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몇 년 전, 미국의 한 라디오 방송에서 한국어에만 있는 독특한 단어에 대해 언급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단어는 바로 “눈치” 였는데요. 방송에서는 영어로 직접 번역할 수 없어 “Noonchi”라는 발음 그대로 소개하고, 그 뜻을 자세히 풀어 설명하였습니다. 당시 방송의 설명을 제 기억과 ChatGPT에게 물어본 정의를 참고하여 재구성해 보면, “A Korean concept that refers to the behavior of understanding others' emotions, thoughts, and social dynamics through non-verbal cues. It's a form of social intelligence that emphasizes empathy, awareness, and sensitivity to context, allowing individuals to adapt their behavior to the situation and maintain harmony. (타인의 감정, 생각, 그리고 사회적 맥락을 비언어적인 단서로 이해하는 행위의 한국말이다. 이는 사회적 지능의 한 형태로, 공감, 인식, 맥락에 대한 이해를 강조하여 개인이 상황에 맞게 자신의 행동을 조정하고 조화를 유지할 수 있게한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방송을 듣던 저의 지도교수님 (Dr. Katalin Gothard)은 바로 저에게 전화를 걸어 “Gabe! This is exactly what we’ve been looking for in the brain! (승현! 이게 바로 우리가 뇌에서 찾고 있던 개념이야!)” 라며, 한국인들이 이미 인지하고 있는 이 독특한 사회적 통찰에 감탄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간의 사회적 지능은 뇌의 어느 부위에서, 어떠한 기작으로 사회적 정보를 처리해 발현되는 걸까요? 제 최근 리뷰 논문(Lee and Williams, 2024)에 언급된 내용을 바탕으로 간략히 설명하자면, 인간은 타인의 정신 상태를 인식하여 아이디어를 전달하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촉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Firth and Firth, 2006). 그러므로 이러한 신경 역학을 이해하는 것은 개인이 사회적 구조와 관계를 효과적으로 탐색하고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안정과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예를 들어, 비인간 영장류(Non-Human Primate, NHP)의 전측 대상회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 ACC) 내 뉴런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Apps et al., 2016), 예측 가능한 상대와의 협력적 행동을 이끕니다 (Haroush and Williams, 2015). 이와 더불어, 사회적 상호작용 연구에서는 편도체 (Amygdala)와 전전두엽 피질 (Prefrontal Cortex, PFC) 간의 연결이 자주 논의되며, 편도체 신경생리학에 대한 연구는 편도체 뉴런이 사회적 상호작용 중 얼굴 표정과 신체 접촉에 어떻게 반응하여 자신과 타인 간의 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줍니다 (Gothard et al., 2018; Minxha et al., 2017). 이러한 비언어적 단서는 사회적 의사소통에 중요한 기여를 하며, 사회적 결속과 조화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인간과 NHP 간의 전두엽 구조의 유사성은 사회적 인지를 이해하기 위한 종 간 연구의 중요성 또한 강조하며 (Sallet et al., 2013), NHP 모델을 활용한 연구의 당위성을 제공합니다.
이에 기반하여 이번에 출간한 논문 (Lee et al., 2024)에서는 NHP의 편도체에서의 두 가지 주요 발견을 다루었습니다. 첫째, 편도체의 뉴런은 피험자가 주의를 기울이는 대상의 사회적 지위에 선택적으로 반응하며, 이는 편도체가 사회적 서열 정보를 인식하고 처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결과는 편도체가 타인의 사회적 중요성을 평가하여 피험자가 사회적 지위에 따라 주의를 우선 배분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둘째, 주의를 기울인 대상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뉴런의 반응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사회적 파트너의 지위에도 영향을 받으며, 이는 편도체가 사회적 지위를 독립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맥락적 사회 정보를 동적으로 통합함을 보여줍니다. 이로써 편도체는 복잡한 사회적 상황에서 적응적 반응을 지원하기 위해 사회적 역학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가 기존의 연구와 차별화되는 점은, 실험 설계에서 사회적 지위라는 변인이 얼굴 표정이나 정체성과 같은 직접적으로 관찰 가능한 것이 아닌, 행동 단서를 통해 유추된다는 점입니다. 사회적 지위는 영상에서 시각적으로 명시되지 않고, 관찰자는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맥락적 단서(예: 공격적 행동 또는 복종 패턴)를 해석하여 누가 더 높은 지위에 있는지 점진적으로 알아가게 됩니다. 뇌는 이러한 행동 신호를 시간에 걸쳐 통합하여 간접적으로 사회적 서열을 인식합니다. 요약하자면, 이번 논문은 사회적 지위라는 숨겨진 변인(Latent Variable)에 대해 편도체 뉴런이 선택적으로 반응함을 발견하고, 그 의미를 탐구한 연구입니다.
참고 문헌
[1] Lee S and Williams ZM (2024): Role of Prefrontal Cortex Circuitry in Maintaining Social Homeostasis. Biological Psychiatry. S0006-3223(24)01455-0.
[2] Frith CD and Frith U (2006): The neural basis of mentalizing. Neuron. 50:531-534.
[3] Apps MAJ, Rushworth MFS, and Chang SWC (2016): The anterior cingulate gyrus and social cognition: Tracking the motivation of others. Neuron. 90:692-707.
[4] Haroush K and Williams ZM (2015): Neuronal prediction of opponent’s behavior during cooperative social interchange in primates. Cell. 160:1233-1245.
[5] Gothard KM, Mosher CP, Zimmerman PE, Putnam PT, Morrow JK, and Fuglevand AJ (2018): New perspectives on the neurophysiology of primate amygdala emerging from the study of naturalistic social behaviors. Wiley Interdisciplinary Reviews: Cognitive Science. 9:10.
[6] Minxha J, Mosher C, Morrow JK, Mamelak AN, Adolphs R, Gothard KM, and Rutishauser U (2017): Fixations gate species-specific responses to free viewing of faces in the human and macaque amygdala. Cell Report. 18:878-891.
[7] Sallet J, Mars RB, Noonan MP, Neubert FX, Jbabdi S, O’Reilly JX, et al. (2013): The organization of dorsal frontal cortex in humans and macaques. Journal of Neuroscience. 33:12255-12274.
[8] Lee S, Rutishauser U, and Gothard KM (2024): Social status as a latent variable in the amygdala of observers of social interactions. Neuron. S0896-6273(24)00658-5.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인지, 고찰, 그리고 부정 (2021, Tucson, Arizona, 직접촬영, Copyright: SeungHyun Lee)
저는 미국 아리조나주 투손 (Tucson, Arizona, USA)에 위치한 아리조나 대학교 (The University of Arizona)에서 박사 과정을 공부하며 위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제가 속해 있던 Gothard Lab (www.gothardlab.org)에서는 감정을 조절하는 뇌 회로망의 중심적 결절인 편도체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은 비인간 영장류 (NHP)에서 편도체 기능의 세포적 기초를 탐구하는데, 이는 이들이 보이는 감정 처리 과정과 사회적 행동이 인간과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에 이들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연구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회적 파트너와 소통할 때 얼굴 표정과 눈 맞춤을 사용하고, 접촉을 통해 지속적인 유대를 형성하며, 복잡하고 서열적인 사회 구조에 적응하는 능력을 연구의 중요한 요소로 삼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는 학부와 석사 모두 전자공학을 전공하였고, 위에서 설명한 연구가 제 박사 학위 연구지만, 제 박사 학위는 전자공학 (신경과학 부전공)입니다. 공학을 전공하면서 저는 항상 인간의 편의성과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술 연구와 개발에 주력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생명 활동의 본질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하고 있다는 점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변화가 제가 박사 과정을 진행하면서 신경과학으로 연구 주제를 전환할 수 있던 매력이었고, 지금도 그 결정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또한 그에 매료되어 박사 후 진로도 신경과학 분야로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하는 연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을 탐구하는 분야입니다. 이로 인해 어려운 점도 많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직접 보거나 만질 수 없는 “마음”이라는 개념을 보다 과학적으로 정의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간을 쏟고 있다는 점에서 큰 흥미를 느끼며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유학을 준비하는 출발점과 그 목표 지점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입니다. 그러므로 제 이야기는 하나의 사례로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저는 전자공학을 전공하였고, 특히 자율주행 자동차와 영상 패턴 인식 분야의 연구를 더 깊이 하고 싶어서 미국 박사 유학을 선택했습니다. 또한 공부와는 별개로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은 마음도 컸습니다. 하지만 모든게 뜻대로 되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만약 학위나 특정한 커리어만을 위해 미국에 왔다면, 아마도 바로 한국으로 돌아갔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제 인생의 새로운 한 페이지를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많은 고민과 결정을 통해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가기로 선택하였습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새로운 계획을 다시 세우거나 미리 마련해둔 플랜B 등을 활용하시길 추천합니다. 박사 후, 미국 서부에서 동부로 넘어와 또 다음 페이지를 시작하는 지금, 저 또한 다시 비슷한 선택과 고민의 연속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같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주마다, 도시마다 생활 방식이 매우 다릅니다. 그래서 특정한 경험과 그에 대한 의견은 항상 옳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생각을 갖고 있으면 좋습니다. 또한, 같은 동네에 살더라도 각 개인의 문화적 다양성에 따라 생활이 크게 다릅니다. 미국에서 연구 활동을 한다는 것은 이러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협력하여 연구를 진행 한다는 점에서 혼란스러울 수도 있지만, 동시에 매우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장점을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현재 미국 메사추세츠주 보스턴 (Boston, Massachusetts, USA)에 위치한 메사추세츠 종합병원과 하버드 의과대학 (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Harvard Medical School) 소속 Williams Lab (zivwilliams.mgh.harvard.edu)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은 포유류 뇌에서 복잡한 인지 과정이 뉴런에 의해 어떻게 계산되는지에 대한 기작을 탐구하는 동시에, 중추신경계(CNS) 내 손상된 영역의 신경 기능을 복원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을 개발하여 임상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의 일환으로, 현재 비인간 영장류(NHP)와 쥐 실험 모델을 통해 그룹 내 사회적 인지 과정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탐구하기 위한 새로운 연구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또한, 연구실 안팎으로 인간, NHP, 그리고 쥐 실험 모델을 활용한 다양한 협력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AI가 더욱 많은 것을 해결해주는 시대가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마음”을 지닌 우리가 맺는 인간관계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함께해 준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지도교수님들과 동료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더욱 깊이 전하고 싶습니다.
#신경과학
# 편도체
# 사회 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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