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시퀀싱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암을 비롯한 다양한 질환에서 수많은 돌연변이가 발견되었고, 이 중 일부는 병리학적(Pathologic) 또는 양성(Benign)으로 밝혀졌지만, 대부분의 돌연변이는 여전히 의미를 알 수 없는 변이(Variants of Uncertain Significance, VUS)로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VUS의 기능을 밝히기 위해 전 세계의 많은 연구팀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를 통해 환자의 치료 방향을 제시하거나 예후를 예측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VUS의 기능을 대규모로, 그리고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습니다.
대다수의 경우, 사례 보고(case report)와 같은 후향적 연구를 통해 특정 변이가 어떠한 예후와 관련이 있는지를 유추하고 활용하거나, 제한된 수의 변이를 실험적으로 도입하여 그 결과를 분석하거나, 컴퓨터 모델링을 이용한 예측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특히, 항암제 감수성과 관련된 암 유전자 변이에 대한 정보는 상대적으로 더욱 알려진 바가 적습니다. 이는 많은 암종에서 첫 진단 시 NGS를 활용하지 않고 바로 치료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으며, 재발한 경우에도 영상학적 또는 진단검사의학적 재발 판정 후 다음 치료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NGS가 일상적으로 시행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Unmet need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연구팀이 VUS의 기능을 전향적으로 밝히기 위한 새로운 방법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전통적으로 사용해왔던 방법은 특정 변이를 포함한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를 합성하여 외부에서 세포에 도입하는 방식, 즉 Deep Mutational Scanning(DMS)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도입된 유전자가 과발현되거나 질환과 관련 없는 세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생리적이지 못한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연구들은 세포 자체가 가진 유전자에 직접 돌연변이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Cas9을 활용한 Homology-Directed Repair(HDR) 시스템이나 Base Editor를 이용한 방식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유전자 가위 기술은 효율이 낮거나(HDR), 원하는 돌연변이를 유도하는 데 제한(Base Editor)이 있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저희 연구팀은 최신 유전자 가위인 프라임 편집기(Prime Editor)를 활용하여 대규모 스크리닝(High-throughput CRISPR screening)을 통해 이를 해결하고자 하였습니다.
프라임 편집기는 Cas9 단백질에 역전사효소를 부착한 형태로, 가이드를 통해 전달된 역전사효소의 템플릿을 기반으로 원하는 모든 위치에, 이론적으로 모든 종류의 변이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 Cas9이나 Base Editor에 비해 효율이 낮아 대규모 CRISPR 스크리닝에 쉽게 적용되지 못했습니다. 저희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여 프라임 편집기를 이용한 대규모 VUS 스크리닝 가능성을 Proof of Concept으로 증명하고자 했습니다.
연구 대상 유전자로는 항암제 저항성과 관련된 연구가 활발하며 임상적으로 중요한 EGFR 유전자를 선정했습니다. Tyrosine Kinase Domain에 해당하는 Exon 18~24번 영역의 모든 종류의 단일염기변이(SNV)를 유도하는 라이브러리를 설계하였으며, 2세대 항암제(Afatinib) 및 3세대 항암제(Osimertinib)에 대해 어떠한 VUS가 저항성을 가지는지 알아보고자 하였습니다.
프라임 편집기의 낮은 효율을 극복하기 위해, 딥러닝 모델을 통해 고효율 가이드를 선별하여 디자인하고, 세포 내 mismatch repair 기능을 저하시켰으며, signal-to-noise ratio를 개선하기 위해 타겟하고자 하는 SNV와 인접한 코돈에 추가적으로 동의돌연변이를 유발하는 방법인 PEER-seq 기술을 개발하였습니다. 이러한 기술이 정확하게 작동함을 여러 방식으로 증명하였고, 항암제 저항성 돌연변이를 발굴하는 데에도 효과적임을 입증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프라임편집기 기반 스크리닝 기술을 통해 적은 실험으로 대량의 돌연변이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었고, 이러한 기술은 향후 항암제를 개발하거나 혹은 환자의 개인유전체 정보를 치료에 활용하는 환자맞춤의료 (Precision medicine)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곳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의 김형범교수님 연구실입니다. (연구실 홈페이지: https://sites.google.com/site/hyongbumkimlab/) 저희 연구실은 크리스퍼 기술을 중심으로 다양한 흥미로운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크리스퍼와 같은 유전자 가위 기술은 응용도가 매우 높은 플랫폼 기술로, 제가 주로 하는 것처럼 크리스퍼 스크리닝에 활용하여 이전까지 찾지 못했던 요소(Factor)를 발굴할 수도 있고, 유전자 가위 치료제를 개발할 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를 이용해 시간과 이벤트를 기록하거나 딥러닝 모델에 활용하거나 새로운 유전자 가위를 만들거나, 기존 tool을 개량하거나 할 수도 있고, 최근에는 disease modeling에도 손쉽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크리스퍼 기반의 연구가 잘 Set-up되어 있고, 재원적으로도 걱정없이 즐겁게 연구를 할 수 있는 연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프라임 편집기라는 좋은 도구가 나왔지만 이를 활용해서 스크리닝을 구현하기가 처음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저도 약 1년이 넘는 시간동안 proof of concept를 구현하기 위해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고, 김형범 교수님 조언 하에 김영광 교수님, 이승호 박사님과 함께 많은 토의와 고민 끝에 원하는 바를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독립된 연구자로 나아가기 위한 많은 점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문제를 인지하는 방법, 이를 해결하는 방법, 연구를 잘 디자인하고 실험적으로 잘된 실험을 하는 방법, 결과물을 분석하는 방법 (Python, R, other genomic tools), 이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방법, 논문을 작성하는 방법 등 하나의 논문을 완성하기 위해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논문을 같이 완성하면서 어떤 논리적 흐름을 보이는 것이 독자로 하여금 설득력이 있고 논리가 있는지, Refree에 대한 Rebuttal letter는 어떻게 해야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지 등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크리스퍼 기술이 소개되고 나서 많은 연구자들이 크리스퍼를 활용한 연구에 뛰어들었고 벌써 약 10년이 지났습니다. 최근에는 Cas9을 활용한 유전자가위 치료제가 FDA승인을 받았으며, 유전자가위 치료제들이 계속 시판예정에 있습니다. 다수의 사람들은 이제 크리스퍼의 시대는 가고, AI의 시대가 왔다고 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크리스퍼 기술은 PCR처럼 보편화된 기술이 될 것이고, 크리스퍼와 AI를 융합한 연구 또한 활발해지고 있는 이 시점에, 유전자가위 분야에 뛰어드는 것은 시대에 맞는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더욱 더 잘 활용하기 위해, Python이나 deep learning, bioinformatics skill을 조금씩 미리 공부하고 진학한다면 더욱 더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세브란스 병원에서 신경외과 전문의를 취득후 의사과학자로서 나아가기 위해 고민하다가 유전자가위 연구의 길을 선택하였고, 추후에는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 뇌종양을 치료하고 연구하는 의사과학자로서 활동할 계획입니다. 폐암, 유방암 등 다른 암종의 경우 여러 방식의 항암제가 적용되고 있지만, 뇌종양 중 대표적인 교모세포종의 경우 현재까지 뚜렷한 치료 타겟이 없고, 항암제도 예전 방식인 Alkylating agent에 머물러 있습니다. 치료를 안하면 6개월 이내에 사망하는 무서운 이 질병으로 인해 안타깝게 가족을 잃는 수많은 보호자와 환자를 보며 이 질병만큼은 인생 목표로 치료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유전자가위를 활용한 연구를 하며, 이 분야에 많은 관심이 생겼고, 기초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며, 뇌과학 영역에도 연구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과학강국인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과학 수준은 아직 높지 않다고들 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내 연구자들끼리는 도움이 될 때 서로 돕고, 궁금한 점이 있을 때 자유롭게 토의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위에 소개해드린 바와 같은 기술의 적용이 필요하거나, 크리스퍼 스크리닝 방법론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면 편하게 연락주시면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같습니다.
연구실에 들어온 지 2년 반이 지난 지금 되돌아보면 정말 좋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연구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끊임없는 조언과 격려를 해주신 김형범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자유롭게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고, 아이디어를 구현하며 논문의 로직을 이끌고 작성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신경외과 지식 외에 크리스퍼에 문외한이었던 저를 연구자로 존중하고 가르쳐주신 김영광 교수님과 이승호 박사님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과학자로서, 친구로서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논의하고 서로 도움을 줄 수 있었던 성익, 유상, 구상, 광섭, 준구, 민영이에게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허물없이 discussion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외에도 가르침이 서툰 사수와 함께 해주고 있는 연승이와 다른 연구실 동료들에게도 감사를 전합니다.
더불어 제가 지금의 자리에서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지지를 아끼지 않고 도와주시는 세브란스 신경외과 교수님들, 특히 가까이에서 격려해주시는 강석구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의사과학자로서의 길을 걷는 저를 사랑으로 지켜봐주시는 장인어른, 장모님, 형, 처형들과 형님들도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삶의 재미를 추구하며 도전적으로 살아가는 저를 항상 응원해주는 아내 길주와 사랑스러운 아들 지한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CRISPR screening
#Drug-resistant screening
#Prime ed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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