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유전성 난청은 신생아 1,000명 중 약 2명에게서 발생하는 흔한 감각기 질환입니다. 현재까지 약 140개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할 경우, 난청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되었습니다. 하지만 대규모 마우스 표현형 스크리닝 연구(International Mouse Phenotyping Consortium, IMPC)에 따르면, 마우스의 청각 기능에는 최소 450여개의 유전자가 필요하며, 이는 인간 청각에 중요한 새로운 유전자들의 존재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본 연구에서는 MYH1(Myosin Heavy Chain 1) 단백질이 청각에 미치는 역할을 처음으로 규명했습니다. MYH1은 근육의 수축과 이완에 관여하는 분자 모터로 잘 알려져 있지만, 청각 기관에서의 기능은 전혀 연구되지 않았습니다. Myh1 결핍 마우스의 청력이 크게 감소된 것을 관찰하고, 이 원인을 분석한 결과 외유모세포가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함을 확인했습니다. 문헌 조사와 실험을 바탕으로 “MYH1이 외유모세포의 세포막 탄력성을 조절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Myh1 결핍 마우스의 외유모세포에서 전기적 운동성을 측정한 결과, 정상 마우스에 비해 운동성이 크게 감소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또한 세브란스병원 난청 코호트에서 MYH1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 5명을 확인하여, MYH1이 마우스뿐 아니라 인간에서도 청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입증했습니다. 이것을 통해 MYH1이 인간의 청각 손실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는 최초의 유전적 증거를 제시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논문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분석 방법과 실험들을 공부하고 셋업하였습니다. 저희 실험실에서 새롭게 외유모세포의 전기적 운동성을 측정하는 실험 조건을 확립하였고, 얻은 데이터를 Fast Fourier Transform(FFT) 방법으로 분석하는 코드를 작성했습니다. 외유모세포 전기회로에서 흐르는 전류와 축전기에 저장되는 전하를 시뮬레이션하는 미분방정식을 세우고 이를 파이썬으로 풀어서 특수해를 찾는 연구도 수행하였습니다. 또한 정상과 돌연변이 MYH1 단백질을 분자 동역학 시뮬레이션 방법을 통해 역학적으로 어떻게 다르게 움직이는지를 밝혀냈습니다. 이러한 연구 과정을 통해 더 나은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지헌영 교수님 연구실에서 박사과정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신장 질환, 암 전이, 난청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은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난청 연구팀에 소속되어 있으며, 세브란스 이비인후과 연구실과 협력하여 난청 환자의 유전체 분석을 통해 난청 후보 돌연변이를 발굴하고, 세포 및 동물 모델을 통해 난청의 발병 기전을 검증하며, 새로운 치료 방법을 모색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희 연구실은 의과학 연구에 필수적인 유전체 분석 및 단일 세포 전사체 분석 등을 위한 최첨단 dry lab 시설과, 분자세포생물학 및 전기생리학 연구를 위한 최고 수준의 wet lab 시설을 갖추고 있는 점이 큰 강점입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우리는 무엇을 위해 연구할까요? 의학 연구라면 인류의 복지와 건강 증진이라는 큰 목적이 있겠지만, 매일 실험실에 출근하는 대학원생에게는 다소 추상적이고 먼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연구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과 깨달음도 있지만, 궁극적인 목표가 없다면 길고도 험난한 학위 과정 속에서 방향을 잃고 헤맬 수 있습니다.
저에게 연구란 ‘모르는 것을 알고자 하는 궁금증’을 충족하는 과정입니다. ‘모르는 것’이란, 때로는 웨스턴 블랏에서 예기치 않게 나타난 밴드일 수도 있고, 특정 약물 처리 후 세포에서 관찰되는 전류일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아직 이해하지 못한 현상에 대해 궁금해하고 답을 찾으려는 시도가, 제가 매일 연구실에 출근해서 실험하고 결과를 분석하는 원동력입니다. 알지 못하는 현상에 대해 알고자 하는 욕구야말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고차원적인 사고의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제가 뉴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사과가 왜 땅으로 떨어지는지 궁금해했던 그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믿습니다. 학위 과정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과학적 사고 방식, 즉 귀납적·연역적 사고를 배우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는 ‘실패한’ 실험도 없습니다. 가설과 다른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 방법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새로운 배움을 얻기 때문입니다.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 덕분에 요즘 실험이 즐겁고 보람차게 느껴집니다. 남은 학위 기간 동안 모든 궁금증을 해결할 수는 없을지라도, 훌륭한 지도 교수님의 가르침 아래 성장하는 과학자로 거듭난다면 굉장히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도 아직 배우는 입장이라 조심스럽지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학문적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하는 분이라면 어디에서든 의미 있는 연구를 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당장의 성과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연구실 생활을 통해 더 나은 과학자가 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면, 훗날 돌아봤을 때 많은 것을 이루고 성장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실험실에서 난청과 전기생리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소리의 전기적 신호 전달에 관심이 많고, 아직 밝혀지진 않았지만 현상적으로 존재하는 다양한 분자적 기전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에는 귀에서 압력 의존성 이온 채널로 작동하는 TMC1 단백질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이 실험을 잘 마무리해 논문으로 출판할 수 있다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이 논문이 잘 마무리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아낌없는 사랑과 열정으로 지도해주신 지헌영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함께 실험하고 토론해주신 주선영 박사님과 민혜현 박사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연구자의 길을 선택했을 때, 그 결정을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시고 따뜻한 사랑으로 감싸주신 부모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주위의 도움과 가르침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것입니다. 제가 받은 사랑과 응원을 가슴에 새기며, 앞으로도 연구에 정진하겠습니다.
#MYH1
# Prestin
# Hearing l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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