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플라스틱은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해준 위대한 발명품입니다. 값싸며, 쉽게 가공가능하며, 내구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현대인의 삶에는 없어서는 안될 자원입니다. 하지만 “강한 내구성”이라는 장점은 아이러니하게도 환경에 큰 오염을 낳고 있습니다. OECD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플라스틱 생산량은 4.6억톤을 넘겼으며, 이와 동시에, 매해 3.5억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플라스틱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은 현재까지 부족한 상황이며, 70%이상의 대부분의 플라스틱폐기물은 매립되어 자연 중으로 방출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플라스틱 생분해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연구는 미생물을 활용한 생분해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최근 곤충이 새로운 플라스틱 분해 주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감염병 연구를 위한 곤충 모델로 꿀벌부채명나방을 사육하던 중, 이 곤충이 비닐을 섭식하고 이를 뚫고 나오는 독특한 능력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꿀벌부채명나방을 활용한 폴리에틸렌 분해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2019년에는 오믹스 분석을 통해 Cytochrome P450이 폴리에틸렌 분해 후보 효소로 확인된 바 있으며 (Kong et al., 2019, Cell Reports), 이후 저는 이 연구를 이어받아 꿀벌부채명나방의 폴리에틸렌 분해 효소를 밝히는 연구를 한국생명공학연구소 내에 여러 박사님들의 도움을 받아 완수하게 되었습니다.
플라스틱을 섭식할 수 있는 꿀벌부채명나방의 능력으로, 실험하는 내내 사육통을 갉아먹고 탈출하는 꿀벌부채명나방을 잡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꿀벌부채명나방이 내뿜는 실과 나방에서 나오는 가루로 인하여 알러지로 고통을 받는 날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알러지로 힘든 와중에도 꿀벌부채명나방의 관리를 위해 힘써주시는 이수현 선생님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의 류충민 박사님 지도하에 수행되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동물, 곤충, 식물, 미생물을 활용한 다각적인 접근을 통해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주요 연구 분야로는 동물과 곤충 모델을 활용하여 항생제 내성균을 제어하는 메커니즘 연구, 식물-미생물 상호작용을 통해 지속 가능한 농업과 지구 온난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가 포함됩니다. 또한, 자연의 능력을 탐구하고 응용하여 플라스틱 오염과 같은 환경 문제에 대한 혁신적인 해결책을 개발하는 데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이처럼 저희 연구실은 다양한 연구 분야의 박사님들과 학생들이 협력하며, 서로 다른 시각과 아이디어를 공유하여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협력은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창의적이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모든 연구가 동일하겠지만, 본 연구를 수행하면서 수많은 난관과 고뇌가 있었습니다. 그 끊임없는 고찰의 시간을 함께해 주신 류충민 박사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연구를 지속하는 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옆에 계신 동료들과 주변의 박사님들께서 저에게 돌파구를 열어 주셨습니다. 한 편의 논문이 완성될 때마다 저를 도와 주신 많은 분들의 노고를 떠올리며 겸손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분들의 도움을 자양분 삼아 저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과학자로 한 걸음 더 성장해 나가겠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도 아직 이 분야에서 괜찮은 과학자가 되고자 노력 중인 사람으로써 어떤 조언을 해줄 입장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석사와 박사 기간을 무언가의 지식을 담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돌이켜보면, 누군가는 힘들게 공부와 실험을 하며 단단한 지식을 담고 있을 때, 저는 풍선과 같이 부풀고 쉽게 터지는 지식을 담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며, 그 풍선을 스스로 터트리고 다시 단단한 지식을 담는 과정 중에 있습니다. 상당히 힘들고 자존감이 낮아지지만, 그만큼 단단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누군가가 있다면, 제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배움을 향한 의지”, “겸손”, “자존감을 지키는 힘”인 것 같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본 연구를 통하여, 플라스틱 분해에 곤충이 가진 잠재력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 다양한 곤충들이 플라스틱 분해가능성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다른 곤충 내에서도 플라스틱 분해에 관여하는 다른 효소들이 있는지 추가적으로 탐색해보자 합니다. 또한 그 외에도 연구의 역량을 넓혀, 다양한 환경문제에 대응하는 연구를 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항상 제 곁에서 저를 지켜봐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인터뷰의 기회를 주신 “한빛사”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돌이켜보면, 30대에 제 인생에서 세 번의 큰 터닝포인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언제나 제 길을 묵묵히 응원해 주고, 불편한 상황에서도 제 곁을 지켜주는 아내와 결혼한 일입니다. 아내와 함께, 저의 성공을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시는 장인어른과 장모님 덕분에 지금까지 잘 올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연구로 인해 힘들고 자존감이 무너졌던 시기에 축복처럼 찾아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준 제 딸 민서를 만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류충민 박사님 연구실에 합류하여 박사후연구원으로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 것입니다. 박사님은 제게 매우 크고 어려운 존재처럼 느껴졌지만, 그분 밑에서 배우는 동안 힘들면서도 귀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쉽지 않고 고된 시간들이었지만, 도전의 연속이었고 큰 성장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언젠가는 박사님과 논리적으로 치열하게 대화할 수 있는 순간이 올 수 있도록 더 예리해지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츤데레처럼 무심한척 저를 챙겨주시는 이수현 선생님 덕분에 논문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많은 부분에서 저를 도와주시고 배려해 주시는 장성한 박사님께도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박사님으로부터 배운 점이 참 많고, 앞으로 더 많은 일들을 박사님과 함께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늘 있습니다. 그리고 항상 연구실에서 야근 메이트, 주말 메이트가 되어준 근성 넘치는 양현우 학생 덕분에 연구하는 동안 외롭지 않았습니다. 그 외에도 서휘원 박사님의 “괜찮아요?”라는 짧은 한마디는 간간히 힘든 와중에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정진영 박사님, 황성보 박사님, 김다정 박사님을 비롯한 연구실의 모든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플라스틱분해
# 꿀벌부채명나방
# 사이토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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