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현 지구상의 대부분 생명체는 인간이 만든 것들에 노출되어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화학물질은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데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으며 그 과도한 사용은 이제 그것들을 만든 우리 인간과 단 한 번도 그것들을 이용해본 적 없는 생태계의 생물들에게까지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프탈레이트, 난연제, 살생물제 등의 유기 화학물질들은 소비자 제품 내에 광범위하게 포함되어 있으며, 매일 사용, 폐기되고 환경으로 방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화학물질 중 다수는 잠재적인 내분비계 장애물질에 해당하기 때문에 결국 생물의 대사, 발달, 생식 시스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후성유전학적 조절 (Epigenetic regulation)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습니다.
후성유전학 (Epigenetics)은 ‘DNA 서열과 무관하게 유전체의 활성을 조절하는 분자적 요소와 과정’으로 정의됩니다. 후성유전학적 연구가 유전학적 요인만으로 완전히 설명할 수 없는 여러 환경성 독성 및 질환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게 되면서, 환경독성학과 보건학 분야에서 DNA 메틸화, 히스톤 변형, microRNA와 같은 후성유전학적 지표들이 환경 노출과 유전자 간 상호작용을 연결하는 중요한 인터페이스 (interface)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수많은 환경독성물질 노출에 대한 후성유전학적 영향이 보고되고 있지만, 생태독성평가에 후생유전학적 지표를 적용하려면 몇 가지 중요한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합니다. 첫째, 화학물질 노출로 인한 개체 수준의 악영향 (표현형)과 후성유전학적 변화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한 증거가 부족합니다. 둘째, 환경에 존재할 수 있는 농도 범위에서 후성유전학적 변형의 정량적 용량-반응 정보가 부족합니다. 셋째, 환경에 서식하는 다양한 생태종 간의 노출에 따른 반응 민감도 차이로 인해 후성유전학적 변형을 효과적이고 일관된 지표로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자 본 연구는 예쁜꼬마선충 (Caenorhabditis elegans) 생물모델에서 소비자 제품 내 화학물질로 인한 생식독성과 억제성 히스톤 메틸화 사이의 인과관계를 규명하고 분자적, 생화학적, 개체 수준 종말점의 농도-반응 관계와 독성시작값 (Point of Departure, POD)을 산정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실험 결과를 화학물질 규제 프레임워크인 독성발현경로 (Adverse Outcome Pathway, AOP)에 통합하여 분자개시사건 (Molecular Initiating Event, MIE)부터 악영향 (Adverse Outcome, AO)까지 일련의 독성 발현 기전을 연결하고자 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정성적 평가와 정량적 분석이 결합된 접근법을 통해 살생물제 트리클로산 (triclosan)과 난연제 테트라브로모비스페놀 A (tetrabromobisphenol A)의 생식독성에서 ‘히스톤 메틸화 효소 (histone methyltransferase)와 히스톤 탈메틸화 효소 (histone demethylase) 활성 교란’이 잠재적 MIE로 작용할 수 있음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또한, 예쁜꼬마선충의 효소 단백질 서열과 기능이 유사한 모델 생태종을 발굴함으로써, 후성유전학적 MIE의 생물분류학적 적용성 (Taxonomic domain of applicability, tDOA)을 확장시켰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 연구는 화학물질의 효과적인 스크리닝 지표로써 ‘후성유전학적 효소 활성’을 제시하고, 화학물질의 전향적 생태위해성평가 (Prospective ecological risk assessment)에 후성유전학적 기전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모든 연구가 그렇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논문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시작부터 과학적 고민도 많았고 에너지와 시간도 정말 많이 투자했었습니다. 많은 것을 쏟은 만큼 이 연구를 세상에 알릴 수 있어 기쁘고 환경독성과 화학물질 관리 분야에 도움이 되길 희망합니다.
소비자 제품과 화학물질에 둘러싸여 있는 예쁜꼬마선충 (® Jiwan Kim, 2024)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소개드린 논문은 서울시립대학교 환경시스템독성학 연구실 (https://est.uos.ac.kr) 에서 박사학위 과정 중 수행한 연구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연구실을 이끌고 계신 최진희 교수님의 지도와 지원 덕분에 연구의 시작부터 출판까지 무사히 아름답게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환경시스템독성학 연구실은 환경오염으로부터 안전한 세상을 위해 다양하고 복합적인 화학물질 문제들을 해결하자는 궁극적인 목표를 가지고 연구실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며 고심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전통적인 독성 기전 연구를 기반으로, 독성발현경로 (AOP) 개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이용한 독성 예측, 신규시험법과 통합접근법을 이용한 차세대위해성평가, 화학물질의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설계 기법 개발 등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립대학교 환경시스템독성학 연구실 (® UOS EST)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는 환경독성학자입니다. 특히 생태독성연구를 하면서 ‘이렇게 방대한 환경에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의구심과 연구의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을 수없이 해왔던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도 의구심이 풀리지 않고 의미도 찾지 못했습니다만, 저에게는 좋아하는 연구를 계속 하는 것이 곧 의미가 되고 또 연구를 하다보면 오히려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일에 몸과 마음을 담고 있다는 것에 만족하고 조금이라도 환경 문제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오래 살지도 않았는데 연구를 하면 할 수록 소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불가능할 것 같아 두렵고 쫓아오는 시간에 헐떡입니다. 그렇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여러 방면(?)으로 맛본 실패와 허다했던 삽질이 성장하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의 저에게도 동시에 하는 말이겠지만 연구에 조금 더 담대해집시다! 추가로 환경과학 분야는 생태학, 화학, 역학, 독성학, 환경공학 등의 학문이 중첩되어 있기 때문에 다학제 간 연구가 불가피합니다. 본인의 특정 분야를 넘어서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태도와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과 소통하는 능력을 키운다면 금상첨화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생태계에 존재하는 여러 복합성 중 생물적 복합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환경에 대한 생물의 “적응”일 것입니다. 환경 내 오염 물질 노출이 선택압 (Selective pressure)으로 작용하여 유전적 적응이 발생한 경우, 후속 세대 개체군의 오염 물질에 대한 내성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내성 변화에 후성유전학적 기전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미국 슈펀펀드 오염지역에 적응한 Killifish 개체군을 대상으로 현재 미국 텍사스에 있는 베일러 대학교 (Baylor University)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연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 또 다른 의미를 찾게 되면 좋겠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우선 인터뷰를 제안하고 기회를 주신 한빛사에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덕분에 제 연구를 소개하고 감사한 분들에게 마음도 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낌없이 연구를 함께 해주신 최진희 교수님과 동료들에게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늘 함께 고민과 어려움을 나눈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환경후성유전학
# 히스톤 메틸화
# 독성발현경로 (A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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