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우울증과 조울증은 현대 사회에서 매우 흔한 질병으로, 연간 100만 명 이상이 진단을 받습니다. 이러한 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삽화(episode)를 겪습니다. 이를 예측하기 위한 다양한 모델이 기존에도 존재했습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워치를 통해 수집한 수면 패턴, 걸음 수, 빛 노출, GPS 이동 기록 등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환자의 상태를 예측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데이터는 수집 과정에서 높은 비용이 발생하며, 스마트폰 및 GPS 데이터를 사용하는 경우 프라이버시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기존 모델들은 실생활에서 활용도가 낮았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본 연구는 일주기 리듬이 우울증 및 조울증 환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던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이헌정 교수님 연구팀과, 수리 모형을 이용해 수면 패턴으로부터 일주기 리듬의 변화를 예측하고 이들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던 김재경 교수님 연구팀의 만남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헌정 교수님의 연구팀에서는 수백 명의 기분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다년간 수면-활동 패턴 및 기분 삽화 정보를 수집해왔습니다. 기분 삽화를 수면과 더불어 다양한 데이터들을 사용해 예측할 수 있었지만 수면만으로 예측할 수 있는 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이 데이터에 김재경 교수님 연구팀의 수학적 모형을 적용하면 기분장애 환자의 일주기 리듬을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면 패턴과 일주기 리듬에 관련된 지표들을 계산하면 수면 패턴 데이터 만으로도 기분삽화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수면 패턴과 일주기 리듬 지표는 XGBoost 머신러닝 알고리즘의 입력 변수로 사용되었습니다. XGBoost는 높은 예측력뿐만 아니라 해석 가능성으로도 널리 알려진 머신러닝 기법입니다. 모델 개발 과정에서 여러 도전 과제가 있었지만, 결국 기분 삽화를 정확히 예측하면서도 일주기 리듬과 기분 삽화 간의 흥미로운 관계를 밝혀냈습니다. 연구 결과, 일주기 리듬이 뒤처질수록 우울증이 더 많이 발생하며, 앞당겨질수록 조증이 더 많이 발생한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본 연구의 결과는 기분장애 환자들을 위한 다양한 실용적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예를 들어, 환자의 수면 패턴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일주기 리듬 변화가 나타나기 전에 경고 시스템을 구축해 기분장애의 재발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어긋난 일주기 리듬을 복구하기 위해 최적의 수면 패턴을 제안하는 디지털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기대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KAIST 수리과학과 수리생물학 연구실과 IBS 의생명수학그룹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KAIST 수리과학과에서 김재경 교수님의 지도 하에 석박사통합과정을 밟고 있는 동시에 김재경 교수님께서 책임연구자로 계시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의생명수학그룹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의생명수학그룹은 김재경 교수님 외에 선임 연구원 1명, 박사 후 과정 5명, 대학원생 5명 및 KAIST, POSTECH, 서울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의 학부생 인턴들이 속해 있습니다. 그룹에서는 수학적 방법론을 통해 생물학 시스템을 이해하고, 질환의 발병 원인을 규명하며 치료제 개발 등에 기여하는 연구를 추구합니다. 이를 위해 식물 및 동물 실험을 하는 생물학자 분들과, 수면의학 및 정신과 분야의 의사분들, 약학자 분들, 심지어 심리학자 분들을 포함한 정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의생명 분야의 복잡한 문제들이 수학을 활용했을 때 놀랍도록 간단해질 수 있다는 점을 자주 느낍니다. 복잡한 생물학적 과정도 하나의 수식으로 표현하면 그 결과를 이해하기 쉬워지고, 반대로 복잡해 보이는 수식도 이를 적용할 수 있는 생물학적 사례를 떠올리면 수식의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발표를 준비하며 제가 사용하는 수식과 생물학적 사례를 적절히 연결 지어 설명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 그 과정에서 느끼는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연결을 통해 제가 공부해온 수학이 실제 생활과 연구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깊은 자부심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제가 지금까지 느낀 바로는 수리생물학에서 두 가지가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다른 분야 연구자와의 소통입니다. 생명과 의학 현상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이를 수식으로 모델링하는 능력을 한 사람이 모두 갖추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희처럼 수학적 접근에 강점이 있는 연구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잘 이해하고 설명해 주실 공동연구자분들과 협업이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수식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수식의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소통 능력이 중요합니다.
두 번째는 배우려는 자세입니다. 이는 첫 번째와도 연결되는 부분으로, 공동연구자분들이 공유해 주시는 지식과 관점을 능동적으로 배우고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런 자세가 뒷받침될 때 소통이 원활해지고, 나아가 연구도 더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 연구는 오늘의 수면 데이터를 바탕으로 내일의 울증 및 조증 발생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내일의 울증 위험도는 80%입니다."라고 예측하는 현재의 알고리즘에 비해, 더 발전된 알고리즘이라면 "3일 후에 울증이 발생할 확률은 90%입니다."라고 예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는 하루 앞이 아닌 여러 날 전부터 울증이나 조증의 위기를 감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또 한 가지 확인한 것은 일주기 리듬이 뒤처지면 울증이 많이 나타나고, 일주기 리듬이 앞당겨지면 조증이 많이 나타나는 패턴입니다. 이 결과는 일주기 리듬의 위상이 정신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현재 일주기 리듬을 수리 모델로 추정하는 방법론이 있는데, 이를 더욱 개선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함께 연구를 이끌어 나간 정재권 선생님, 연구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주신 김재경, 이헌정 교수님, 연구를 완성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모든 공저자분들께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김재경 지도교수님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우며 어엿한 연구자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서로를 지지하며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의민, 대욱, 석주, 혁표, 윤민 선배님, Olive, 강민, 민아 후배님, 현, 현태, Aurelio, Bryan, Pan, 규영, Brenda, Kevin 박사님, 석민, 세호, 형준, 석환, 주현, 경태 학생을 비롯한 여러 인턴분들까지, 모든 전 현 연구실 동료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믿고 지지해주는 가족에게 무한한 감사와 사랑을 전합니다.
#일주기 리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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