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식물의 관다발조직은 물질의 장거리 이동 수단으로, 물과 양분의 수송을 담당하는 물관과 체관 조직이 이에 속합니다. 2차생장 (부피생장) 과정 동안 이런 특수한 기능을 수행하는 관다발 조직은 분열조직인 형성층으로부터 만들어지며 특히 물관조직은 물의 수송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지지력을 제공하여 부피생장으로 비대해진 식물체를 지탱할 수 있도록 합니다. 물관조직을 구성하는 여러 세포 타입 중 섬유세포에 집적되는 2차세포벽이 물리적 힘을 제공하는 원천이며, 목본식물의 목질부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요 탄소 저장원입니다.
빛은 식물로 하여금 영양분을 합성하는 필수 에너지원일 뿐만 아니라 생장과 발달을 조절하는 외부환경신호로도 작용합니다. 땅 속 종자가 발아하여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며 식물체가 빛을 향해 자라는 1차생장 (길이생장) 전 과정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빛신호에 의한 성체 식물의 2차생장 조절 기작에 대한 연구는 미흡한 실정입니다.
본 연구는 광파장이 부피생장 과정에서 관다발 조직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 그와 관련된 분자 기작을 밝혀내는 것을 목표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광형태형성 조절인자인 HY5는 지상부 조직 (잎) 에서 지하부 조직 (하배축) 까지 이동하여 섬유세포 분화를 결정하는 전사인자인 NST3의 전사 활성을 직접적으로 억제합니다. 청색광 신호는 수용체인 CRY의 활성을 통해 HY5의 장거리 이동을 방해하고 이는 섬유세포의 형성을 유도하는 발단이 됩니다. 청색광 조건에서 나타나는 섬유세포 분화 촉진 현상은 비단 초본 식물인 애기장대에서 뿐만 아니라 목본 식물인 포플러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나는 현상임을 밝혀냄으로써 광파장으로부터 오는 정보가 식물로 하여금 발달 타이밍을 결정하는 주요 외부 환경 신호임을 증명하였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 Plant Stem cell Lab (PSL)은 형성층 분열조직의 정체성 유지와 이로부터 유래하는 관다발 조직의 발달 조절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것을 주축으로 여러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초 분야에서 환경 변화에 따른 발달 조절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발달 과정에서 세포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주요 인자를 찾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해당 기초 연구 결과를 작물에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함으로써 작물의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작물 육성 환경을 조성하는데 이바지할 수 있는 지식 체계를 구축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는 초창기 연구실 셋팅 멤버로서 연구실 인프라가 구축되는 전 과정을 함께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장비 설치, 프로토콜 확립, 효율적인 실험 공간 마련과 연구실 운영 체계 구축까지, 하나의 실험 공간이 갖추어지기 위해 필요로 하는 것들 중 어느 하나도 허투루 마련되는 것이 없음을 체감하였습니다. 그 덕분에 안정적으로 정착된 연구 환경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고, 이러한 기반 위에서 연구에 집중하고 배움을 얻을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생명기초분야에서 연구란 생명 현상에 대한 근본 원리를 탐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의 언어로 소통 불가능한 생명체들과 밀접하게 교감하고 소통하는 행위이기도 하다고 봅니다. 그럼으로써 삶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니 이 자체만으로 연구는 매우 보람 있는 활동이라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학위과정을 진행하다 보면 누구나 여러 내적, 외적 갈등에 부딪히게 될 때가 있습니다. 저 역시 작년 한 해 동안 몇 번의 리젝을 경험하며 실망과 좌절, 무기력감을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이보다 더 오랜 기간 들여온 노력이 결실을 맺기 직전의 중요한 순간임을 믿었기에 부족함을 채우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그 결과, 올 해는 이토록 값진 결실을 손에 쥐게 되었습니다. 지난 경험들로 깨닫게 된 점이 있다면 연구 과정에서 본질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집중하는 것, 그리고 본인의 페이스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한 발 한 발 연구의 족적을 새겨가다 보면, 끝내는 어제보다 더 발전한 오늘의 나와, 이보다 나은 미래를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를 포함하여 연구의 길을 선택한 분들 모두 연구자 혹은 학자로의 목표를 향한 길동무가 되어 꼭 끝까지 정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는 본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한 후속 연구로써 식물 내재 리듬과 광신호전달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되는 관다발 발달 리듬 기작을 규명하는 연구를 이제 막 진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주요 작물마다 지니는 고유의 발달 리듬을 밝혀내고, 외부 환경 요인과의 상호작용을 탐색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다양성 높고 폭넓은 연구 활동을 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부족함 많았던 저를 포기 않고 믿음으로 이끌어 주신 저희 지도교수님, 조현우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교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연구의 기초를 다지는 방식, 연구에 대한 깊은 통찰, 그리고 연구를 대하는 올바른 태도는 제가 연구자로서 한걸음씩 나아가는 데 큰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교수님의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학생들의 발전을 위해 물심양면 해주심에 항상 감사드리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석사 과정부터 지금까지 실험실을 함께 꾸려온 동료이자 후배인 유경이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기에 지금까지 함께 나아올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바라는 것 없이 나름의 삶을 개척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응원과 믿음과 사랑을 주신 가족들, 그리고 삶의 활력소가 되어 준 친구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Arabidopsis
# Light signaling
# Secondary grow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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