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사람이 사랑한다는 감정을 느낄때에는 뇌섬엽이라는 부분이 활성화 된다 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누군가의 뇌섬엽이 활성화 되어있다 해서 그 사람이 지금 사랑을 느끼고 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뇌섬엽은 사랑뿐만이 아닌 다양한 인지, 결정, 감정에 연관되어 있으며, 더 넓게 보면, 전두엽 대부분의 영역들은 다양한 사고와 연관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누군가의 생각을 읽어내고 싶다면 뇌의 한 영역만 봐서는 안되고 전체적인 패턴을 관찰해야 합니다. 전체적인 뇌영상 데이터에 머신러닝을 적용하여 특정 사고의 유무를 검출해내는 연구방법이 최근에 인기가 많은 뇌-디코딩 (Brain-Decoding; Neural Biomarker; Neural Predictor)입니다. 뇌-디코딩 기법을 사용하여 통증과 같은 주관적 임상적 지표를 객관적으로 검출해내거나, 인지심리학의 이론을 검증해본다던지, 더 나아가 피실험자 혹은 모집단이 미래에 내릴 결정도 예측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에 여러분이, 모종의 연유로, 법정에 서게 되었다면, 그리고 검사가 여러분에게 뇌-디코딩으로 만든 거짓말 테스트를 받을것을 요구한다면, 여러분은 이 거짓말 탐지기를 믿을 수 있을까요? 긴장되어서 떨고 있을 뿐인데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의심받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뇌리에 스칩니다. 이처럼 대중의 거짓말 탐지기에 대한 불신은 뇌-디코딩 분야가 극복해야할 난관과도 궤를 같이 합니다. ‘정말로 거짓말을 측정하는지 어떻게 알아?’ 혹은 ‘정말로 뇌-디코더가 통증을 검출하고 있는지 어떻게 알아?’ 이것은 정확성보다 좀 더 본질적인 타당성 (validity)의 문제입니다.
얼핏 생각하면 이러한 의구심을 해결하기 위해선 뇌-디코더의 정확성을 높이면 되지 않을까 생각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이 사용하는 임신테스트기를 보면 정확성과 타당성은 약간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임신 테스트기는 정말로 임신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임신의 지표중 하나인 hCG 호르몬의 양을 측정하는 기구입니다. 이처럼 사실 타당성에 약간의 문제가 있지만, 보통의 모집단에서는 대부분 hCG호르몬 양이 많은 사람들이 임신이기 때문에 정확성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특정 병리적 이유로 hCG호르몬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사람들이 많이 있는 집단에서는 임신 테스트기가 너나 할것 없이 모두 임신이라 진단 할 확률이 큽니다. 즉, 타당성에 문제가 있을 때에는 (정말로 측정하고자 하는것이 아닌 다른것이 측정 될 때에는), 정확성이 떨어지는 상황이 반드시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야기를 되돌려서, 거짓말 탐지기가 정말 순수히 거짓말만을 탐지해내고 있지 않다면, 만약 긴장으로 인해 유도되는 신체적 반응을 살피는 기계라면, 긴장을 하기 쉬운 사람은 참말을 해도 거짓말이라 검출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뇌-디코더가 정말로 검출하고자 하는 사고가 아닌 다른 엇비슷한 사고를 검출하고 있는 것이라면, 어떻게 해야 그 오류를 찾고, 수정 할 수 있을까요?
서론이 길었지만, 이번에 소개드리는 연구는 뇌-디코더의 타당성을 테스트해보고, 부족한 타당성을 보완할 수 있는 머신러닝 방법론을 제시하는 연구입니다. 우선 저는 거짓말과 참말을 할때에 찍힌 뇌영상에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훈련시켜서 소위 말하는 ‘거짓말 측정기’를 만들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거짓말과 참말을 80% 확률로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순수한 거짓말만 검출하는 것일까요? 이 타당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저는 제가 만든 거짓말 측정기에게, 거짓말과 참말을 구분하는 작업이 아닌, 이기적인 참말과 이타적인 참말을 구분하는 작업을 맡겨보았습니다. 만약, 정말 뇌-디코더가 순수히 거짓말만을 검출하는 기계라면, 이타적이든 이기적이든 참말은 모두 동등하게 보여서 구분할 수 없어야 합니다. 이상적인 임신테스트기라면 임신하지 않은 일반인과 임신하지 않은 hCG호르몬 증가 환자를 구분할 수 없어야 하는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제가 만든 거짓말 탐지기는 이기적인 참말과 이타적인 참말 또한 거의 80%에 가까운 확률로 구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타당성의 문제제기를 함으로서, ‘사실 거짓말을 판별하는게 아니라, 거짓말을 할때 포함되는 이기성을 검출하는 기계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보인것입니다.
여기서 끝냈다면, 다소 뇌-디코딩 연구에 대해 풍자적인 연구가 되었겠지만, 저는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가, 이 타당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제시하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겠지만, 머신러닝 알고리즘에게 두가지 목표를 제시하는 방식을 사용하였습니다: ‘거짓말과 참말을 최대로 구분하되, 이기성과 이타성은 절대 구분할 수 없어야 한다’. 생각보다 난관이었던 점은, 상식적으로 떠오르는 해결방법들이 모두 빗나가서, 우리의 직관이 얼마나 어긋나 있었는지 깨달은 점이었습니다. ‘이기적인 거짓말과 이타적인 거짓말을 적절히 섞은 예제를 쓰면 되는것 아닐까’ 와 같은 여러 직관적인 방식들을 논문에 비교대조 해 놓았으니, 관심있으신 분은 논문을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새로 개발한 알고리즘을 사용하면, 성공적으로 거짓말만 검출해낼 수 있고, 다른 행동은 구분하지 못하는 뇌-디코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이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향후에 거짓말과 혼돈될만한 다른 타당성의 의혹점(예: 긴장됨, 호흡, 복잡한 심경)들도 앞으로 거짓말 탐지에서 배제할 수 있음을 보인 연구가 됩니다. 우스갯소리로만 생각하던 거짓말 탐지를 유사과학이 아닌 타당한 뇌-심리학적 관점으로 가져와 진일보하였다 생각합니다.
한발짝 물러서서, 저는 거짓말을 연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타당성의 이해를 돕기 위해 거짓말에 관한 연구를 선택하였지만, 조금 더 일반적으로 뇌-디코더의 타당성을 어떻게 테스트해볼 수 있는지, 그리고 타당성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지 제시하는 연구를 하고 싶었습니다. 향후 통증과 같은 임상적 지표를 검출하는 뇌-디코딩 연구에도 정말 실험자가 원하는 지표가 검출되고 있는지, 아니면 다른 비슷한 사고나 관련없는 행동도 무더기로 같이 검출되는지 정량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의 Helen Wills Neuroscience Institute에 서 박사후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제 어드바이저 두분은 마케팅학과 교수님과 신경과전문의 교수님이셔서 다소 넓은 시야를 갖고 연구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Helen Wills Neuroscience Institute는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에, 특정 분야에 묶여있기보단 하고싶은 연구를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듯 합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대학원생일 때에는 그저 제가 하고싶고 재밌어보이는 연구를 하는데에만 시간을 많이 할애했었지만, 최근에는 앞으로 살면서 쓸 수 있는 논문 수가 무한하지 않다는 점이 새삼 느껴집니다. 앞으로 남은 연구들은 기왕이면 조금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연구를, 그리고 제 분야의 향후 10, 20년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를 하고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논문은 어떤 사실적인 결과를 보고하는 장이기도 하지만, 제 생각에 더 중요한 논문의 기능은 바로 같은 분야의 다른 학자들을 설득해야 하는 글이라는 점입니다. 요새는 챗지피티를 통해서 첨삭을 즉시 받을 수 있는 좋은 환경이지만, 그조차도 좋은 수정의 방향을 보고 융합해낼 수 있는 능력과 작가로서의 목소리가 필요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최근에 저는, 훗날 제가 첨삭해주어야 할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영문 독서를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나이들어감에 따라 젊을 때에 운동을 꾸준히 하지 않았던 점이 아쉬워지듯이, 케케묵은 이야기같지만, 독서를 조금 일찍 시작했다면 좋았을것을, 하는 생각이 듭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 여러 실험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사고를 검출하는 뇌-디코딩법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번 논문에서 ‘A 가 아닌 B’ (예: 이기심이 아닌 거짓말)를 검출하도록 개발한 알고리즘과 상호관계에 있는 ‘A 와 B’에 공통적인 사고를 검출하는 법을 발표하려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심리학의 독특한 매력이라면, 우리의 연구대상이 눈 뒤에 숨어 있어 볼 수 없고, 두 귀 사이에 숨어 있어 들을 수 없다는 점이라 생각합니다. 비록 연구 논문은 수치에 대해, 실험에 대해, 그리고 뇌에 대해 건조한 이야기를 하지만, 어두운 장막 뒤에 무언가를 찾으려는 노력과 그 어둠속의 신비함은 많은 분들께서도 흥미를 가질만한 이야기라 생각됩니다. 다른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도, 과학을 업으로 삼지 않으시는 분들도 심리학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고맙기 그지없겠습니다.
#Brain-decoding
# Cognitive Neuroscience
# Lie-det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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