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기억 형성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은 뇌과학의 중요한 도전 과제로 여겨져 왔으며, 이는 사회적으로도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치매, 기억상실, 알츠하이머병(AD)과 같은 인지 장애에서 부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불안·외상 연관 질병에 이르기까지, 기억의 형성, 회상, 또는 소멸의 기능이상은 다양한 신경질환과 깊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현대 신경과학의 발전을 거치며 기억의 형성 및 저장 과정의 물리화학적인 표현은 학습 중에 활성화되는 특정 무리의 뉴런들에서 발현됨이 밝혀졌고, 기억이 저장되고 후속 기억 회상에 필수적인 이 세포들은 엔그램(engram) 세포라고 명명되어져 왔습니다. 지난 십수 년간 기억 엔그램의 시냅스 가소성(synaptic plasticity) 및 해마(Hippocampus)를 비롯한 여러 뇌 영억의 신경회로 조절에 관한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져 왔지만, 아직까지 엔그램의 기저 메커니즘은 여전히 초기 단계이며, 뉴런 이외의 뇌의 다른 세포 유형이 이 프로세스에 참여하는지 여부는 알려진 바 없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중추신경계(CNS)에는 뉴런 이외의 다른 여러 비신경세포들이 분포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교세포(Glial cell)의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별세포(Astrocyte)는 정상적인 뇌 기능을 위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별세포는 뉴런의 시냅스와 tripartite synapse를 형성하며 긴밀한 상호작용을 할 뿐만 아니라, 해마의 학습-기억 회로에서 시냅스 가소성 조절에 관련이 있음이 보고되었으나, 기억 엔그램 프로세스에서의 그 역할과 기능은 연구된 바가 없습니다.
엔그램 뉴런은 특징적으로 학습과정 동안 신경자극에 반응해 c-Fos 등과 같은 일시적이고 재빠른 즉시초기유전자(Immediate Early Gene, IEG)를 발현하며 기억 형성에 중요한 시냅스 가소성을 조절하는데, 이에 따라 IEG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유전적 도구들이 엔그램뉴런의 태깅과 조작을 위해 개발되고 활용되어져 왔습니다. 제가 속한 Deneen lab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별세포 생물학에 중점을 두고 연구를 해왔고, 최근 선행 연구들을 통해 별세포의 기능이 감각적 경험(Sardar et al., Science, 2023) 또는 사회적 경험(Cheng and Woo et al., Neuron, 2023)에 의해 동적으로 조절됨을 입증하여 별세포의 경험 의존적 가소성에 대한 주요 증거를 제시하였습니다.
이러한 배경을 기반으로, 본 연구에서는 먼저 별세포가 학습 경험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여 활성화를 나타내는지를 야생형 생쥐에 배경공포조건화 (contextual fear conditioning)를 준 뒤 시간대 별로 생쥐의 해마 별세포 내 c-Fos의 발현 패턴을 확인하여 테스트하였고, 그 결과 공포 경험에 반응하여 일부 무리의 별세포가 일시적이고 즉각적인 c-Fos 단백질발현을 나타내며 활성화됨을 확인하였습니다(그림1). 이러한 관찰 결과를 바탕으로 기억 형성의 세포단위의 발자취인 '기억 엔그램'에 '별세포 엔그램'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게 되었습니다(그림2). 본 연구에서는 기존 엔그램 연구에서 활용되었던 다양한 유전적 세포태깅 기법들을 응용 및 변형하여, 생쥐의 학습 및 기억 회로에서 '별세포 엔그램'의 기억의 기질로서의 잠재력을 연구하고 해마 내 학습과 연관된 성상세포 무리의 특성과 기능을 분석 하고자 하였습니다.
-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연구 주제가 흥미로웠던 만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정말 많았던 것 같습니다. 가장 기뻤던 순간과 가장 멘탈이 흔들릴 뻔 했던 순간들이 지금 떠오르니, 두 가지 모두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가장 기뻤던 순간은 본 연구 초기에 직접 확립한 시스템을 활용하여 처음으로 Learning-associated astrocytes의 표지 및 Chemogenetic 재활성을 통해 이 연구의 key라고 할 수 있는 ‘중립공간에서의 공포 기억 유발’을 관찰하였을 때가 아닐까 합니다. Proof-of-concept를 확인했을 때의 그 말할 수 없는 희열과 동시에 떠올랐었던 무궁무진한 기대와 궁금함들은 아마도 제가 하고있는 이 일의 즐거움과 그에 대한 제 열정을 다시금 새겨주게 된 계기가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가장 쉽지 않았던 순간은 (논문의 Acknowledgement section에도 언급된 바 있지만) co-first author 간 저자 순서를 coin flip을 통해 결정했을 때 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한동안 그 충격으로부터 벗어나는게 쉽지 않았지만, 지나고 되돌아 보았을 때 더 중요한 가치들을 깨닫고 집중하는데 더 없이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흔들릴뻔했던 수없이 많은 순간마다 멘탈을 잘 부여잡고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언과 격려를 (때로는 소중한 술한잔의 시간도) 아낌없이 나누어주신 여러 박사님들께 진심으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 연구실 (Dr. Benjamin Deneen lab)에서는 다양한 배경의 열정적인 분들이 함께 모여 Cancer Neuroscience와 Astrocyte biology 분야에서 창의적인 연구들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제 연구실이 소속된 Baylor College of Medicine은 텍사스 휴스턴의 세계 최대 규모의 의료 단지인 Texas Medical Center (TMC)에 위치하고 있어, 다양하고 폭넓은 학제간 교류 및 공동 연구들 또한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제가 연구활동을 해오며 가지게 된 작은 자부심 가운데 하나는,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긍정적인 부분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크고 작은 실패와 모든 경험들에서 ‘Take home message’를 얻고, 다시 또 긍정적인 마음으로 도전할 수 있다는 자세는 제가 이 일을 하며 배우게 된 중요한 삶의 태도인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는 아직까지 배우고 익혀온 것들 보다 앞으로 배워나갈 것들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하기에, 조언을 드리기에 적합한 위치에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 일을 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은 내가 하는 연구, 나아가 연구를 하는 삶을 진심으로 즐길 수 있는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한 진정으로 즐길수 있고 즐기고 싶은 것들을 부지런히 마음껏 하기 위해서 더욱 중요한 것은 체력과 건강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도, 건강도, 삶에 있어 중요한 다른 모든 부분들도 즐겁게 부지런히 잘 챙기는 후배님들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지금 본 연구실에서 이번 연구의 후속 연구를 포함한 몇 가지 프로젝트들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흥미롭고 참신한 주제들인 만큼, 남은 포스닥 과정을 더 소중히, 더 많이 배우고, 잘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이곳에서의 소중한 경험과 배움을 바탕으로 안목을 더 넓혀, 장기적으로는 제 독창적인 연구를 잘 수행할 수 있는 독립 연구자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다른 하고싶은 이야기들은 모두 ‘감사함’에 관한 이야기 뿐인 것 같습니다.
‘근묵자흑’이라는 말의 긍정적인 뜻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셨던 많은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본 연구 주제의 시작부터, 좋은 논문으로 마무리되기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 했던, Mentor Ben과 co-first author Michael에게 고마움과 남은 프로젝트들에 대한 다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휴스턴에 도착한 첫 날부터 실험실 안밖에서의 매 순간순간, 소중한 조언과 우정을 나누어주신 선배이자 든든한 동료인 우준성 박사님께도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늘 건강한 동기부여와 아낌없이 진심어린 조언을 주시는 이현경 교수님과 최동주 박사님, 김재현 박사님, 그리고 늘 좋은 자극이 되는 Deneen lab 구성원들 등 너무 많은 좋은 분들과 훌륭한 순간들을 함께 나누며 끊임없이 받은 긍정적인 에너지들이 모든 순간의 자양분이 된 것 같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한국에서도 늘 소중한 가르침과 응원을 보내주시는 경북대 류재웅 교수님, 김명옥 교수님, 그리고 DGIST 최성균 박사님을 비롯한 모든 랩 구성원들에게도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서로를 뜨겁게 응원해주는 친구들과, 더없이 소중한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Learning-associated astrocyte
# Astrocyte engram
# Memory rec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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