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유방암(Breast cancer)은 여성암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여성의 경우 암으로 인한 사망의 15% 정도가 유방암에 의한 사망입니다. 의학의 발달로 전체 유방암 치료의 성공율은 크게 향상되었지만, 치료 표적이 없는 삼중음성 유방암(Triple-negative breast cancer, TNBC)의 경우 여전히 다른 유형의 유방암에 비해 치료가 어렵고 환자의 예후가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TNBC는 타 장기로운 전이가 빈번히 발생하고 항암제에 대한 내성을 가지며 치료 후 재발률 또한 높은 특징이 있어, TNBC의 새로운 치료적 표적 발굴의 필요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암으로 인한 사망의 90%는 전이(metastasis)에 의해 유발됩니다. 암세포의 전이 과정 가운데 암세포가 상피세포 (Epithelial cells) 간의 접촉 특성을 잃고 침윤 및 이동 능력을 가진 중간엽세포(mesenchymal cells)의 특성을 획득하는 EMT(Epithelial–Mesenchymal Transition, 상피-중간엽 전이) 과정이 중요합니다. EMT를 조절하는 인자로 가장 잘 알려진 단백질은 Snail입니다. Snail은 전사 인자로서, 세포 간의 접착에 중요한 E-cadherin의 전사를 직접 억제하여 EMT를 유도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Snail은 공격적인 유방암인 삼중음성 유방암(TNBC)에서 높게 발현되며, Snail의 발현 정도는 유방암의 전이, 재발 및 예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pithelial–Mesenchymal Transition]
Snail의 발현은 전사 단계에서의 조절보다는 주로 번역 후 단계(Post-translational modification)에서 결정됩니다. Snail 단백질은 유비퀴틴-의존적 단백질 분해기작(Ubiquitin Proteasome System, UPS)에 의해 분해되고 Snail의 안정성은 세포 내 위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초기 연구에서 핵 내에 존재하던 Snail 단백질이 세포질로 이동한 후 세포질에 존재하는 E3 ligase에 의해 ubiquitination되고 프로테아좀에 의해 분해되는 기전이 규명되면서 Snail 단백질은 핵에 존재할 때에 비해 세포질에서 매우 불안정한 단백질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여러 연구를 통해 Snail이 핵 내에서도 E3 ligase에 의해 조절되며, 핵 내 프로테아좀에 의해 분해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면서 Snail 단백질이 세포질에서 프로테아좀에 의해 분해되기 때문에 핵에서 더 높은 안정성을 가진다는 기존 가설은 설득력을 잃고 있는 상황입니다.
본 연구에서는 Snail 단백질이 세포질에서 Chaperone-mediated autophagy (CMA)에 의해 분해된다는 사실을 규명함으로써 Snail의 안정성과 세포 내 위치 간의 상관관계를 규명할 수 있었습니다. CMA는 세포질에 존재하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여 리소좀 분해(Lysosomal degradation)를 유도하는 메커니즘입니다. HSC70 단백질은 세포질에 있는 KFERQ 모티프를 가진 기질 단백질을 인식하고, LAMP-2A를 통해 이를 리소좀 안으로 이동시켜 분해합니다. 저희 연구는 CMA가 Snail 단백질의 분해를 조절하는 새로운 경로임을 규명하였으며, Snail의 안정성 조절과 이를 통한 유방암 진행의 영향을 설명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였습니다.
[Chaperone-mediated autophagy modulates Snail protein stability: implications for breast cancer metastasis]
본 연구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이진환 박사님과의 공동연구로 시작되었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Snail 단백질의 안정성을 조절할 가능성이 있는 단백질을 탐색하고자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였는데, 그 한가지 방법이 세포내에서 Snail 단백질과 상호작용하는 단백질을 탐색하고 동정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는 그리 많은 단백질을 동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저는 다른 방법을 통해 탐색된 단백질들의 기능을 규명하는 연구를 주로 수행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희 연구실과 함께 세미나를 진행하는 다른 연구실 학생의 논문 발표 세미나를 듣던 중 이진환 박사님께서 동정해 주셨던 단백질이 생각나게 되었고, 그 데이터를 다시 살펴보던 중 발견한 것이 본 연구의 시작이 되었던 HSC70 단백질입니다.
어느 실험실이든 실험실의 역사가 쌓여가다 보면 어느 누군가가 했던 실험결과인데 그 당시로는 해석하기 어려워 묵혀 두고 있는 보물 같은 실험결과들이 있습니다. 본 연구 또한 공동연구자가 선물한 보물을 늦게 서야 보물임을 깨닫게 된 소중한 결과물입니다. 이 지면을 빌어 이진환 박사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경상국립대학교 응용생명과학부 유지윤 교수님이 이끄는 암세포생물학 연구실(Lab. of Cancer Cell Biology)에서 수행하였습니다. 단백질은 생체를 구성하는 주요 성분일 뿐만 아니라, 서로 상호작용하여 다양한 생리적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생명 현상의 발현과 조절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합니다. 이러한 단백질들은 세포 내에서 신호 전달, 대사, 유전자 발현 조절 등 여러 가지 중요한 과정을 통해 생명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합니다. 본 연구실은 기능유전체학(functional genomics) 및 단백체학(proteomics)적 방법을 활용하여 유방암을 비롯한 다양한 암세포에서 암의 발생과 전이 능력을 조절하는 단백질 및 이들과 상호작용하는 단백질을 새롭게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단백질들의 작용 기전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하는 것을 연구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다양한 세포 배양 기술과 실험적 분석법을 활용하여 암세포의 특성과 전이에 대해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발견된 단백질들은 암 치료의 새로운 표적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이용하여 향후 유방암을 포함한 여러 암의 예방 및 치료에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또한, 저희 연구실은 국제 학술지에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다양한 학회에 참여하여 연구 성과를 널리 공유하는 데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저희 연구실은 암세포 생물학 분야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며,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새로운 발견을 이끌어내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활발한 협력과 연구를 통해 더욱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어느 연구자들과 마찬가지로, 저 역시 새로운 연구를 시작할 때나 연구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 많은 고민에 빠지곤 합니다. 특히 예상치 못한 문제에 부딪힐 때는 연구 방향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시행착오를 겪을 때도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혼자만의 고민에 머물기보다는 다양한 사람들과 협력하고 의견을 나누며 해결책을 모색해 왔습니다. 동료 연구자나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시각을 얻기도 하고, 더 체계적으로 실험을 재구성하거나 데이터를 다시 분석하는 방법으로 접근하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실험에서 잠시 거리를 두고, 관련된 이론이나 새로운 기술을 공부하며 지식을 쌓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연구의 돌파구를 찾고, 다시금 연구에 대한 열정을 되찾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 연구를 시작하는 데 있어 다른 연구실과의 교류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평소에 저는 논문을 읽거나 세미나를 들을 때, 중요한 이론이나 개념을 제 연구에 적용해보는 습관이 있었는데, 이러한 습관 덕분에 협력 과정 중 우연히 연구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작은 아이디어가 본 연구로 이어졌고, 이를 계기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국가 연구 과제에 선정되어 안정적인 연구 환경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고, 자주적으로 연구를 진행하면서 더욱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구체적인 연구 계획을 수립하며, 그 과정에서 능률적인 문제 해결 능력과 독립적인 연구 역량이 한층 성장했다고 느낍니다. 이러한 경험은 연구자로서의 자부심을 키워주었고, 앞으로의 연구에도 큰 동기 부여가 되고 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연구는 본질적으로 탐구하는 학문이며, 오랜 시간 동안 불확실한 결과를 위해 장기적인 노력과 투자가 필요합니다. 이 과정은 끈기와 인내, 그리고 체력을 요구합니다. 특히 연구와 실험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재능보다 경험과 노력이 더욱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실험을 잘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이 쌓이고 익어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조급해하지 말고 꾸준함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인내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며, 연구의 결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얻는 지식과 경험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알아야 합니다.
또한, 연구자는 항상 겸손한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의 중요성을 떠나, 모든 연구 자체가 가치가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다른 연구자들의 연구에도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결과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자세가 매우 중요합니다. 더불어, 자신의 연구에 대해서도 항상 의심하고 증명하려고 노력해야만 좋은 연구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과학적 사고방식을 기르고, 연구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연구는 끊임없는 호기심과 겸손, 그리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이러한 자세는 좋은 연구 결과로 이어질 것입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 암 치료 분야에서는 3세대 면역항암제와 같은 부작용이 적으면서 효과적인 항암제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중 5세대 항암제로는 표적단백질 분해(Targeted Protein Degradation, TPD) 기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기존의 항암제들이 시그널 차단이나 유전자 발현 조절을 통해 작용하는 반면, TPD는 특정 암세포에서 발현되는 병리적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표적하여 프로테아좀(PROTAC) 또는 리소좀(AUTOTAC)을 통해 분해하는 방식으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해당 단백질이 암의 성장이나 전이에 기여하는 경우, 이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습니다. 특히 TPD는 정상 세포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TPD를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표적 단백질의 분해 메커니즘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현재 저는 세종과학펠로우십 과제에 선정되어 유방암 유형에 따른 CMA(Chaperone-Mediated Autophagy) 타겟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를 통해 CMA가 유방암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암세포 내에서 단백질 분해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유방암의 병리학적 기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것입니다. 이처럼 앞으로 저는 암과 관련된 단백질의 프로테아좀 또는 리소좀을 통한 단백질 분해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연구를 계속 진행할 계획입니다. 또한, 다양한 암에서 특정 단백질의 조절 기작을 연구함으로써 TPD 항암제 개발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연구는 기존의 항암 치료 방법과 병행하여 보다 효과적이고 환자 맞춤형 암 치료 전략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TPD 기술이 암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며,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을 통해 암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쑥스러워서 미처 전하지 못한 고마운 마음을 이번 기회에 전하고 싶습니다. 오랜 시간 저를 믿고 지도해 주신 유지윤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교수님의 끊임없는 지원과 격려 덕분에 제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저에게 아낌없는 조언과 지혜를 나눠 주신 김광동 교수님, 황보철 교수님, 권혁권 교수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교수님들의 조언은 저의 연구를 진행하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되었고, 늘 제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이 연구의 시작이 있게 해 주신 이진환 박사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대학원 생활을 시작할 때 도움을 주신 실험실 선배들인 조희준 박사님, 백경은 박사님, 김인규 박사님, 남인구 박사님, 박선미 박사님, 박승호 박사님께도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선배님들께서는 저에게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셨고, 그 덕분에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이를 극복하고 지금과 같은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 연구하면서 많은 고생을 나눈 이기원 박사님께도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현재 미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위해 열심히 연구하고 계신데, 힘든 환경 속에서도 연구에 대한 열정과 노력을 잃지 않고 좋은 성과 거두고 돌아오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그리고 부족한 선배 밑에서 함께 고생한 김효진 박사, 김선희 박사, 홍근석 박사, 김혜민 박사에게도 고마움을 표하고 싶습니다. 좋은 후배들과 함께하며 어려운 순간에도 서로 힘이 되어 주었고, 그 과정에서 후배들이지만 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함께 실험실에서 고생하고 있는 동료인 김민주, 김태영 박사과정 그리고 옥동우, 권구늦봄 석사과정 학생들에게도 이번 기회를 통해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과 함께한 시간은 항상 즐거웠고, 서로의 연구를 격려하며 성장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함께 힘을 모아 더욱 발전해 나가길 희망합니다.
#Cancer Metastasis
# Snail protein
# Chaperone-mediated autopha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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