 혼합되고, 주로 식품을 담기 때문에 첨가물이 적어서 수거 후의 품질이 좋습니다. 이 때문에 현재 주류 재활용 방법인 기계적 재활용(Mechanical recycling, MR; 단순히 폐기물을 녹였다가 굳히는 형태로 제품을 생산하는 방법)에 적합합니다. 그러나 의류와 부직포, 색상을 띠는 병, 스트랩, 그리고 코팅 필름 등의 PET 형태는 다양한 첨가제로 오염되어 MR이 어렵습니다. MR은 주로 깨끗한 폐기물에 한정되며, 재활용 사이클을 돌게 될수록 각 제품의 특성에 맞춘 첨가제가 투입되기 때문에 지속해서 PET 소재의 품질을 저하시킵니다. 고품질 PET 제품에 대한 수요는 여전해서, 원유로부터 오는 버진(Virgin) PET는 계속해서 생산되어야만 합니다. 다시 말해서, 현존하는 재활용 기술은 지구상에 축적되는 플라스틱 증가세를 줄이지 못하는 셈입니다.
그러므로, PET 폐기물의 품질을 다시 버진 수준으로 끌어올려 닫힌 고리(Closed-loop)를 만드는 재활용 기술이 시급합니다. 이를 위해 중합된 고분자를 다시 단량체(Monomer, 플라스틱 원료)로 돌리는 해중합(Depolymerization) 반응이 주목받았습니다. 수십 년간 화학 촉매를 이용한 PET의 해중합이 연구되었고 주로 물(Hydrolysis), 에틸렌글리콜(Glycolysis), 메탄올(Methanolysis)을 첨가하는 세 가지 해중합 반응을 통해 수행되었습니다. 이른바 화학적 재활용(Chemical recycling, CR)입니다. 국내외 CR을 위한 수많은 공장이 지어졌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가격과 이용 가능 원료의 한계입니다. 약 150% 정도로 재활용되는 MR과는 다르게, CR은 수백 %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또 무기 균질계 화학촉매의 특성상 고온고압 조건이 반드시 필요해서 페트병 이상으로 오염된 원료를 잘 이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엑손모빌을 상대로 CR의 기술적 한계에 대한 중요한 진실을 숨겨왔다며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비록 열분해를 포함하는 전반적인 CR을 지칭하기는 하지만, 투입되는 에너지량이 막대하여 그린워싱, 사기극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는 점은 안타깝습니다.
최근 등장한 생물학적 재활용(Biological recycling, BR)은 MR과 CR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이상적인 기술로 여겨졌습니다. 자연의 순환과정과 가장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저온에서 반응하는 효소는 에너지 효율성이 매우 높고 유용한 기질 선택성을 보이기 때문에 복잡한 분자들이 혼재된 플라스틱을 친환경적인 조건에서 다루는 데 최적입니다. 심지어 합성생물학을 이용하여 효과적인 분해자를 만들면 생태계 속에 이러한 플라스틱을 자원으로 편입할 수도 있는, 어마어마한 컨셉과 아이디어를 제공합니다. 문제는, 효과적으로 PET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가 한번도 발견된 적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자연에서 이들이 난분해성인 것이겠지요…
사실 Lipase와 같은 효소들이 합성 폴리머를 분해한다는 보고는 이미 1950년대부터 존재했고, PET과 같은 견고한 난분해성 플라스틱에 대해서는 2000년도 초까지 효소적인 표면 가공이 연구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2005년 Thermobifida 균주가 분비하는 내열성 효소에 의해 필름의 유의미한 수준의 분해율(약 40~60%)이 보고되면서 본격적으로 학술 그룹들이 형성되었습니다. 2010년대에는 자연에서 보다 고성능의 효소를 찾는 데 많은 진전이 있었습니다. 2012년, 일본 연구진은 Leaf compost 내의 metagenome에서 발견한 큐틴분해효소인 LCC를 보고했습니다. 프랑스의 벤처기업 카비오스를 포함하는 기존의 내열성 효소를 개발하던 연구 그룹들은 이 효소의 높은 내열성에 기반하여 효과적인 PET 분해효소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 결과, Nature지에 보고된 LCC-ICCG와 이를 이용한 재활용 공정이 도출됩니다 (Tournier et al., 2020). 2016년에는 Science지에 PET을 분해하여 대사하는 박테리아인 Ideonella sakaiensis와 이 미생물이 분비하는 PET 분해 효소인 IsPETase가 보고되었습니다 (Yoshida et al., 2016). 당시 저희 연구실을 포함해 수많은 신진 연구자들이 이 논문에 영향을 받아 본격적으로 플라스틱의 생물학적 분해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IsPETase는 산업적으로 이용되기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는데, 열안정성이 너무 낮아 생촉매(Biocatalyst)로서 이용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저희 연구 그룹에서는 IsPETase의 구조를 규명하고 인공적으로 내열성을 강화하는 연구를 세계 최초로 시작했습니다 (Joo et al., 2018, Son et al., 2019). 최근까지 IsPETase-EHA, Thermo-PETase, 또는 TS-PETase 등으로 불리는 이 효소를 바탕으로 50~60도씨까지 최적의 활성을 보이는 IsPETase 변이체인 FastPETase(lu et al., 2022), Z1-PETase(Lee et al., 2023), 그리고 HotPETase(Bell et al., 2022) 등이 발표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분야는 크게 IsPETase를 개량하는 연구팀과 LCC를 개량하는 연구팀, 두 그룹으로 나뉘어져 왔습니다. 이 두 촉매는 각각 빠른 분해 속도와 높은 내구성으로 대변되는 특징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온도가 상승할수록 PET 기질에 대한 효소의 접근성이 향상되기 때문에, 촉매의 분해 속도 차이보다 내열 특징을 가진 효소가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따라서 재활용에 적용되는 산업 분야에 대해서는 LCC와 같은 내열 효소에 대한 연구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졌고, 미생물과 관련된 연구에서는 IsPETase가 주로 연구되었습니다. 최근까지 미국, 프랑스, 독일, 영국, 중국, 일본, 덴마크, 싱가포르, 스페인 등 전세계 각국의 연구진들이 IsPETase와 LCC를 기반으로 수많은 변이체를 보고해왔습니다. 또한 PET 분해 활성을 가지는 새로운 효소들(PHL7=PES-H1, BhrPETase, CaPETase, …)도 빈번히 보고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높은 생산성을 보이며 경제성을 가늠할 수 있는 조건에서는 카비오스 연구팀에서 개발한 LCC-ICCG가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왔습니다 (Arnal et al., 2023). 왜냐하면 내열성이 향상된 IsPETase 변이체들은 같은 조건에서 LCC 변이체들보다 분해 속도는 빨랐지만, 많은 PET량을 투입하면 쉽게 활성을 잃어버리는 성질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LCC는 느리지만 꾸준하게 분해하여 중온(68도씨) 수준에서 산업적 활용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희 연구팀에서는 LCC의 느린 촉매 속도에 주목했습니다. LCC의 느린 분해 속도는 공정상 한계에 부딪히고 있었습니다. 효소의 활성을 인공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우니, 저온에서 빠른 IsPETase의 내열성을 높여 이를 극복하고자 했습니다. Z1-PETase라는 효소를 보고하며 활성을 낮추지 않는 선에서 내열성을 증가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그 이상의 개량에는 한계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다른 효소 템플릿에 대한 탐색 연구에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도출된 것이 mesophilic 효소의 빠른 속도와 thermophilic 효소의 내열성을 동시에 갖춘 CaPETase(Hong et al., 2023)입니다. 하지만 CaPETase는 속도와 내구성에 각각 특장점을 가진 IsPETase와 LCC의 중간 지점에 그쳤습니다.
이번 신규 전략(Landscaping-and-sampling)을 통해 발견된 쿠부(Kubu-P)는 저온에서의 높은 PET 분해 활성과 상업적 이용을 위한 고온/高투입량에 대한 내구성을 동시에 가지는 첫 효소입니다. 구조 기반 공학, 방향진화, 인공지능 전략 등 수많은 효소공학적 접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한번도 만들어지지 못했던 효소입니다. 여기에서 저는 자연의 위대함을 느낍니다. 쿠부의 개량체인 쿠부M12(Kubu-PM12)는 생촉매를 이용한 재활용 공정에서 현재까지 세계 최고의 성능을 보입니다. 이 개량체는 다방면으로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며 오염된 PET 플라스틱 폐기물에서 원료가 추출되는 과정을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연구과정의 수많은 우여곡절 중에서 클러스터링과 관련한 하나의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저는 본 연구를 시작하면서 수만개의 아미노산 서열과 구조 정보들을 다루다가 어쩔 수 없이 컴퓨터 언어를 뒤늦게 배우고 코딩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박사과정 때 관심을 가졌던 분야가 FAH superfamily ‘상동’단백질의 분류 체계(Hong et al., 2020)였기 때문에, 단백질 서열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계통수(Phylogenetic tree)와 이를 극복한 계통네트워크(Phylogenetic network), 그리고 의미망(Semantic network)에 관심이 많았고, 코딩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로 무작정 다차원 거리 정보의 의미를 2~3차원으로 축소하여 표현하는 조경(Landscape)을 만들기 위해 시도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코드 내에 의도하지 않은 알고리즘을 삽입하는 심각한 실수를 했습니다. 하지만 계통수-구조-활성 정보를 이용하여 기존에 분류했던 FAH superfamily 서열 606 종에 대해 평가했을 때, 이 알고리즘이 의도했던 것보다 분류의 정밀도와 계산의 가벼움을 동시에 향상시킨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날부터 밤을 새워가며 이유를 탐구했던 날들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번 논문에서 이용된 이웃 분석 모듈의 휴리스틱 알고리즘은 어설픈 실수가 선물해준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이 알고리즘은 분류 난이도가 매우 높은 a/b hydrolase 계열의 효소 내에서, 문헌상 묶여서 보고되는 다수의 효소 유형들을 분리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를 진행한 곳은 경북대학교 생명공학부 김경진 교수님이 지도하시는 구조분자생물학연구실(Structural & Molecular Biology Laboratory)과 최근 교수님께서 창업하신 (주)자이엔입니다. 저희 연구실은 2012년부터 단백질 구조 기반의 산업 효소 개량 연구를 수행해왔습니다. 대사경로 내의 효소로부터 시작해서 최근의 PET 분해 효소까지, 다양한 효소 단백질을 다뤄오면서 구조생물학과 산업미생물학, 환경공학, 합성생물학의 접점에서 응용적인 연구를 수행 중입니다. 국내 대학, 기관 및 산업체와 긴밀히 공조하면서도 특히 생물학적 플라스틱의 분해와 관련해서는 세계적인 연구진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Re-search)는 결과적으로 정보를 생산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위 과정 중에 김경진 교수님의 지도 하에 어떤 정보를 생산해야 하는지, 또 어떤 접근으로 생산하는 것이 효과적인지를 배웠습니다. 하지만 그런 지식보다 더 가치 있는 배움은 삶에 대한 자세였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어디로 갈지, 어떤 것을 얻을지 생각하기 보다 주어진 일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 같은 연구라도 수많은 방향이 존재하더라구요. 나의 최선은 ‘내가 좋아하는 방향’이었고, 그렇게 연구하면서 성과에 목매지 않아 매순간 즐거웠습니다.
또 효소적 PET 분해 연구를 수행하면서 많은 보람을 느낀 것 같습니다. 저희가 개발한 효소를 바탕으로 해외 연구진들이 새로운 뮤테이션을 붙여서 개량을 진전시키는 과정도 흥미로웠지만, 쿠부M12를 해외 최고의 연구진들에게 소개했을 때의 반응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미국을 가도, 유럽을 가도 관련 분야의 연구진들은 모두 결과에 놀라워했습니다. 교수님과 실험실, 그리고 그간 밤낮으로 노력했던 모든 구성원들이 자랑스러웠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제가 아직 도움이 될 말씀을 드리기엔 많이 부족하지만, 자신과 남을 해석하고 판단하는 데 급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얼마든지 바뀌는 것 같아요. 진학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내가 진학해도 될 정도의 자격이 있는지 혹은 이 환경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고민이 들어도, 정해진 답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온 힘을 다해서 가는 것 같아요.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바이오 기술을 통해 재활용 산업이 바뀔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에, 해당 연구가 실제 산업에 이용되기까지 적용되는 기술들(공정 등)에 대해 앞으로도 공부할 계획이고 관련 연구도 지속할 계획입니다.
특히, 이번 연구로 새롭게 구축된 일명 ‘PHILOSOPI’ 전략 (클러스터링과 샘플링, 스크리닝 과정)을 완성해야 하는 책무를 받은 느낌이라,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자동화된 서열 수집 및 클러스터링 최적화 연구도 지속하려 합니다.
또한 효소 공학과 관련해서 경험 중인 계산 화학과 Rosetta 디자인의 한계가 저에게 많은 아이디어를 자극했습니다. 다량의 서열(구조) 정보를 이용하는 새로운 접근법이 여럿 도출된 상태인데, 관련 연구에 큰 혁신을 가져오고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하고 싶은 연구활동은 유전자 서열을 통해 단백질 기능을 추론하는 세기의 문제에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바이오 기술이 물질을 전환하는 화학 산업 전반에서 이용되는 날을 기대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번 연구는 과거와 현재의 실험실 구성원 전체가 노력해서 이뤄낸 성과였습니다. 축하 파티 한번 못하고 기분도 잘 표현하지 못했지만, 속으로는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연구를 위해 고생해주신 모든 선후배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많은 도움을 주신 CJ제일제당 연구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또한 제가 포항에 있을 때 많은 배려와 영감을 주신 포항가속기연구소 MX그룹 박사님과 멤버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외에도 다소 소극적인 저를 응원해주신 수많은 교수님, 박사님들께 일일이 고마움을 전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항상 응원해주는 가족들과 특히 이번 논문 소식을 듣고 기뻐하셨던 어머니께 사랑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철부지 학생을 10여년 가까이 지도해주신 김경진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Landscape profi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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