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매년 식물병으로 인한 농작물의 손실은 전 세계적으로 전체 수확량의 30%에 달하며, 이는 기후 변화와 인구 증가로 인해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손실은 식량 안보와 경제적 안정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식물병을 유발하는 병원균에 대한 이해와 효과적인 방제 기술 개발이 필수적입니다. 병원균은 오랜 시간에 걸쳐 기주식물과 공진화하며 기주식물의 방어 체계를 무력화하려는 다양한 전략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그중 하나의 전략이 이펙터(effector) 단백질의 분비입니다. 이펙터는 병원균이 분비해 기주식물의 면역 반응을 회피하거나 억제하도록 돕는 단백질로, 작용 위치에 따라 아포플라스틱(apoplastic), 세포질(cytoplasmic), 핵(nuclear) 이펙터로 구분됩니다. 특히, 기주식물 세포의 핵으로 이동하여 식물의 DNA나 단백질과 직접 상호작용하면서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핵 이펙터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핵 이펙터가 기주식물의 핵으로 이동하는 구체적인 기작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부분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연구는 기주식물과 함께 병원균의 유전체 분석이 완료된 최초의 식물 병원균인 ‘벼 도열병균’을 모델로 하여 핵 이펙터의 이동기작을 구명하였습니다. 저희 연구팀은 벼 도열병균의 핵 이펙터인 MoHTR1이 기주식물의 핵에서 유전자의 프로모터(promoter)에 결합하여 기주식물 면역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Nature Communications 11:5845, 2020). 따라서, 해당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MoHTR1이 기주식물의 핵으로 어떻게 이동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연구 과정에서 핵 표적 서열(NLS, Nnuclear Localization Sequences)을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MoHTR1이 핵 표적 서열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였고, 다양한 분자생물학적 실험을 통해 핵으로 이동하는 데 중요한 핵심 아미노산 서열을 밝혀냈습니다. MoHTR1의 핵 표적 서열이 벼 도열병균의 세포질 이펙터의 핵 위치화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으며, MoHTR1 핵 표적 서열과 동일한 서열을 가진 다른 벼 도열병균 이펙터 후보군과 기주 단백질들도 식물의 핵에 위치함을 확인함으로써, MoHTR1 핵 표적 서열의 중요성을 입증하였습니다. 또한, MoHTR1이 기주식물의 핵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단백질 수정과정(SUMOylation)을 통해 안정화되어야 하며, 벼의 임포틴(importin) 단백질과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구명하였습니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벼 도열병균의 핵 이펙터인 MoHTR1의 핵 표적 서열, MoHTR1의 단백질 수정과정, 그리고 기주식물의 임포틴과의 상호작용 등을 밝혀, 핵 표적 서열이 병원균의 병원성 및 기주 식물의 면역 반응을 조절한다는 것을 최초로 구명하였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벼 도열병균의 병원성 메커니즘뿐 아니라 다른 식물 병원성 곰팡이들의 병원성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꼽자면, 벼 프로토플라스트(protoplast)를 제작하여 단백질의 세포 내 위치를 관찰하는 실험이 가장 생각납니다. 처음 이 실험을 시작할 때는 연구실 선배님이 만들어 둔 시약과 재료를 사용하면서 선배님과 동시에 실험을 진행했는데, 이상하게도 제가 제작한 프로토플라스트만 붕괴되곤 했습니다. 그 때는 이미 석박사통합과정 5년차였기에 저의 실험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특별한 실험 과정의 변경 없이 10번정도 수행하고 나니 동그란 모양의 예쁜 프로토플라스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도 그 전 실험 경력에 상관없이 이 실험을 새로 수행하는 구성원들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농담 삼아 ‘이 실험을 완벽히 수행할 줄 알아야 비로소 진짜 연구자가 된 것이다’고 말하곤 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식물균병학연구실은 이용환 교수님의 지도로 벼 도열병균의 이펙터 작용기작 및 식물과 상호작용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을 이해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식물균병학연구실은 실험을 통해 연구결과를 도출하는 wet lab과 컴퓨터 분석을 통해 연구결과를 도출하는 dry lab으로 구성되어 있어, 분자생물학적/생물정보학적 융합 연구가 가능합니다. 또한, 30년간 벼 도열병균 한 종의 곰팡이를 연구해온 만큼, 이 과정에서 축적된 생물 자원은 곰팡이 유전자원 은행에 기탁되어 있어 다양한 연구가 가능하며, 연구실 온라인 사이트에 실험 결과와 고민을 기록한 랩노트를 업로드하여 구성원들이 코멘트를 남길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의견을 나누는 데 많은 장점이 있는 연구 환경을 제공합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 활동 중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아마도 논문이라는 결과물이 나왔을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논문을 작성할 때는, 논문 쓰는 일 외에는 뭐든 재미있어 보일 정도로 작성과 퇴고의 과정이 고통스럽지만, 그 고통을 이겨낸 후 달콤한 결과물로서 논문이 완성되는 순간이 연구자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인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돌이켜보면, 제 모든 연구의 결과는 단순히 “예” 또는 “아니오”로 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만약 모든 실험이 이렇게 단순하고 명확한 답을 주었다면 연구는 훨씬 쉬웠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주 작은 차이라도 발견하기 위해 끊임없이 실험하고 관찰해야 했습니다. 같은 분야의 연구자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포기하지 말고 작은 차이라도 발견했다면 그 차이를 다양한 방법으로 입증해 본인의 데이터로 만드시길 바랍니다. 이러한 집념과 노력이 여러분들의 연구 결과를 더욱 빛나게 할 것이라 믿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지금까지 핵 이펙터에 연구는 주로 기주식물 세포 핵 내에서의 수행하는 기능을 밝히는 것에 집중되어왔습니다. 그러나 핵 이펙터는 병원균에서 기주식물의 세포질로 분비된 후 핵으로 이동하기에, 세포질에서도 어떤 역할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습니다. 또한, 아포플라스틱 이펙터와 세포질 이펙터의 분비 경로에 차이가 있다고 연구된 바 있지만, 아직까지 어떤 차이가 이 둘의 운명을 결정짓는지 밝혀진 바 없습니다. 따라서 이펙터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계속해서 수행해보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우선, 이 자리를 빌어 지도 교수님이신 이용환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2015년 대학원에 처음 입학한 이후 지금까지 10년의 시간 동안, 연구뿐만 아니라 여려 면에서 큰 힘이 되어 주셨습니다. 연구자로서 결코 쉽지 않았던 결혼, 출산, 육아를 연구와 함께 병행할 수 있었던 것은 교수님의 깊은 배려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연구를 함께 진행해 주신 공저자분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제 연구를 위해 귀한 시간과 노력을 아낌없이 주신 만큼, 저 역시 그 가치를 되갚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평생 연구와 인생을 함께 그려갈 제 반려자 이현준 박사에게 늘 고마움을 느낍니다. 마지막으로 박사 학위를 받기 전부터 ‘임박사’라 부르며 연구자로서 저를 존중해주시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계신 부모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벼 도열병균
# 식물 면역 반응
# 핵 이펙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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