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 AD)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주로 노인층에서 발병하여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과 사회 전체에 큰 부담을 주는 질환입니다. AD는 기억력 상실과 인지 기능 저하, 행동 변화와 같은 임상적 증상으로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립니다. 병리학적으로는 두 가지 주요 단백질 병리 현상이 특징적입니다. 첫째는 신경세포 외부에 축적되는 아밀로이드 베타(Aβ) 플라크이고, 둘째는 신경세포 내부에 형성되는 과인산화된 타우(tau) 단백질로 이루어진 신경섬유성 엉킴(NFT)입니다. 이러한 병리학적 축적은 신경세포의 기능 장애를 유발하며, 결과적으로 신경세포 사멸과 신경망 붕괴로 이어집니다. 이로 인해 AD는 진행성 질환으로 간주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진적으로 악화되는 특징을 보입니다.
현재 AD 치료법은 주로 질병의 증상을 완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콜린에스터라제 억제제는 뇌의 신경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분해를 억제하여 신경 신호 전달을 개선하고, NMDA 수용체 길항제는 과도한 흥분성 신호 전달을 조절하여 신경세포 손상을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제들은 단기적으로 증상 개선에는 효과를 보일 수 있으나, 질병의 진행을 멈추거나 근본적인 병리 기전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AD의 근본적인 병리 기전을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법 개발이 필수적입니다.
AD 연구의 최근 동향은 기존의 약물 기반 치료 전략을 넘어선 새로운 기전 탐구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Aβ 및 타우 병리와 관련된 새로운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이를 표적으로 하는 접근법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이 중 하나는 신경세포 내 단백질 분해 시스템의 역할에 대한 이해입니다. 리소좀 기능 이상은 AD 병리학에서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며, 리소좀 내 단백질 분해 효소 중 하나인 카텝신 D(Cathepsin D, Ctsd)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Ctsd는 Aβ를 분해하는 주요 효소로, AD 환자에서 Aβ 축적에 대한 보상적 반응으로 Ctsd 발현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그러나 병이 진행됨에 따라 Ctsd 기능 이상이 발생하면서 리소좀 기능 장애와 Aβ 축적이 가속화되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Ctsd 발현을 조절하여 Aβ 축적을 억제하는 전략은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이와 함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정밀 의학 기술도 AD 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CRISPR/Cas9 시스템이 특정 유전자를 활성화하거나 억제하는 데 사용되면서 정밀 의학의 새로운 도구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촉매 기능이 제거된 dCas9(Dead Cas9)을 기반으로 한 기술은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내인성 수준에서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dCas9은 단독으로는 DNA를 절단하지 않지만, 특정 단백질과 결합하여 표적 유전자에 다양한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dCas9-Tet1 시스템은 표적 유전자의 CpG 섬(CGI)에서 메틸화된 DNA를 탈메틸화하여 유전자 발현을 증가시키는 데 사용됩니다. 이러한 기술은 기존의 cDNA 기반 유전자 과발현 방식과 달리 내인성 프로모터를 유지하면서 생리학적 발현 수준을 조절할 수 있어, 유전자 발현의 정밀한 제어가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기술을 활용하여 AD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Ctsd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고자 했습니다. 연구팀은 dCas9-Tet1 시스템을 사용하여 Ctsd 유전자 프로모터의 DNA 메틸화를 제거함으로써 Ctsd 발현을 증가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또한, 이를 AD 동물 모델인 5xFAD 마우스에 적용하여 Aβ 축적 및 이와 관련된 인지 기능 저하를 완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Ctsd 발현 조절이 AD 병리 완화를 위한 새로운 치료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앞으로의 전망으로는, 본 연구에서 사용된 dCas9-Tet1 기반 DNA 탈메틸화 기술이 다양한 질병 치료에 적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AD 외에도 파킨슨병, 헌팅턴병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 그리고 암, 대사 질환과 같은 다양한 병리적 상태에서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기술은 단백질 수준의 조절수준에 그치지 않고, 질병 진행의 근본적인 유전자 기전을 표적으로 하여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임상 적용을 위해서는 기술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검증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며, 특히 인간 대상 실험에서 면역 반응 및 표적 외 효과(off-target effect)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본 연구는 Aβ 축적과 같은 AD 병리학적 특징을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기전을 제시하며, 정밀 의학과 후성유전학적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연구는 기존 치료법의 한계를 넘어 AD와 같은 난치성 질환을 보다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충북대학교 약학대학 분자유전학 연구실은 신경계 질환과 노화 관련 질환 같은 난치성 질환의 치료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주로 CRISPR/Cas9 같은 최신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해 유전적 질환을 교정하거나, 줄기세포 기술을 통해 손상된 세포를 대체하는 방법을 탐구합니다. 동시에, 다양한 질환의 분자적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치료 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일도 중요한 연구 과제 중 하나입니다.
우리 연구실의 목표는 단순히 이론적 성과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혁신적인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있습니다. 특히 기존 치료법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에 대해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연구에 대한 더 자세한 실험실 소식은 https://sites.google.com/view/cbnumgl/home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를 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건, 작은 발견이 쌓여서 결국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물론 실험이 잘 안 되고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올 때도 많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게 연구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동료들과 함께 문제를 풀어가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나누는 과정에서 협업의 중요성을 실감합니다. 앞으로도 한 걸음씩 꾸준히 나아가면서 조금이라도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연구는 끈기와 호기심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분야는 답이 정해져 있지 않고, 오히려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길고 복잡할 때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패에 좌절하기보다는 그것을 배움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또한, 항상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문제를 깊이 탐구하려는 호기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연구는 혼자 하는 일이 아닙니다. 동료 연구자들과의 협업, 지식 공유, 그리고 지속적인 학습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 좋은 멘토와 동료를 찾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분야의 연구는 한순간에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가는 일입니다. 때로는 이 길이 느리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만큼 보람도 크다는 점을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후배 여러분이 이 여정을 시작할 때, 저는 여러분의 열정과 가능성을 믿고 응원하겠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앞으로의 연구 계획은 알츠하이머병(AD)의 병리 기전을 보다 정밀하게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치료 전략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활용한 dCas9 기반 후성유전학적 조절 기술의 가능성을 확장해, AD의 주요 병리 요소인 아밀로이드 베타(Aβ) 축적뿐만 아니라 신경염증 및 타우 병리와 같은 다양한 기전을 표적으로 삼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AD 치료의 다각적 접근을 시도하고, 기존 치료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마지막으로, 연구 결과를 학문적으로 공유하는 데에도 힘쓰고자 합니다. 국내외 학회와 학술지에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연구자들과 협력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모색하는 등, 학계와 실질적으로 연결되는 연구를 이어가는 것이 제 연구 목표 중 하나입니다. 궁극적으로,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치료법 개발에 기여하는 연구자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연구자로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은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항상 느낍니다. 먼저, 실험실에서 함께 연구하는 선생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실험 과정에서 생긴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나누며 서로에게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가장 큰 원동력이었습니다. 특히 어려운 순간마다 서로를 격려하며 함께 걸어온 동료들의 존재는 제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또한, 지도교수님께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교수님께서 항상 연구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시고, 저에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기에 오늘날의 제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엄격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지도해 주시며 제 연구 방향을 이끌어주신 덕분에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교수님의 격려와 조언은 단순히 연구를 넘어 삶에 있어서도 큰 가르침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연구라는 길이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그 길을 함께 걸어주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 감사한 마음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더 의미 있는 연구를 통해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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