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오믹스 연구의 역사는 생명과학의 센트럴 도그마에 따라 genomics , transcriptomics, proteomics로 발전해 왔습니다. Glycomics는 이러한 오믹스 연구의 연장선에서 당쇄라는 추가적인 생명정보 층위를 탐구하며, 생명체의 정교한 분자적 네트워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선형적으로 합성되는 다른 분자들과 달리, 당쇄는 수백 개의 효소에 의해 가지를 뻗으며 생합성 되기 때문에 타고난 복잡성을 지닙니다. 이로 인해 glycomics는 오믹스 연구에서 '빠진 퍼즐 조각 (missing piece of the puzzle)' 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특히, 본 논문에서 수행한 뇌 당쇄 연구는 고도의 조직 특이성으로 초기 레퍼런스가 전무한 상태에서 시작된 개척 적인 시도였습니다. 산성 당지질 (Ganglioside, 갱글리오사이드) 은 신경세포의 시냅스 가소성, 신호 전달, 뇌 발달 등 다양한 신경 생리학적 기능에 핵심적이며,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뇌 조직 내 미량 (5% 미만) 으로 존재하는 산성 당지질을 효율적으로 분리 및 분석할 방법이 부족해 연구 성과는 제한적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 질량분석 기반의 고 민감도와 고 재현성 분석 플랫폼을 구축하여 극 미량의 사람과 쥐 뇌 조직 시료로부터 산성 당지질 이성질체의 분리 및 분석법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뇌 영역별 특이성과 공통성을 규명했습니다. 동일 뇌 시료로 2020년 PNAS에 세계 최초로 포유류 뇌의 시공간별 당 발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바 있으며 (https://www.pnas.org/doi/abs/10.1073/pnas.2014207117) 이번 연구에서는 glycomics와 glycolipidomics 을 통합한 다중 오믹스 접근법을 통해 뇌 영역별 당쇄 및 당지질의 상호작용을 체계적으로 해석하였습니다. 본 연구는 기존에 해결하지 못했던 산성 당지질 이성질체의 미세한 차이를 구분해 낼 수 있는 독창적 분석법을 개발함으로써 뇌 질환과 관련된 특정 이성질체의 변화 양상을 확인했다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뇌 기능과 질병에서 당과 당지질 분포의 복잡한 상호 작용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연구의 토대를 마련했으며, 향후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다양한 뇌 질환의 조기 진단 및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충남대학교 분석과학기술대학 안현주 교수님 연구실 (The Asia Glycomics Reference Site, AGRS) 에서 기초과학연구원 (IBS)의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의 신희섭 전 연구단장님 (현 명예연구위원) 과 이창준 연구단장님 연구단과의 공동연구로 진행되었습니다. 뇌 글라이콤 연구가 분석법 개발부터 뇌 신경학적 생물학적 의미 창출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연구였기에, 다양한 분야 교수님 및 연구원분 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본 성과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AGRS 는 최첨단 질량분석 장비를 활용하여 새로운 glycome 분석 플랫폼을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합니다. 바이오 제약 회사와 정부 규제 기관에 당 분석 지원을 제공하고, 전 세계 산업 및 학술 연구실과 협력하여 clinical biomarkers, glycoprotein biotherapeutics, brain glycome, xenotransplantation, forensic science, marine biotoxins, glycome DB 에 아우르는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최첨단 연구장비와 선도적인 연구주제, 독립적인 연구자로 후학양성에 힘쓰시는 지도교수님이 계시기에 AGRS는 열정 있는 연구자들에게 최고의 연구환경이라 생각합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어린 시절, 사촌언니가 꽃다운 나이에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난 일을 계기로 의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사명감을 가질 수 있는 직업이어야 제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결국 저는 생물화학 연구자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초창기에는 연구가 저에게 지적 유희로 다가왔습니다.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을 때의 설렘과 흥분은 컸지만, 그 이상의 소명을 찾지 못해 때로는 공허함도 느꼈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연구를 지속하며 경험을 쌓아가면서 멀리 보는 눈이 생겼고, 환자를 대면하여 수행하는 의료업이 아니더라도, 연구자의 업이 종래에 인류에 기여하고 많은 사람들을 질병으로부터 해방시키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는 선명한 확신이 생겼습니다. 이 과정에서 학위과정 동안의 희로애락을 이겨낸 스스로에게 자부심을 느끼며, 그 자부심이 지금도 연구에 대한 열정을 이어가게 해줍니다. 제가 생각하는 연구의 묘미는 협업에 있습니다. 여러 지성이 함께 힘을 모아 한 사람이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를 풀어가는 과정, 그리고 세상에 태어난 따끈한 논문 한 편을 동료들과 함께 축하할 때 느끼는 보람은 연구자로서의 제 소명을 더욱 단단히 만들어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도움을 드린 다기 보다는 과거의 저에게 하고 싶은 말을 써볼까 합니다. 하루하루 본인의 연구에 충실히 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와중에도 늘 3 년 앞을 내다보며 준비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사실 운이 좋았습니다. 석사 연구 주제를 고민하고 있을 적에, 분석화학분야에 계셨던 큰아버지께서 glycomics 분야의 비전을 보고 생명과학 전공자였던 저에게 과감히 브랜치 아웃을 추천하셨습니다. 처음에는 glycomics 연구가 초기 단계라 레퍼런스, 컴퓨팅 툴도 부족해 연구 속도가 매우 더디었습니다. High-impact 논문 내며 앞서 나가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3년 정도 시간이 지나자, 그동안 쌓아왔던 노력들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수의 국내,외 학회에서 발표와 수상 기회도 있었고, 미국에서도 유수의 대학의 인정을 받아 수월하게 포닥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건 비단 미국에서 연구할 때도 중요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주어진 연구 주제에 안주하면, 실험실에서는 변방의 멤버로, 과학계에서는 변방의 과학자로 머물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3년 앞을 내다보며 지도 교수님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미국은 그러한 가능성을 실현할 기회를 주는 곳이라 믿습니다. 저 또한 포닥 과정에서 지도 교수님께 제 아이디어를 프로젝트로 발전시킬 기회를 얻었고, 그 경험은 제 연구 경력에서 가장 신나는 순간 중 하나로 기억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존경하는 한 분께서 제게 해주신 말씀을 후배님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Just make sure you help someone talented once you are in a position to do so and return the kindness. Success is just a matter of time. Hang in there.”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현재 Boston University 에서 postdoctoral associate 로 일하고 있습니다. Human milk glycolipid 와 관련된 연구를 수행 중이며, 좋은 결과로 한빛사에 다시 소개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번 논문은 오랜 기간 많은 분들이 한 마음으로 노력한 결실입니다. 좋은 연구의 주 저자로 기여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할 기회를 얻어 기쁩니다. 우선 안현주 지도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박사 시절에도 연구에 있어서 동등한 연구자로 대해주시고, 졸업 이후에도 아낌없는 지원과 조언을 주신 교수님 덕분에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이끌어 주신 IBS 신희섭 전 단장님과 이창준 단장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연구 미팅에서 교수님들의 깊은 통찰을 들으며 느꼈던 경외감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IBS 인지사회연구단 이보영 박사님, 김민수 박사님, 김성욱 박사님께도 감사를 표합니다. 연구를 함께 하며 뇌 과학뿐만 아니라 협업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또한, 연구자로 성장하는 지난 시간 동안 옆에서 함께 동고동락하며 도움과 인사이트 나눠 준 황희연 박사님, 처음에는 미숙한 사수였을 텐데도 불구하고 믿고 따라와줘서 많은 결과물을 함께 만든 윤재경 연구원, 멀리 미국에 있어 불편한 점도 있었을 텐데 끝까지 성실하게 임해준 윤동담, 박지은 박사과정생 모두 감사합니다. 그리고 언급하지 못했지만 여러 교수님들께서 학교에서, 학회장에서, 저에게 해 주신 말씀과 격려들 덕분에 힘든 순간이 올 때 마다 다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릴 적부터 하고 싶은 일이 많았던 저를 끝없이 믿고 응원해주신 부모님과, 부모님이 주신 가장 큰 선물이 되어준 언니가 있었기에 비 선형적인 제 인생 경로에서 즐겁게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Glycomics
# Brain
# Mass spectrome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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