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메트포르민 (Metformin)은 제2형 당뇨병 치료를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약물로, 뛰어난 혈당 강하 효과와 더불어 부작용이 적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널리 처방되어 오고 있습니다. 최근 연구들에서 메트포르민이 당뇨병 환자에서 암 발생률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관찰되며 항암제로서의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으나, 그 표적단백질과 작용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고농도의 메트포르민이 오토파지 유도를 통해 간세포암을 저해하는데 관여하는 새로운 표적 단백질을 동정하고 세부적인 작용 기전을 규명하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메트포르민은 구아니딘 구조를 가져 생리적 조건에서 양전하를 띤다는 점을 고려하여, 음전위를 갖는 세포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를 주요 표적으로 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습니다. 본 연구실에서 10여 년 전부터 구축해온 비수식 화합물의 표적단백질 동정 방법인 DARTS-LC-MS/MS를 활용하여 비수식 메트포르민의 표적 단백질로 미토콘드리아 외막 채널 단백질인 VDAC1(Voltage-Dependent Anion Channel 1)을 동정하였습니다. 또한, Computational alanine scanning mutagenesis 분석을 통해 메트포르민이 VDAC1의 Asp9, Glu203 잔기에 결합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고, 이들 hot spot 아미노산 잔기의 alanine mutant를 제작하여 세포 생화학적 검증을 수행함으로써, 양전하를 띠는 메트포르민이 VDAC1 단백질의 음전하를 가진 Asp, Glu 잔기와 정전기적 상호작용을 통해 결합함을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메트포르민과 VDAC1의 결합이 IP3R과의 상호작용을 감소시키고, 결과적으로 미토콘드리아와 소포체 사이의 상호작용을 감소시키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이로 인해 세포질 내 칼슘 농도가 증가하고, TFEB(Transcription Factor EB) 의존적인 오토파지가 유도되었습니다. 아울러 미토콘드리아로의 칼슘 유입이 감소하면서 ATP 생성이 억제되고, AMPK 활성화가 촉진되었습니다. 종합하여, 본 연구에서는 메트포르민이 VDAC1을 표적으로 하여 미토콘드리아와 소포체를 연결하고 칼슘 전달을 조절하는 세포소기관 소통의 핵심 구조인 IP3R-GRP75-VDAC1 복합체 상호작용에 영향을 줌으로써 오토파지를 유도하고 암세포 사멸을 촉진하는 새로운 작용 기전을 규명하였습니다. 이 결과는 VDAC1이 과발현된 간세포암을 비롯한 다양한 암종에서 메트포르민이 오토파지 유도 약물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후기로, 본 연구실에서 메트포르민의 표적 단백질로 VDAC1이 동정된 시기는 10년전인 2014년이었는데, 이후 여러 상황으로 인해 해당 프로젝트가 중단되었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습니다. 최근 연구실에서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세포소기관 상호작용 조절 화합물’ 관련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중, 우연히 메트포르민의 MAM 조절 가능성을 새롭게 발견하였습니다. 어쩌면 잊혀 질 뻔했던 연구가 많은 공동연구자 분들의 관심과 노력 덕분에 당시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을 담아 10여 년 만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연구를 잘 마무리할 수 있어 기쁜 마음과 동시에, 지금도 우리 몸속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생명 현상이 얼마나 많을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올해로 만 25주년을 맞이한 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 화학유전체학 연구실은 권호정 교수님의 지도 아래, 박사후연구원인 저를 포함해 총 14명의 대학원생 및 학부 인턴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열정적이고 즐겁게 연구를 진행 중이며, 각 구성원은 책임감 있고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하기 위해 개인 프로젝트를 맡아 연구 발견을 통한 기쁨을 축적해가고 있습니다. 화학유전체학은 저분자 화합물을 활용해 생명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암, 대사 질환, 퇴행성 질환 등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화합물 발굴을 위한 다수의 화합물 라이브러리 스크리닝부터 시작하여, 표적 단백질의 동정과 검증, 작용기전의 규명, 동물 모델에서의 전임상 효능 평가까지 생리활성 분자 발견 및 개발 기초 이행 연구의 전 단계를 직접 수행합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세포 실험과 동물 실험을 포함하여 proteomics, bioinformatics, AI 분석 등 분야를 넘나드는 다양한 최신 연구 기법을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외 연구팀과 협력 연구를 통해 연구 경험을 쌓고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교수님께서 언제나 아낌없는 지원과 격려를 보내주십니다.
또한, 2021년부터 한국연구재단 선정의 <세포소기관 분자사회 리더 연구단>을 운영 중입니다. ‘저분자 화합물을 활용한 세포소기관 상호작용 조절 및 분자 사회적 기능 해석’을 목표로 세포소기관 상호소통을 조절하는 새로운 생리활성 화합물을 발견하고, 이들의 신규 표적 단백질 동정 및 기능 규명과 이를 활용한 새로운 생체 기능 조절제 제시 등 기존에 수행된 바 없는 창의적이고 경쟁력 있는 연구를 해 나가고 있습니다. (연구실 홈페이지: http://kwoncglab.com)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희 연구실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생리활성 화합물을 발굴하고 표적 단백질을 동정하는 다양한 시스템을 독창적으로 구축해 왔으며, 덕분에 효율적인 연구 수행이 가능합니다. 메트포르민은 1950년대에 개발되어 지금까지도 많은 제2 당뇨병 환자들에게 처방되고 있는 약물인데,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봤을 유명한 약물의 새로운 활성인 암세포증식 억제 관련 표적 단백질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메트포르민 뿐만 아니라 질병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약물들이나 아직 약물로 개발되지 않은 수많은 화합물들의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기전이 존재한다는 것이 앞으로 연구자로서 탐구하고 해결해야 할 일이 얼마나 무궁무진 한지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연구는 결코 혼자 해낼 수 없다는 사실을 많은 순간 깨닫습니다. 넘치는 열정과 아이디어로 많은 가르침을 주시며 연구를 이끌어 주시는 교수님, 연구적으로나 그 외적으로나 늘 힘이 되어주는 든든한 랩실원들, 그리고 훌륭한 공동 연구팀 분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 제 연구 생활의 가장 큰 자부심인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게 그랬 던 것 처럼, 저 또한 주변 동료 연구자분들께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화학유전체학은 생물학과 화학, 의약학 등 다양한 학문이 융합된 분야로, 학문의 경계를 넘어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과 함께 토론하며 새로운 시도를 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암, 대사 질환, 퇴행성 질환 등에서 약물의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타겟을 검증함으로써 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약물 개발 및 질환의 매커니즘을 밝히며 새로운 지식을 도출해 세상에 이로운 기여를 하고 싶다면 이 분야로의 진학을 고려해 보시길 권합니다.
연구는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까지 오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합니다. 힘들고 지치는 순간들, “내가 잘 하고 있는 걸까?” 라는 고민의 순간들이 찾아 오기 마련인데, 연구자라면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과정이기에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동기부여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 라는 말도 있듯이, 큰 목표를 이루기에 앞서 연구실 생활 속 작은 성취의 경험들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연구실 동료들과 서로 대화하고 의지하며 함께 보내는 시간들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겸손한 자세로 묵묵히 연구에 임하시고, 그 길의 끝에서 꼭 좋은 결과를 마주하게 되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 여러 질환 모델에서 다양한 생리활성 화합물들의 작용 기전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에 있으며 박사후연구원 과정동안 해당 연구들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입니다. 앞으로도 화학유전체학분야에서 더욱 깊이 있는 연구를 진행하여 새로운 약물 개발에 기여하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계속 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석사 과정 시절, “나도 언젠가 한빛사에 소개되는 연구자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 소중한 기회를 주셔서 한 해를 더욱 뜻깊게 마무리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학위 과정부터 지금까지 부족한 저를 믿어 주시고 많은 가르침을 주시며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 권호정 교수님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본 연구의 기초를 마련해 주신 진영 선배님, 함께 실험하며 힘써준 공동 1저자 지호와 Raudah 선생님, 바쁘신 와중에도 여러 도움을 주신 이화여대 최선 교수님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김진영 박사님, 이주연 박사님께 이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끝으로, 오랜 시간 함께 해온 화학유전체학연구실의 랩실원들을 비롯하여 곁에서 큰 힘이 되어주는 가족과 친구들, 많은 소중한 분들께 감사함을 잊지 않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는 연구자가 되겠습니다.
#Metformin
# 오토파지
# M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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