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제 논문은 vulvar cancer(외음부암)와 같은 희귀암에 대해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입니다. 이 연구는 수년 동안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와 SWOG (Southwest Oncology Group)가 공동으로 진행한 희귀암 대상 면역치료 바스켓 트라이얼인 ‘SWOG S1609 DART (Dual Anti-PD-1 & CTLA-4 Blockade for Rare Tumors)’에 관한 결과를 발표한 것입니다. 이 임상실험 50개 이상의 암 유형에 대해 각각의 별도 arm을 두고 있으며, 그중 하나가 바로 외음부암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전에도 다양한 희귀암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해 왔으며, 이러한 연구들이 희귀암 분야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연구 대상이 희귀암 환자 이라는 특성 때문입니다. 희귀암은 환자 수가 적어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약물 개발의 경제적 유인이 적어서, 새로운 치료제 개발이 더딘 편입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와 SWOG가 협력한 이번 희귀암 대상 basket (바구니) 임상실험 다양한 희귀암을 한데 모아 동시에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희귀암 치료법 개발에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nivolumab과 ipilimumab 두 가지 면역치료제 병합요법을 외음부암 환자에게 적용한 결과, 예상보다 우수한 치료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객관적 반응률(ORR)은 19%(3/16), 임상적 유용성(Clinical Benefit Rate)은 25%였으며, toxicity 역시 큰 문제 없이 기존에 이 약들의 대해서 알고있는 결과 그대로 보여졌던것 같습니다. 현제 치료법이 별로 없는 희귀암에서 전통적은 화학 요법 외에 면역치료가 잘 들수 있다는 결과를 보여줬기 때문에 이 연구가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향후 더 큰 코호트 연구를 통해 이 결과를 검증해야 합니다. 이러한 희귀암 연구 결과는 미국의 경우 적응증 외로 (off-label) 약을 구할 수 있는 기회를 넓혀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희귀암 연구 분야가 basket (바구니) 임상실험과 같은 혁신적인 임상시험 플랫폼을 통해 더욱 발전하고, 더 많은 좋은 연구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저는 현재 SWOG의 Early Therapeutics and Rare Cancer Committee 에서 Vice Chair 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Northwestern에서도 폐암과 희귀암을 전문으로 암 환자들을 진료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희귀암 연구 분야가 계속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한 가지 에피소를 덧붙이자면, 이번 바구니 임상실험 완성하기 위해 약 10차례에 걸쳐 프로토콜의 수정 작업을 거쳤습니다. 새로운 희귀암 관련 정보가 나올 때마다 새로운 arm을 추가하거나 기존 계획을 변경해야 했고, 제가 다루어 본 많은 임상시험 중에서도 이처럼 빈번한 수정을 거친 사례는 없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시카고의 Magnificent Mile 에 위치한 노스웨스턴 의과대학에서 환자를 진료하며 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 연구실은 중재적 암 연구 (translational cancer research)에 초점을 맞춘 연구실로, 임상시험을 기획하고 관련 혈액 및 조직 biomarker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DART 역시 저희 연구실에서 SWOG 소속인 Dr. Kurzrock, Dr. Patel과 함께 디자인한 임상시험이며, 저는 이 연구에서 co-chair와translational PI로서 전반적인 연구 진행과 책임을 맡고 있습니다. 또한 NCI의 새로운 initiative을 통해 CIMAC과 협력하여 biomarker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는 지난 5년간 미국 전역의 1000개 이상의 임상시험 센터와 협력하여 약 800명의 환자를 등록하였고, 희귀암 분야에서도 이처럼 빠른 속도로 많은 기관에서 협력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좋은 성공사례를 보여준 임상연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제가 폐암 환자를 주로 진료하고 있지만, 희귀암 환자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흔한 암에 비해 희귀암은 신약 개발이 더디기 때문에 치료가 훨씬 어렵고, 이에 따라 환자들이 받을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희귀암 연구자로서 이 분야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 보람을 느낍니다.
흔한 암의 경우 TCGA(The Cancer Genome Atlas)를 통해 풍부한 데이터가 있고 biomarker 연구를 위한 환경이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희귀암 분야에서는 TCGA와 같은 대규모 데이터베이스를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모아 놓은 샘플들을 통해 희귀암 분야의 TCGA를 만드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다수의 협력 연구를 통해 희귀암의 유전적 특징과 면역 미세 환경(immune microenvironment)을 더 종합적이며 대규모로 분석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를 함께 할 수 있는 협력자들과 멘토들이 있어 매우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임상 연구는 기초 연구와 달리,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과정에서 얻는 통찰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임상 현장에서 발견되는 미충족 의학적 수요(high unmet need)와 통찰을 바탕으로, 적용성이 높은 임상시험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임상 분야에서 활동하는 후배들에게는 현재의 치료법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치료법을 모색하는 데 힘쓸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혁신적인 임상시험에 대한 고민과 학습, 그리고 끊임없는 관찰과 연구를 통해 더 나은 치료 전략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최근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뛰어난 과학적 발견들에 대해 꾸준히 공부하고, 스스로를 업데이트하며, 그 분야 최고의 연구자들과 협력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앞으로 저는 환자들을 위한 우수한 임상시험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이를 NCI나 SWOG와 같은 기관을 통해 국가적 규모의 임상시험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계획입니다. 현재 제가 속한 Early Therapeutic and Rare Cancers Committee에서도 혁신적인 임상시험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돕는 역할을 할 것 입니다.
또한 외음부암과 같이 희귀암에 대한 새로운 치료 결과들을 지속적으로 발표하면서, 면역치료나 표적치료와 관련한 치료 반응 또는 치료 저항성을 예측하는 연구들을 진행할 것입니다. 특히 면역치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biomarker들을 개발하는 데에도 연구 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저는 직업상 말기 암 환자들을 많이 진료하고 있습니다. 이분들이 힘든 치료 과정을 겪는 현장에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치료법을 제공하고자 하는 마음이 늘 큽니다. 그래서 더욱더 많은 분들이 좋은 임상시험의 혜택을 봤으면 하는 마음이 있고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에서 많은 연구자들이 함께 좋은 임상시험을 개발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이 확장되면 좋겠습니다.
또한 저는 암 환자들을 어떻게 하면 더 위로하고, 격려하며, 지지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민 속에서 저희는 ‘페이스메이커스(Pacemakers)’라는 NGO를 만들었습니다. 홈페이지 주소는 https://www.pacemakerstogether.org/입니다. 이 단체에서는 환자, 의사, 보호자, 간호사, 약사 등 다양한 주체들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담아내어, 그들의 경험과 생각을 경청하고 널리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 주소는 https://www.youtube.com/@pacemakers1531 입니다. 암 치료라는 긴 여정에서 환자들이 느끼는 소중한 감정과 이야기들을 공유하는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암 치료의 여정은 때때로 끝없는 마라톤처럼 느껴집니다. 이 마라톤에서 의료진이 환자들의 ‘페이스메이커(pacemaker)’가 되어, 그들의 경주를 함께 뛰어주고, 그들에게 맞는 속도를 조절해주는 역활을 의료진들이 감당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환자를 진료하고 임상시험을 진행하며 느낀 점들을 에세이 형태로 출간하였습니다. 책 제목은 『당신을 위해 기도해도 될까요?』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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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ulvar can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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