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기수 환경은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전이 지역으로, 염분 변동 폭이 매우 큰 독특한 생태계입니다. 지구 온난화의 가속화로 이러한 염분 변화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본 연구의 목적은 염분 변화에 따른 기수 재첩의 가소성을 확인하고, 이 종이 기수 환경에서 오랜 기간 어떻게 적응하고 진화해왔는지 그 실마리를 규명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의문에 답하기 위해 최초로 재첩의 Genome project를 수행했습니다. 염분 변동이 큰 환경에서의 적응과 진화 과정을 연구하던 중, 예상치 못하게 신경 관련 기작을 규명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추 신경계에서의 신호 전달 연구는 주로 인간이나 쥐와 같은 소수의 척추동물 모델에 집중되어 있었으며, 재첩과 같은 비모델 동물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습니다. 사실 연구 과정에서 저희가 생각했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이 되었고, 새로운 가설을 곧바로 세운 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추가적인 실험과 분석이 필요했습니다. 이를 위해서 빅데이터 유전체학, 뇌과학, 생태학, 분자생물학, 해양학 등 다양한 분야와 융합하여 연구를 수행한 결과, 재첩의 아가미가 단순한 호흡 기능을 넘어 환경 인지 능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조직임을 밝혀낼 수 있었습니다.
아래는 본 연구를 통해 확인한 주요 결과 중 일부입니다.
1. GS, GAT2, GlyT1, GlyT2, KCNQ1 등 흥분성 신호전달 관련 유전자들이 고염분 환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
2. CPNE8, EAAT3, SMVT, MTNR, IAP 유전자군이 과도한 신경 흥분으로부터 뇌 세포를 보호하고 손상을 방지한다는 점
위 결과를 포함하여 positively selected gene (환경의 압력을 받는 유전자), gene duplication (유전자 복제) 등의 분석을 통해 이들의 진화 방향을 유추하고 해석해 낼 수 있었습니다.
종합하면, 본 연구는 조개류에서 염분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을 신경학적 관점에서 최초로 접근하여 흥분과 억제 전달 경로를 규명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비모델 생물군에서도 뉴런 관련 마커 유전자 개발을 시작으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중앙대학교 윤성일 교수님, 충북대학교 조성진 교수님, 그리고 University of Wisconsin-Madison 대학교의 Carol Lee 교수님과의 공동연구로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윤성일 교수님 연구실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에서 얻은 데이터를 HPC (High-Performance Computing)를 활용하여 분석함으로써 생명 현상에 대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고 있습니다. 저희 실험실에서 연구 범위는 척추동물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 균, 무척추동물 등 유전체를 가진 모든 생물을 포함합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생물의 종합적인 시스템 생물학을 연구하고, 복잡한 생물학적 상호작용을 규명하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생물의 적응 전략과 진화 과정을 연구하면서 유전 정보를 통해 이들의 진화 경로를 해석해 나가는 과정에 깊은 매력을 느꼈습니다. 이러한 생명의 신비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생명과학 분야의 협력이 필수적임을 깨달았습니다.
현재, 아직은 진화 연구가 대중적인 관심을 많이 받지는 못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는 과학 발전에 꼭 필요한 분야이며,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저는 이렇게 지식의 진보를 이루는 길을 걷고 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앞으로 저는 생명과학의 다양한 분야가 협력하여 얻은 통찰력을 바탕으로, 진화학적 관점에서 생명 현상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생명의 복잡성과 아름다움을 더욱 풍부하게 탐구하고 싶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제 박사 과정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연 두 가지만 드리고자 합니다.
1. 영어 실력의 중요성
연구 분야에서 결과물은 주로 논문 형태로 발표됩니다. 때로는 한글 보고서나 국내 논문을 작성하기도 하지만, 더 큰 목표를 가진 학생들은 영어로 논문을 작성해야 합니다.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연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전 세계 연구자들에게 자신의 연구 결과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영어 능력을 갖추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2. 연구자의 깡과 전략
연구 과정에서 여러 유혹과 좌절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저 역시 연구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거나 해답을 찾지 못해 헤맨 적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방향으로 도전했으며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단 한 번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석사 및 박사 과정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주어지는 시간이지만, 이 기간을 얼마나 전략적이고 열정적으로 보내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따라서 후배들에게 이 시간을 가슴 뜨겁게, 치열하게 살아가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해양 생태계와 수산자원의 지속 가능한 관리에 대한 고민 끝에 저는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유전체 분석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부경대와 중앙대에서 쌓은 이론적 지식과 실무 능력을 토대로, 해양 생물의 다양성을 폭넓게 탐구하고 생물 진화의 원리를 더 깊이 연구하고자 합니다.
특히 심해나 극지와 같은 극한 환경에서 생물들의 적응 전략과 생태적 역할을 밝히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해양 환경 보전과 생물 다양성 유지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목표를 바라보며 오늘도 저는 꿈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겠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해양생물을 연구하며 때로는 힘들었던 박사 과정 동안 제 마음속에 품어온 고사성어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수선리만물이부쟁 (水善利萬物而不爭)”은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는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이 말은 물의 특성을 통해 깊은 삶의 지혜를 전합니다. 물은 아래로 흐르며 장애물을 만나면 다투지 않고 우회합니다. 이는 자비의 가치와 겸손의 철학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또한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기 때문에 물처럼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결국 물이 흐른 곳은 강이 되고 바다가 됩니다. 어쩌면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이 더 넓은 효용과 평온함을 가져다 주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물의 아름다운 미덕을 마음에 새기며 겸손한 연구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제 곁에서 힘이 되어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생명정보학
#해양생물학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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