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그 동안 각기 다른 기관을 구성하는 상피세포에 스트레스를 주었을 때, 해당 기관을 구성하는 세포들이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 지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어 왔습니다. 특히 oncogene을 활성화 시킬 때 혹은 특정 타입의 세포를 인위적으로 절제했을 때, 어떻게 세포가 재분화를 하는가에 대해서는 정말 다양한 결과물들이 나와있습니다. 하지만 물리적 스트레스를 가했을 때, 세포 단위에서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가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이번 논문은 이전에 출판한 논문 다섯 개의 결과물을 비교하는 데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스트레스를 받은 유선과 전립선에서 공통적으로 콜라겐을 합성하는 유전자가 과발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아마도 콜라겐에 의해 세포 주변에 생기는 강직도가 달라지는 데서 성체 선상피세포의 분화가 일어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논문에서는 쥐에서 분리한 유선과 전립선 세포를 이용해 오가노이드를 만들고, 해당 오가노이드를 각각 다른 강직도를 가진 젤에서 키우면 어떻게 세포 구성이 달라지는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또한 single-cell RNA-sequencing을 이용해 세포의 구성과 특성을 조금 더 디테일하게 보았습니다. 저희 연구는 앞으로 다른 기관을 구성하는 세포들에 물리적 자극을 가했을 때 나타나는 세포 특성은 물론 해당 특성을 만들기 위해 활성화되는 기작을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사실 이 연구가 제가 single-cell transcriptomics를 시작하게 된 계기입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bulkRNA-seq으로는 분화 중간 과정에 있는 세포를 특정하기엔 어려움이 있었던 터라, 해당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single-cell RNAseq을 활용하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문제라면 저는 single-cell 관련 데이터에 대해서는 아예 경험이 없었던 터라 이 논문에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 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었습니다. 물론 당시에 교수님께서 공동 지도교수가 될 computational biologist 출신인 교수님도 구해주시고, 본인께서 아는 교수님들께 위탁을 해서 잘 배우고 논문도 이렇게 내게 되었습니다. 연구 초반에는 정말 이걸 어떻게 해야 할 지 아찔했는데, 지금 보면 이 논문을 통해 많은 걸 배우고 성장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현재 근무하는 곳은 Universite Libre de Bruxelles (프랑스어권 브뤼셀 자유대학)으로,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사립대학입니다. 저희 학교는 계열에 따라 캠퍼스가 벨기에 내 여러 군데에 분리되어 있는데, 제가 일하는 연구실은 의대와 수의대, 간호대학이 위치한 브뤼셀 외곽의 Campus Erasme입니다. 저희 학교는 ‘과학으로 정복하는 어둠’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고, 유럽 내외의 국제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기관과의 학술 및 인적 교류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연구실은 Laboratory of Stem Cells and Cancer (LSCC)이고, Cedric Blanpain 교수님께서 저희 연구실의 PI로 계십니다. 저희 연구실은 다섯 가지 연구 주제를 다루고 있고, 각 연구 주제 별로 개별적인 팀을 꾸려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유선과 전립선 세포의 다능성, 피부의 항상성 유지와 상처 치료 기작, 종양 세포의 기원과 줄기세포의 관련성, 종양 내 이질성은 물론 심장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 네트워크 연구 등 다양한 연구를 포괄하는 곳이 저희 연구실입니다.
저희 연구실은 유럽 내에서도 정말 규모가 큰 연구실입니다. 박사생과 박사 후 연구원, 테크니션을 모두 포함해 인원이 40명 정도 됩니다. 각 연구원들은 당연히 개개인의 프로젝트를 가지고 있고요. 또한 저희 연구실은 기관에서 볼 법한 정도의 현미경 설비나 유세포 분석 장비들을 다 가져다 놓을 수 있을 정도의 큰 연구실입니다. 아무래도 인원이 많다 보니, 필요한 내용에 따라서 디스커션을 할 사람을 연구실 안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제일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를 하면서 항상 느끼는 건 ‘나는 아직도 부족하고 배워야 할 건 많다’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내가 이 분야에 대해 많이 안다고 해도, 하루하루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다양한 발견들이 논문으로 나오는 것이 현실입니다. 논문들을 읽으면서, 갈수록 더 많은 노력을 하고 많은 논문을 읽으며 공부해야 제자리 걸음을 면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합니다.
아무래도 기관 내에 실험을 하는 인원에 비해 데이터 분석을 하는 연구원의 수가 월등히 적다 보니, 생물정보학을 하는 경우에는 캠퍼스 내에서 개개인의 실력과 생물학 지식 수준에 대해서 소문이 금방 납니다. 오죽하면 제가 모르는 연구실에서 저를 알고 있는 경우가 있기도 하고요. 이런 환경이 사람을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제 지도교수님이나 다른 분들이 데이터 분석과 관련한 문의를 받으면, 저를 도움이 될 만한 사람으로 언급하실 때면 어느 정도 감사한 마음도 있고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게 됩니다.
사실 제가 이 기관 내에 유일한 한국인입니다. 교수님들 말을 들어보니 저를 제외하고는 의과대학 캠퍼스에서 학위 과정을 한 한국인이 없었고, 지금도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연구도 학내 활동도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제 자신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가 이 캠퍼스에서 한국 사람에 대한 정의가 되는 걸 몇 번 겪은 터라, 아무래도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아무래도 과학 분야에서 유학 이야기를 하면 꼭 영미권 국가나 독일 정도가 괜찮다고 여겨지는 선에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석사 유학을 준비할 당시에는 무조건 미국을 가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8년 가까이 벨기에에서 박사 과정을 지내고 연구원으로 일을 하면서 보니, 사람들이 선택하지 않는 길이 꼭 나쁜 길은 아닌 것 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저도 벨기에를 목표로 두고 지금 있는 기관에 지원을 해서 박사 유학을 온 건 아니었지만, 8년 간의 생활을 곱씹어보니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벨기에가 타 국가에 비해 외국 출신의 학위 과정생이나 연구원의 채용에 있어 상당히 긍정적이고, 실제로 급여나 직책 등에 있어서 타 국적에 대한 차별이 매우 적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21년 통계 기준으로, 박사과정생의 ¾가 벨기에 출신이 아니라는 발표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국가 단위는 물론 지역 정부 단위, 유럽연합 단위 등에서 수주할 수 있는 연구비가 매우 많은 편입니다. 또한 박사과정을 하는 중에는 학비가 1년에 5만원이 채 되지 않는데다, 최소 4년간은 월급이 나오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도 매우 적습니다.
결론은 개척이 잘 되지 않은 길에서 여러 경험을 하면서 내 길을 만들어 갈 수도 있고, 그게 또 추후에 제 강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의외로 한국 내에서 과학계와 관련해서 잘 알려지지 않은 국가들이 생각 이상으로 연구비나 인건비 등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다양한 옵션을 고려해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일단 리비전에 들어간 논문이 아직 두 개가 남아있습니다. 이 논문들도 제 졸업 논문의 마지막 두 챕터를 구성하는 논문인 터라, 저 두 논문을 잘 마무리 하는 게 가장 확실한 계획인 것 같습니다. 또한 수료 상태로 약 3년 정도 일을 하고 있는데, 2025년 8월 말 전으로 박사 학위 청구를 하는 것 또한 목표 중 하나입니다.
벨기에는 생명공학 및 의약학 계열에 정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이고, 연구자를 채용하거나 연구비를 수주하는 데 있어 국적에 따라 차별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또 8년 가까이 생활을 하면서 이 나라가 저에게 잘 맞는 것 같아, 가능하다면 벨기에에서 오래 지내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또한 2024년 후반기에 입학한 박사생들과 후속 연구를 막 시작했는데, 이 연구들이 아무래도 제 관심사에도 잘 맞고, 이래저래 흥미가 있는 주제인 터라 되도록 같이 마무리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제약회사나 병원 등으로 직장을 옮겨서 근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벨기에는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유전자 검사를 받을 수 있고, 대부분의 비용이 보험으로 커버가 된다고 합니다. 해당 데이터를 처리하고 해석을 하는 업무를 하는 연구원을 병원 단위에서 많이 채용을 한다고 하는데, 가능하다면 그런 곳에서 일을 하며 조금 더 클리닉과 가깝게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사실 유학에 대해서는 거의 통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출국 한 달 반 전에 부모님께 알렸기 때문입니다. 상당히 놀라실 법 한데도 불구하고 제 선택이 옳을 거라고 무조건 믿어 주신 아버지에게 제일 먼저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을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제 지도교수님인 Cedric Blanpain과 Alejandro Sifrim, 이 논문을 같이 만든 Alessia Centonze와 Chen Jiang이 없었다면 이 논문은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 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양한 노력을 해 주는 연구실 사람들과 시퀀싱 퍼실리티 분들께도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제가 학부 시절 제대로 된 과학자가 될 수 있게 가르쳐 주신 숭실대학교 이채영 교수님과 류지혜 선생님께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두 분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뭘 하고 있었을 지 조차도 상상이 가지 않네요. 당시 맹랑하게 3월 초에 교수님 오피스에 찾아가서 ‘연구실에 받아달라’ 했던 허무맹랑한 스무 살 어른이가 이렇게 잘 컸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유럽에서 연구자로 만나 지금까지 활발하게 디스커션을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건 정말 복된 일인 것 같습니다. 특히나 영국과 네덜란드, 스위스를 비롯해 다양한 국가에서 다양한 연구를 하는 친구들과 다양한 시각을 공유할 수 있는 것 만큼 과학자에게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요. 오정주 박사, 한지훈 박사, 정태우, 신동한, 김소형 박사과정생 친구들에게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벨기에에서 만나 이제는 가족이 된 Pieter Bilterys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그리고 같은 박사생 신분으로 동고동락 했던 큰도련님 Thomas, 같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막내도련님 Marteen에게도 공을 돌립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가 연구한다고 밥은 챙겨먹는지 본인 자식들보다 더 걱정하고 계신 아버님 Geert와 어머님 Marleen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벨기에
#발달생물학
#생물정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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