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인터뷰
University of Michigan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본 연구는 인간 의식(consciousness)에 관한 연구입니다. 깨어 있는 뇌에서 일어나는 정보 처리 과정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첫째는 각 뇌 부위들이 특화된 정보처리를 병렬적으로 수행하는 ‘분리(segregation)’의 작용이 있고, 둘째는 해당 정보들이 서로 연결되거나 공유되면서 하나의 의식적 장면을 만드는 ‘통합(integration)’의 작용입니다. 오감은 각기 존재하되, 그것이 한데 엮여 하나의 경험을 만드는 것에 빗댈 수 있습니다. 이 통합과 분리 사이의 균형(integration-segregation balance)은 인간 의식 그 자체의 특징이자, 의식 기저의 뇌신경계가 작동하는 방식으로도 추측됩니다.
기존 문헌에서는 주로 통합과 분리를 별도로 측정하거나 둘 중 하나의 측면에만 집중해 왔습니다. 또는 뇌의 상태를 ‘통합 상태’ 혹은 ‘분리 상태’ 중 하나로 이분법적으로 양분하는 방식을 택해 왔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둘 사이의 ‘균형’이라는 중요한 요소를 놓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하여 본 연구에서는 네트워크 과학의 주요 원리를 차용하여 ‘통합-분리 차이 (ISD)’라는 새로운 지표를 제안했습니다. ISD 계산 과정에서는 뇌의 통합 및 분리 정도를 각각 efficiency와 clustering coefficient라는 수치로 정량하고, 그 둘의 차를 계산하여 현재 두뇌 네트워크가 어느 방향의 작용으로 치우쳐 있는지를 측정합니다. 깨어 있는 건강한 성인의 뇌는 약 0에 가까운 ISD를 보여, 통합과 분리 사이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후 프로포폴 마취를 통해 의식을 제어하면서 마취 중 ISD의 감소를 확인하였습니다. 또한, 뇌의 각 하위 네트워크 내에서 균형이 어떤 순서로 무너지고 회복되는지도 확인했습니다. 마취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ISD의 감소는 시각피질/운동피질과 같은 unimodal network에서 선행되었고, 이후 고등 뇌기능을 담당하는 transmodal network에서 ISD의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흥미롭게도, 마취에서 깨어나는 과정에서도 unimodal-transmodal의 순서로 균형이 회복되었습니다.
이외에도 기계학습 모델을 이용해 ISD에 기초하여 의식 상태의 변화를 추적할 수 있음을 보였으며, 뇌의 메타안정성 및 복잡성과의 연관성도 확인했습니다. 메타안정성은 뇌의 통합 작용과 더 많은 관련이 있었으며, 복잡성은 분리 작용과 더 관련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ISD가 의식의 여러 측면을 잘 반영하는 유용한 지표임을 제시하였으며, 향후 이것이 의식의 객관적 모니터링과 진단 및 치료에 발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위 연구는 미시간대학교 의식과학연구소 (Center for Consciousness Science)에서 수행되었습니다. 본 센터는 2014년 의식연구자 조지 마슈어(George Mashour) 교수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의식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연구소 중 하나입니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본 센터는 의식과 관련된 다학제적 연구 및 교육을 지향하며, 다양한 연구자들의 협업에 힘입어 의식의 미스터리를 조금씩 풀어 나가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의식 경험이야말로 우리를 인간으로 존재케 하는 근원이며, 이것에 대한 메커니즘 탐구와 측정은 과학에서 가장 근본적이고도 어려운 질문입니다. 1990년대 이후 뇌영상 및 각종 기술의 발달로 의식 연구가 그 걸음마를 뗐지만, 3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 분야는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의식과학(the science of consciousness)’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한 상황에서, 그러한 학문을 창시하고 토대를 쌓는 거대한 작업에 작은 주춧돌이라도 놓고 있다는 것이 제 보람이자 자부심입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뇌과학은 ‘내 마음’에 대한 학문이라는 점에서 다른 생물 분야와 차별화됩니다. 뇌과학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나는 누구인가’, ‘본질적으로 세포 덩어리인 내가 왜 마음을 갖고 깨어 있는가’, ‘나는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명시적으로” 던져 보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대개 위와 같은 ‘어려운 질문’에서 출발하여 뇌과학에 입문하더라도, 처음의 호기심을 잊게 마련입니다. 나에 대한 근본적인 관심을 잃지 않은 채로 정신의 특정 측면에 대한 천착을 계속한다면 더욱 좋은 결실을 맺을 것으로 믿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의식 연구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지금은 분야의 초창기이기 때문에 길을 잃지 않도록 계보를 잘 따라가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의식은 거대한 연구 주제이며, 수면, 마취, 시지각을 비롯한 의식 경험의 여러 양상(modality), 심리철학, 인공지능 등 의식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방법론은 얼마든지 있지만, ‘의식’이라는 단어를 쓰기를 주저하지 않는 개척자 정신을 가진 연구자/연구소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모쪼록 좋은 멘토를 찾으셔서 의식의 미스터리를 푸는 여정에 동참해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우선 가장 가깝게는 본 연구에서 제안한 측정법을 뇌파를 비롯한 다른 뇌영상 기술에도 접목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좋은 결과를 얻어 논문 집필 중에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의식을 관장하는 여러 부위 가운데 시상과 같은 피질하 영역의 역할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시상의 활동 및 연결성이 대뇌 활동의 통합-분리 균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후속적으로 연구할 계획입니다.
마취가 화학적으로 뇌를 켜고 끄는 기법이라면, 물리적으로 뇌를 자극하는 기법은 신경조절술(neuromodulation)이라 불립니다. 그 가운데 본 연구실에서는 저강도 집속 초음파 (low-intensity focused ultrasound) 기술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미 초음파로 시상을 자극하여 인간의 시각 경험을 제어한 초기 연구를 bioRxiv에 발표하였으며, 궁극적으로는 이 기술을 사용하여 의식을 자유자재로 켜고 끄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저는 3년 전 ‘한국의식과학학술회’를 창설하여 현재까지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저널클럽, 초청강연 및 정기 워크샵 등의 활동을 통해 의식과학의 발전 및 대중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의식 연구에 관심이 있다면 저희 학술회에 참여할 것을 권해 드립니다. janghw@umich.edu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등록일 202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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