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제 연구를 소개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세계의 많은 연구자들이 암의 진단과 치료에 기울여온 노력 덕분에, 암환자들의 암과 관련된 예후는 꾸준히 개선되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암환자들의 치료에 사용되는 수많은 항암 치료제, 방사선 치료 등과 같은 치료법으로 인한 심혈관계 독성, 암 생존자들의 노화 과정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한 심혈관 질환의 유병률도 크게 증가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한 질환들을 연구하는 학문을 심장종양학 (cardio-oncology) 이라고 부르며, 본 연구도 그러한 심장종양학의 일환으로써 나온 연구입니다.

 항암제 유발 심근 독성 (cancer therapeutics-related cardiac dysfunction: CTRCD)은, 항암제의 주요한 심혈관계 독성 중 하나입니다. Anthracycline으로 인한 CTRCD가 보고된 이후, 현재는 수많은 다른 항암제로 인하여 CTRCD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CTRCD는 심부전을 유발하여 환자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하락시킬 수 있을뿐더러, 심한 경우에는 환자가 암 치료를 이어 나가지 못하게 할 수도 있는 질환입니다. 이러한 CTRCD가 발생하는 것을 일차예방하기 위해 ACEi, beta blocker를 필두로 최근에는 statin, SGLT2 inhibitor 등 여러 가지 약제에 대하여 연구가 진행되어오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CTRCD가 발병한 환자에서 이를 치료하는 것 및 이차예방과 관련해서는 아직도 진행된 연구가 적습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CTRCD 환자를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근거가 매우 부족한 실정입니다.

 처음 임상 조교수가 되었던 이후로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CTRCD 환자들에게 일반적인 심부전 약제들을 투여했더니 상당수의 환자들에서 심장 기능이 회복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CTRCD 환자들 중 상당수에서 혈압이 낮다보니 guidelines에서 권고하는 심부전 치료를 계속 이어나가기 어려웠다는 점, 또한 심장 기능이 잘 회복된 이후에도 심부전 치료를 계속 해야하는지에 대하여 문의해오는 환자분들에게 대답을 드릴만한 reference를 얻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 연구를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때마침 TRED-HF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Lancet 2019;393:61-73), 이 주제에 대하여 빠르게 분석해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2015년부터 제가 구축해온 원내 코호트를 대상으로, CTRCD가 회복된 이후에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심부전 치료를 중단 또는 감량한 군과 꾸준히 유지한 군을 비교 분석하였습니다. 이 연구를 통하여, CTRCD가 발생했을 당시 LVEF가 45% 미만이었던 환자들에서는 심장 기능이 회복된 후 심부전 치료를 감량 또는 중단하면 심장 기능의 악화 및 주요 심장 사건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짐을 제시하였습니다. 비록 소규모의 단일 기관 연구이지만, CTRCD라는 특수한 형태의 심부전에서 이러한 결과를 보여준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심장종양학분야 최고 저널인 JACC: CardioOncology에 연구를 출간할 수 있었습니다. 이 연구에 editorial comment가 달렸는데, 다름아닌 TRED-HF의 저자인 Dr. Brian Halliday가 comment를 준 것이어서 더할 나위 없는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심부전 치료 지속 여부에 따른 환자들의 예후와 LVEF 변화. JACC CardioOncol 2024;6:699-710]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 연구는 화순전남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에서 이루어진 연구입니다. 화순전남대학교병원은 올해로 개원 20주년이 된 고도로 특성화된 암센터로서, 74.2%라는 높은 암환자 5년 생존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암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집중하다보니 그동안 상대적으로 심장과 관련된 진료 및 연구 역량은 크게 떨어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이 병원의 심장 초음파실을 담당하게 되었을 때부터 진료의 질 및 규모를 향상시키는데 온 힘을 쏟아왔고, 또한 암 진료를 담당하는 다른 진료과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암환자의 심혈관 기능을 모니터링하고 치료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오고 있습니다. 그 결과, 다른 어떠한 센터들과 비교하여도 뒤쳐지지 않는 암환자의 심혈관 질환 진료 체계를 이루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또한 저희 센터 내에서의 심혈관 진료 및 검사, 치료 시스템 전반에 대하여 잘 짜여진 프로토콜을 구축해놓았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암환자의 심혈관 질환에 대한 수많은 연구가 진행될 수 있는 밑거름을 갖추어놓은 상태입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진료 및 연구를 하면서 항상 생각해왔던 것은, [많은 수의 논문을 쓰기 위해 고민하지 말고, 평소에 진료 현장에서 의문이 들었던 점이나 느꼈던 점을 연구하여 논문을 쓰자]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는 정보와 논문의 대홍수 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한 수많은 정보들 속에서, 제가 평소에 고민하고 느꼈던 점들을 통한 연구 결과들이 세계의 수많은 의료인들에게 해답을 던져주고, 또한 새로운 가설을 제기해주는 빛나는 논문이 되기를 바라면서 항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존경하는 과학자이자 스승님이신 저희 병원 민정준 원장님께서 최근에 해주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현재의 연구 trend를 따라가는 연구자가 있고, major trend에는 벗어나지만 본인의 영역을 묵묵히 개척해 나가는 연구자가 있다]는 말이 가슴속에 크게 와닿았는데, 비록 심장종양학이 크게 대두되고 있는 학문이지만 그래도 순환기학 전체로 놓고 보자면 작은 영역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이 분야의 연구에 종사한다는 것은, 그만큼 학계의 한가운데에서 모두의 관심과 주목을 받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를 비롯한 많은 심장종양학 연구자들이 [major trend에는 벗어날지라도 본인의 연구를 묵묵히 수행해 나가고] 있는 상태이며, 우리 나라의 심장종양학 연구자들은 앞으로도 더욱 큰 성과를 이루어 낼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비록 이 분야를 연구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아직은 연구되어야 할 것들이 많은 분야라는 점에서 연구자의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멋진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 CTRCD의 치료에 대해서는 양질의 연구가 드물어, CTRCD의 치료는 일반적인 심부전의 치료에 준하여 시행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팀은 CTRCD의 치료에 있어서 일반적인 심부전과의 차이점을 규명해내고,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 무엇일지 찾아내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암환자에서 흔히 동반되는 심혈관계 질환인 심막 질환, 고혈압, 폐동맥 고혈압 등에 대한 연구를 병행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서도 조만간 좋은 데이터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새로운 암치료제가 개발됨에 따라 그와 관련된 심혈관계 부작용들도 계속하여 보고되고 있는데, 이러한 질환들의 조기 발견과 효과적인 치료법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연구해 나갈 예정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순환기학과 관련하여서는 허허벌판과 같았던 저희 병원에서 진료 및 연구 체계를 갖추고, 연구 성과를 낼 수 있게 된 것은, 수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보다도 제 연구 활동을 항상 지지해주고 응원해준 제 아내 김민아 교수와, 저에게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을 안겨주는 아들 도윤이와 딸 서윤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순환기학을 선택한 이유가 되었던 은사님이신 조정관, 정명호, 안영근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리며, 저의 연구를 크게 확장시킬 계기를 마련해주신 김주한 교수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논문의 introduction 하나도 제대로 못 쓰던 저를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게 도와주시고 연구의 기초를 알려주셨던 저의 은사님 홍영준 교수님께도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암환자의 심장에 대한 연구를 제안하였을 때 흔쾌히 수락하고 도와주신 박민호, 나용민, 양덕환, 송가영, 김영철, 오인재, 오형주 교수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연구의 기반을 마련하는데 큰 도움을 주신 신명근, 정용연, 민정준 원장님께도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끝으로, 항상 저의 든든한 연구 동료가 되어주는 이누리 교수와, 많은 진료와 검사 업무에도 불구하고 항상 최선을 다해주어 제 연구를 훌륭히 보조해주고 계신 박근옥, 최정은, 김지은 선생님, 그리고 김도연 선생님께도 항상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