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Anoctamin/TMEM16 단백군은 세포 막에 존재하며 다양한 신호 전달을 매개합니다. 이 군에 속한 TMEM16A(또는 ANO1)은 특히 칼슘 이온에 의해 활성화되는 염화 이온 채널로서, 2008년 처음 발견된 이후로 매우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분야입니다. TMEM16A는 다양한 조직에서 발현되어 세포 신호 전달, 삼투압 조절, 점액 분비 등 생리학적 조절 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최근에는 종양세포의 발생 및 전이에 관여한다는 것 또한 밝혀졌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전기생리학, 분자 도킹 및 클러스터링 알고리즘, 알라닌 스캐닝 돌연변이주입, 그리고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을 다각적인 접근법을 통해, magnolol과 honokiol이 TMEM16A의 서로 다른 두 부위에 결합함을 규명했습니다. 이들을 각각 ‘pore pocket’과 ‘nonpore pocket’으로 명명하였으며, 서로 다른 분자적 메커니즘을 통해 TMEM16A를 억제하는 것을 밝혔습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기존에 알려진 TMEM16A 억제제들을 pore형과 nonpore형으로 분류하였습니다.
이 연구를 통해 TMEM16A의 화학적 조절 메커니즘에 관한 새로운 구조적·약리학적 특징을 제시함으로써, 보다 표적화되고 효과적인 조절제를 개발할 수 있는 이론적 배경을 제공하였습니다. TMEM16A 억제 작용에 대한 분자적 이해는 TMEM16A 관련 질환의 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뿐 아니라, 이온 채널 약리학 분야에서의 연구와 치료 전략에도 큰 진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림 1. TMEM16A의 약물 결합 부위 발굴 과정 (Roh et al., 2024, PNAS; PMID 39656212)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번 연구는 세 곳의 실험실이 각자의 강점을 살려 협력한 결과물입니다. 먼저,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남주현 교수님 실험실에서는 전기생리학적 기법인 패치 클램프부터 칼슘 이미징 등 세포 생리학 연구에 필수적인 분석 기술과 장비가 체계적으로 구축되어 있습니다. 이곳에서 저희는 세포 수준의 생리학적 현상을 정밀하게 관찰하고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실험들을 진행하였습니다.
두 번째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지헌영 교수님 연구실에서는 신장 질환, 암 전이, 난청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은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저는 이곳에서 박사과정 연구원으로서 난청 연구팀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저희는 세브란스 이비인후과 연구실과 협력하여 난청 환자의 유전체를 분석해 난청 후보 돌연변이를 발굴하고, 세포 및 동물 모델을 통해 난청의 발병 기전을 검증하며 새로운 치료 전략을 모색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헌영 교수님 연구실은 최첨단 드라이랩(dry lab) 시설을 갖추고 있어 유전체 분석 및 단일 세포 전사체 분석과 같은 첨단 의과학 연구를 수행하고, 동시에 최고 수준의 웻랩(wet lab) 시설을 보유하고 있어 분자생물학 및 전기생리학 연구를 효과적으로 병행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강원대학교 생화학과 이욱 교수님 실험실은 분자 동역학 시뮬레이션을 위한 고성능 GPU 서버를 완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단백질 구조 변화나 분자 간 상호작용을 시뮬레이션으로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어, 실험적 결과를 보완하고 분자 기작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렇듯 서로 다른 분야와 기술적 강점을 지닌 세 실험실이 협력함으로써, 다각적인 접근 방식과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이 논문은 제가 의과대학 재학 시절에 시작했던 프로젝트입니다. 처음에는 magnolol과 honokiol의 효능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궁금했을 뿐이었는데, 결국 이렇게 의미 있는 결실을 맺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프로젝트를 처음 착수했을 당시, 저는 분자 도킹이나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 같은 컴퓨터 기반 기법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여러 논문을 참고하고 직접 알고리즘을 개발하면서 약물 결합 부위를 예측하였고, 단백질 구조와 알고리즘을 공부하여 제가 연구하는 TMEM16A에 적용해 보는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얻은 결과를 실험으로 검증했을 때 알고리즘이 예측한 대로 결과가 일치하는 모습을 보며 큰 성취감과 보람을 느꼈습니다.
돌이켜보면 보람을 느낀 순간도 많았지만, 실험 과정과 긴 리비전 기간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논문을 처음 투고했을 때는 “이제 모든 게 완성되었다”는 마음이었는데, 아마 제가 자만했던 것 같습니다. 리뷰어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진 않았지만 매우 냉정했고, 이미 충분히 입증했다고 생각했던 세부적인 부분까지 추가로 많은 실험과 분석을 요구하였습니다. PNAS와 이전에 리젝되었던 저널을 포함하여 2년 넘게 리비전을 진행하면서 스스로를 탓하고 부족함을 느낄 때도 많이 있었지만, 결국은 이 모든 과정을 극복하고 논문이 완성되어 큰 감사를 느낍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한층 더 성장한 연구자가 된 것 같아 뿌듯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아직 박사 과정을 밟는 입장이지만, 어느 분야든 학문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반드시 따른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 역시 이번 논문을 준비하며, 왜 논문을 쓰고 출판하는 과정이 이토록 어려운가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 보았습니다. 학위 과정에서 과학적·논리적 사고 방식을 훈련받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제 아이디어나 주장이 ‘이전에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것’이기 때문에 수많은 난관에 부딪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논문을 쓴다는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전 인류를 대상으로 설득하고 증명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지도 교수님의 조언, 리뷰어들의 코멘트, 스스로에 대한 실망 등으로 자책하게 되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처럼 어렵고 치열한 증명과 설득, 그리하여 새롭게 발견되는 지식이야말로 제가 이 학문을 연구하고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이유입니다. 결국 그 어려움을 이겨냈을 때 얻는 결과는 한층 더 값지고 뜻깊게 느껴지며, 이를 통해 학자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먼저 이번 연구에서 활용했던 TMEM16A의 분자 도킹 기법을 다른 이온 채널이나 단백질로 확장 적용할 수 있는지를 살펴볼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채널에서 약물 결합 부위를 발굴하거나 작동 기전을 규명하고 싶습니다. 또한 현재 소속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지헌영 교수님 연구실에서 이온 채널의 막 수송 과정과 세포막 전위 인지 메커니즘, 그리고 크리스퍼(CRISPR)를 이용한 유전자 스크리닝 기술 등 흥미로운 주제들을 함께 연구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무엇보다도 이번 논문이 잘 마무리될 수 있었던 것은 주변의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의과대학 학부생 시절부터 저를 실험실에 받아들이고 지도해 주신 남주현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동국의대 이온통로질환연구소에서 실험에 필요한 지원을 아낌없이 해주신 김우경 교수님, 그리고 분자 동역학 시뮬레이션을 진행할 수 있도록 서버를 제공해 주시고 세심한 지도를 해주신 강원대학교 이욱 교수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연세대로 진학한 뒤에도 계속해서 프로젝트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신 지헌영 지도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분들의 가르침과 도움이 있었기에 이 논문을 성공적으로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의사인 아들이 연구자로 길을 걷겠다고 했을 때, 묵묵히 사랑과 응원으로 지켜봐 주신 부모님과 가족들에게도 감사합니다. 이분들의 격려와 지원이 물과 양분이 되어, 작은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자라날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더 발전된 모습으로 보답하겠습니다.
#TMEM16A
#ANO1
#Drug-binding s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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