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폐암은 전 세계적으로 암 관련 사망의 주요 원인입니다. 흡연은 폐암의 위험인자로 잘 알려져 있으며, low-dose CT (LDCT)는 흡연자에서 폐암의 조기 발견을 위한 선별 도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통계에 따르면 폐암의 약 25%가 비흡연자에게서 발생하며, 특히 폐선암 (Lung adenocarcinoma) 환자 중 비흡연자들의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흡연률이 감소함에 따라, 비흡연자에서의 폐암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고, 특히 동아시아에서 비흡연자의 폐암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비흡연자에 대한 효과적인 폐암 선별의 필요성을 시사합니다.
최근 대만에서 시행된 “The Taiwan Lung Cancer Screening in Never-Smoker Trial (TALENT)”에서는 폐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들에서 폐암이 더 많이 발견되었으며, 특히 여러 명의 폐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모계 폐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들에서 폐암 발견률이 현저하게 높았습니다. 또한 선행연구에 따르면 비흡연자에서 폐암에 대한 상대 위험도는 폐암으로 진단된 가족 수가 늘어남에 따라 유의미하게 상승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들을 바탕으로 폐암 가족력을 비흡연자 대상의 LDCT 폐암 선별 프로그램의 포함 기준으로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한편 아시아 여성 폐암 환자의 90%가 비흡연자이고, 아시아 비흡연 여성에서는 폐선암이 호발하며, 특히 폐암 가족력이 있을 때 EGFR 변이 폐선암 및 폐선암 전구병변 (adenocarcinoma spectrum lesions)의 위험이 높습니다. 이는 CT에서 간유리음영 결절 (Ground-Glass Nodule, GGN) 이라는 특징적인 형태의 전암성 병변에서 시작되어, 크기가 커지고 침습적 고형 부분을 포함하는 부분 고형 결절 (part-solid nodule)로 변하면서 폐선암으로 진행하게 되며, 이 과정을 모두 흉부 CT를 통해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GGN의 대부분은 매우 천천히 자라거나 자라지 않는 경우도 있어, CT를 통한 검진을 통해 가장 큰 혜택을 볼 수 있는 타겟 집단과 그 추적 전략을 정교화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에 본 연구는 아시아 비흡연 여성에서 폐암 가족력이 GGN의 유병률 및 폐암으로의 진행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려는 목적으로 진행하였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10,151명의 아시아 비흡연 여성을 대상으로 한 LDCT 검진에서 GGN의 유병률을 보았고, 10년간의 추적 기간의 영상을 순차적으로 분석하여 폐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의 GGN의 자연 경과에 있어 차이를 밝혔습니다. 폐암 가족력이 있는 환자에서 없는 환자에 비해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는 GGN, 다발성 GGN, 크기가 커지는 GGN, 폐암 발생률이 더 높았고, 폐암 가족력이 10년 기간 동안 GGN 크기 증가의 독립적인 위험 인자였습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폐암 가족력은 비흡연자 대상의 폐암 선별에 있어 중요한 포함 기준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본 연구의 대상인 GGN 병변은 CT 상에서 연속적인 변화를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에서 추적 손실이 적은 다년간의 데이터를 제공해주셨기에 본 연구가 가능했습니다. 양질의 데이터를 제공해주신 최승호 교수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서울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흉부섹션에서 진료교수로 근무하고 있고, 본 연구는 같은 기관에서 전임의로 근무하였던 작년에 윤순호 교수님의 지도 아래 시작한 연구입니다. 본 연구의 분석에 사용된 데이터는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의 최승호 교수님께서 제공해주셨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흉부섹션은 Fleischner Society와 대한흉부영상의학회 회장을 역임하신 구진모 교수님을 필두로 학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시는 여러 교수님들께서 재직 중인 곳입니다. 현재 흉부영상의학 분야에서 가장 많은 연구성과를 내고 있는 곳 중 하나로, 주로 폐암 검진, 영상의학에서 인공지능 기반 진단 시스템의 구현, 간질성 폐질환, COVID-19, 경피적 흉막침습 바늘 생검 (percutaneous transthoracic needle biopsy) 등의 주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는 늘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닌, 현실에서 의미가 있는 연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이에 의학과는 큰 연관이 없는 전공에서 의학으로 과감히 진로를 바꾸었습니다. 그러나 의학분야에 몸담으면서 의학연구에서도 큰 그림을 보지 않으면 여전히 연구를 위한 연구를 하게 될 뿐임을 깨달았습니다. 교신저자이신 윤순호 교수님께서 현시점에서 필요한 연구주제를 정확히 발견하고 지도해주셔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주제에서 성과를 내는 귀중한 경험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한 연구에 대해 동료 연구자들의 관심과 피드백을 받을 때 학계에서 미약하게나마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굉장히 보람됨을 느꼈습니다. 스스로 중요한 연구주제를 잡아낼 수 있는 시각을 키우는 것이 앞으로 저에게 주어진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연구진행과정에서는 방대한 자료를 눈앞에 두고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나 난감해서 며칠간 미루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그 고민할 시간에 바로 시작하여 엑셀 한 칸이라도 더 채우는 것이 가장 빠르게 연구를 진행 할 수 있는 길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연구결과는 결코 한번에 완벽하게 뽑아낼 수 없으며, 여러 번의 반복과 시행착오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이번 연구를 진행하면서 깨달은 바였습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실체를 갖춘 연구가 되어 세상에 공개되기까지는 다소 지난한 작업이 이어져야 하기에 연구자는 성실함과 지구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영상의학과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 대학병원을 떠나 기타 기관에서 판독을 업으로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판독이 영상의학과의 가장 중요한 업무이지만, 학계에서는 판독 업무만으로는 짐작하기 어려웠던 무궁무진한 연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흉부영상의학은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가장 최신을 달리고 있는 독특한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인공지능과 관련하여 가장 많은 연구가 쏟아지고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흉부영상의학은 연구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열려있으니 활발히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계시는 교수님들과 연구실의 문을 두드리면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 연구에서는 폐선암의 전구병변인 GGN에서도 폐암 가족력이 폐암으로의 진행 가능성을 높이는 위험 인자임을 최초로 밝혔습니다. 이어서 후속연구에서는 폐암에 대한 병인성 생식세포 변이에 대한 분석을 시행해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폐암 고위험군을 파악하여 비흡연자 폐암 선별의 맞춤 전략에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저는 이제 막 여러 교수님들의 도움을 받아 연구에 발을 뗀 초심자 입장입니다. 향후 폐암, 간질성 폐질환, 인공지능과 진료의 접목 등을 비롯한 흉부영상의학의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연구성과를 내보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우선 본 연구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주신 윤순호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또한 지치지 않는 학문적 열정으로 연구에 매진하시는 과내 교수님들을 보며 학문적으로도 인간적으로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하는 일에 늘 의심 없는 깨끗한 응원을 보내주시는 부모님과 다정한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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