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뇌-기계 인터페이스 분야에서는 뉴럴링크(Neuralink)를 포함한 다양한 무선 신경 임플란트 기술이 크게 각광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의 임플란트로는 넓게 분포한 대뇌 피질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뉴럴 더스트(Neural Dust)와 같이 여러 개의 임플란트로 구성된 분산형 신경 인터페이스가 차세대 뇌-기계 인터페이스를 구현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견해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에 Illinois Institute of Technology의 Philip R. Troyk 그룹 및 UC Berkeley의 Rikky Muller와 Michel M. Maharbiz 연구진 등이 관련 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손가락 위에 있는 뉴로그레인, 초소형 신경센서 및 자극기)
특히 본 연구진은 대뇌피질에서 여러 개의 미세센서칩이 넓게 흩뿌려져 뇌신호를 기록할 수 있는 초소형 ‘뉴로그레인 (Neurograin)’이라는 센서를 개발하고 Nature Electronics에 2021년, 2024년 두 차례에 걸쳐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뉴로그레인 연구를 무선 자극기로 확장하고 개척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한계점에 직면했습니다. 무선 전기 자극기는 자극 전류를 전달하기 위해 수십 마이크로와트 이상의 전력이 필요하며, 기록 센서보다도 훨씬 높은 전력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전력을 높이면 생체 조직에 과도한 에너지가 전달되어 안정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뉴로그레인 연구진들은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신경 세포가 낮은 발화율(firing rate)로 스파이크를 생성하며, 매우 적은 에너지로도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는 생물학적 특성에 주목했습니다. 이에 착안하여 본 연구진은 전력을 sparse하게 전송하면서 평균적으로 더 적은 전력만으로 자극을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 기술을 초소형 집적회로 마이크로칩에 적용하고, 1,000여 개의 자극기를 짧은 시간 내에 동시에 제어하여 여러 뇌 부위의 활동을 안전하고 복합적으로 조절하는 네트워크 자극기 시스템을 개발하였습니다. 이와 관련된 연구 내용을 최근 2024년 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습니다.
(Agar로 만든 쥐 모형 브레인 팬텀에 이식된 마이크로 자극기)
구체적으로 본 논문에서 저희 연구진은 500 μm x 500 μm 또는 그보다 작은 크기를 갖는 마이크로 자극기를 개발하였습니다. 이 자극기는 체외에서 전달되는 RF 무선 전력을 수집하고 외부에서 전달되는 명령에 따라 뇌조직에 국소적인 전기 자극을 전달합니다. 이 자극기 시스템의 가장 독창적인 특성은 저주기율 통신 프로토콜(low-duty-cycle protocol)을 도입하여 매우 짧은 시간 동안 RF 무선 전력을 전달하고, 그 기간에만 전기 자극을 선택적으로 주입함으로써 평균 RF 무선 전력의 출력량을 10배 이상 줄일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쥐의 운동 및 감각 대뇌 피질에 30여개의 자극기를 이식하여 신경 자극기로서 시스템의 성능을 검증하기도 하였습니다.
향후 분산형 네트워크 자극기 시스템은 고해상도 신호 입력을 통해 뇌와 컴퓨터 간의 긴밀한 통합을 실현하며 차세대 양방향 뇌-기계 인터페이스를 구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시스템은 특정 신경회로를 정밀하게 자극하거나 자율 신경계를 조절하는 전자약 연구, 손상된 신경 회로를 자극하여 기능 복원을 촉진하는 신경재활 연구, 복잡한 패턴 자극을 통해 시각을 복구하는 시각피질 신경보철 등 다양한 응용 연구에 중요한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브라운 대학교 의공학과의 누르미꼬(Arto Nurmikko) 교수님 연구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브라운 대학교는 뇌공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선도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 중 하나입니다. 특히 뇌-기계 인터페이스 분야에서 꾸준히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으며, 누르미꼬 교수님 그룹을 비롯해 존 도너휴(John Donoghue) 교수님 그룹과 브레인게이트(BrainGate)팀 및 우수한 연구진들은 기술 개발과 임상 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누르미꼬 교수님 연구실은 초소형 마이크로칩인 뉴로그레인을 개발하여 대면적에서 신경신호를 수집할 수 있는 분산형 무선 신경 센서 네트워크 기반의 새로운 뇌-기계 인터페이스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브라운 대학교와 연구실은 회로설계, 팹 공정, 동물 실험 등 연구의 모든 과정을 직접 수행할 수 우수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서 본 연구를 통해 관련 기술을 체계적으로 익히고 연구 역량을 더욱 강화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다학제적 연구 수행을 위해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베일러 대학교를 포함한 다양한 연구자들과 활발한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는 박사과정 중 브라운대학교의 방문연구원으로 공동 연구를 수행하며 초창기 뉴로그레인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후 박사후 연구과정을 거치며 뉴로그레인 연구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며 뇌-기계 인터페이스 분야의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학 시절부터 꿈꿔왔던 뇌공학 연구를 지금 제가 실제로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 가끔은 스스로 놀랍기도 하고, 연구의 과정과 결과에서 느끼는 성취감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는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배우고 익혀야 하기 때문에 도전적인 순간이 많습니다. 연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부딪혀서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되거나 조바심이 날 때도 있었으나 그럴 때마다 제가 하는 연구의 가능성과 가치를 믿으며 끈기 있게 문제를 해결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갔습니다. 특히 새로운 시스템을 제안하고 연구 결과를 데이터로 축적하는 과정에서 앞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음을 실감할 때마다 보람과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학계에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논문으로 출판할 때 뇌공학자로써 이 분야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뇌공학 연구를 시작하려는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다양한 학문적 지식과 배경을 수용하는 유연성과 자기주도적 연구 태도의 중요성입니다. 뇌공학은 신경과학, 전자공학, 재료공학 등 여러 학문이 융합된 다학제적 분야이기 때문에 연구를 진행함에 있어서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우가 빈번히 일어납니다. 따라서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이를 융합하는데 있어서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고, 다양한 지식을 쌓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도전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전공을 공부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를 즐기며 몰입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긴 연구 기간 동안 큰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또한 새로운 시스템을 설계하고 개발하는 과정에서는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자주 발생합니다. 이때 관련 논문들을 찾아보거나 다양한 접근법으로 실험을 해보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자기주도적이며 능동적인 연구 태도가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문제 해결 과정 자체에서 얻는 경험과 배움이 자신의 학문적 성장에 매우 의미 있다고 믿습니다.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세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연구 역량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뇌-기계 인터페이스 분야에서 신경과학과 의료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뇌공학 시스템 개발 연구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입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이식형 무선 신경센서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기존의 기술로는 할 수 없었던 수천 수만 개 채널로 뇌 활동을 관찰하거나 패턴화된 전기 자극을 제공할 수 있는 무선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입니다. 이 기술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면서 동물 모델을 통해 시스템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검증하고 임상 응용의 가능성을 열어가고자 합니다. 또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뇌공학과 신경과학 분야에 기여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질환 치료를 위한 전자약 개발, 의료 및 일상생활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바이오헬스 기기, 웨어러블 기반의 뇌-기계 인터페이스 기술 개발로 연구 범위를 확장하려고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미국에서의 연구 기간 동안 아낌없이 지원해주시고 지도해주신 브라운 대학교 누르미꼬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박사 과정과 졸업 이후에도 연구와 커리어에 대해 조언과 격려를 해주시는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송윤규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든든한 저의 인생 동반자이자 공동연구자인 이지훈 교수님, 항상 응원과 사랑으로 힘이 되어주신 가족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뇌-기계 인퍼테이스
# 무선 신경 센서
# 뉴로그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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