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뇌신경계 질환은 태아 시기의 신경발달 장애부터 인간 생애 후반부에 주로 나타나는 신경 퇴행성 질환까지, 전 생애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따라서, 이러한 질환을 보다 포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인간 뇌의 발달 과정과 그 과정에서 신경 질환의 위험 유전자들이 세포 발달 과정에 작용하는 양상을 찾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최근 단일 세포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 뇌의 다양한 세포의 분화 및 성숙 과정에 관한 상세한 연구가 가능해졌습니다. 특히, 자폐 스펙트럼 장애나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 발달 및 퇴행성 질환의 원인을 유전자 수준에서 탐색하고, 해당 유전자들이 뇌의 특정 영역과 세포 유형에서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분석하는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들은 뇌신경계 질환과 관련된 세포 특이성과, 각 뇌신경계 질환에 중요한 발달 시기를 밝히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경 발달 장애와 관련된 유전자 중 많은 수가 태아기 신경세포에서 활발히 발현된다는 것이 규명되었습니다.
본 연구는 인간의 모든 발달 과정을 포함하는 단일세포 전사체 아틀라스를 구축하여, 각 세포 유형이 인간의 발달 과정 중 어느 시점에서 특이적으로 작용하는지를 탐구하였습니다. 총 114명의 사후 뇌 조직을 사용하여 7주 태아부터 90세 성인에 이르는 393,060개의 단일 뇌세포를 포함한 이 아틀라스를 통해, 인간 뇌 발달의 복잡한 과정을 더 깊이 이해하고, 특정 질환과 관련된 유전자들의 발현 패턴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였습니다. 이 데이터를 통하여 밝힌 뇌신경계 질환 관련 유전자들의 발현 역학은 각 세포 유형의 발달 시점에 따른 유전자 조절 메커니즘과 각 유전자들의 질환 특이적인 역할을 규명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림 1]: 아틀라스 구축 모식도 및 데이터 (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 2024)
구축한 아틀라스에서 자폐 스펙트럼, 발달지연, 뇌전증과 같은 신경 발달 장애 관련 위험 유전자들이 주로 출생 전과 출생 후 초기 발달 단계의 흥분성 및 억제성 신경 세포에서 발현된다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해당 발달 단계에서 유전자 조절 이상이 발달 장애의 주요 원인임을 추론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세포 분화의 관점에서 분석한 결과, 특정 신경 세포의 분화와 아교세포의 분화 시점에 따라 다양한 신경계 질환 유전자들의 발현이 다르게 나타남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아교세포 중 oligodendrocyte의 서로 다른 분화 단계에서 알츠하이머병 및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 관련 유전자들이 발현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더불어, 초기 뇌 발달 단계에서 전사 인자, 성호르몬 신호 조절, 면역 신호 경로 등의 복합적인 조절 메커니즘을 탐구한 결과, MEF2C 전사 인자가 자폐 스펙트럼 위험 유전자와 연관되어 있으며, 태아기 후기에 발현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IL17RD의 발현 패턴이 성별에 따라 차이가 나타났으며, 이는 자폐 스펙트럼과 같은 신경 발달 장애의 성별 특이적 발병 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 연구에서는 단일세포 전사체 아틀라스를 통해 인간 뇌 발달 과정에서 다양한 세포 유형과 시간적 변화에 따른 신경학적 장애 관련 유전자들의 발현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특정 세포 유형과 발달 단계에서 나타나는 유전자 발현 패턴을 파악하여, 발달 장애와 같은 뇌신경계 질환의 발생 시점과 주요 병리적 과정을 이해하는 데 기여하고자 했습니다. 앞으로 이 연구가 신경 질환의 초기 발병 기전을 조사하고,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잠재적 세포 유형과 분자적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되며, 신경학적 장애의 조기 진단과 맞춤형 치료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올해 8월에 학부를 졸업하고, 현재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인간유전체 연구실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학부연구생 때 안준용 교수님의 지도 아래 수행한 연구입니다.
저희 연구실은 다양한 유전체 데이터를 활용하여 발달 장애를 포함한 인간의 복잡한 질환의 원인을 심층적으로 탐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자폐 가족의 전장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하여 자폐와 관련된 유전적 변이를 연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자폐의 원인 및 발병 메커니즘을 규명하고자 합니다. 또한 딥러닝을 단일 세포 전사체 에 접목하여 자폐의 진단 및 조기 중재 도구 개발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멀티오믹스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활용하여 치매, 암 등의 복잡한 질환에서 중요한 생물학적 경로를 파악하고, 이러한 질환의 핵심적인 병리학적 기전을 이해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연구를 통해 저희 연구실은 인간 유전체 연구의 최전선에서 복잡한 질병의 이해를 넓히고, 보다 정확한 진단 및 치료 전략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항상 함께 적극적으로 연구하고자 하는 사람들 환영하고 있으니 이런 분야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저희 웹사이트를 확인해 지원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joonanlab.github.io/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제가 생명과학 분야의 연구자가 되겠다고 결심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사람들과의 소통을 좋아하는 저의 성향과 조용히 실험실에서 현미경만 들여다보는 연구자 이미지가 맞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연구를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연구는 절대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성공적인 연구를 위해서는 연구자 간의 활발한 소통과 학문적 교류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있을 때마다 동료 연구자들이 아낌없이 조언과 도움을 주며, 서로의 성장을 돕는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혼자 고민할 때보다 공동 1저자인 서연 선생님과 논의하고, 단일세포 전사체나 뇌신경계 질환을 연구하는 다른 연구실 선생님들과 의견을 나눌 때, 제 생각이 확장되고 깊어지는 경험을 매번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특정 분야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며, 연구의 심도와 질이 자연스럽게 향상되는 것을 느낍니다. 이번에 첫 논문을 작성하면서 이러한 소통의 중요성과 그 과정에서의 성장이 얼마나 중요한지 특히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저는 어릴 때부터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창조하며,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개발해 나가는 동시에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발표한 논문은 저에게 그 꿈에 한 발짝 다가가는 하나의 중요한 마일스톤처럼 느껴졌습니다. 연구를 통해 얻은 작은 성과들이 결국 큰 그림에서 사회와 사람들에게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은 연구자로서의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 과정에서 얻은 성취감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더 나은 연구를 해 나가고 싶다는 열망이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연구는 단지 실험실에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이 아니라, 연구실 멤버들과 지적 교류를 통해 함께 성장하고, 그 과정을 통해 인간의 이해를 넓혀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제가 꿈꾸던 연구자의 모습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은 저에게 큰 기쁨과 자부심을 안겨주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는 학부를 막 졸업한 연구원으로 앞으로 배울 것이 많아서, 연륜 있는 조언을 드리기는 어렵지만, 제가 연구하면서 느꼈던 몇 가지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효율적이고 명확한 소통의 중요성입니다. 연구 초기에는 다른 분들에게 제가 수행한 모든 분석과 결과를 순서대로 상세하게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이 처음 듣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핵심을 파악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후에는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3가지를 간결한 문장으로 정리하여, 연구실 분들에게 이해가 잘 되는지 피드백을 받으며 연습하였습니다. 간결하고 핵심적인 소통은 연구에서 중요한 점을 명확히 파악하고 전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소통방식을 통해 상대방에게 필요한 피드백을 빠르게 받을 수 있는 동시에, 자신도 연구 내용을 정리할 수 있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자신의 분석에 대한 주체성과 자신감을 가지는 것입니다. 저는 학부연구생으로서 연구에 참여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제 분석 결과에 회의적이었고, 경험이 많은 선배 연구자들의 조언에 의존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제가 한 분석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은 저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 마음가짐은 연구 과정에서 이해가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마다 더 많이 찾아보고, 생각하고, 공부해서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습니다. 연구를 수행할 때, ‘이 분석을 나만이 가장 잘 해석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면, 연구에 대한 자신감도 크게 향상이 되고 학문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연구 외적인 힐링 요소를 찾는 것의 중요성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연구를 할 때 밤을 새고 끼니를 거르면서 몰두했던 날들이 많았습니다. 연구에만 집중하다 보면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기 쉽고, 지쳐서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이럴 때, 나를 회복시켜줄 고정적인 힐링 요소가 있다면 큰 도움이 됩니다. 쉬면서 지금 당장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것이 비효율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적절한 휴식을 통해 재충전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연구를 더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작고 효율적인 힐링 시간을 통해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 것이, 연구에 다시 몰두하는 데에 큰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 저는 구축한 뇌 single-cell 아틀라스를 활용하여 오가노이드와 쥐 등 뇌 모델들을 구축하고 연구하시는 분들과 함께 특정 유전자의 뇌 발달과 뇌신경계 질환에 주는 영향에 대해 탐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고려대학교에서 바이오시스템의과학과와 컴퓨터학과를 졸업하여, 안준용 교수님 연구실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박사 과정 유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는 인간의 뇌의 세포들이 어떻게 분화하고 발달하는지, 그리고 어떤 요인들 때문에 정상적인 분화 범주에서 벗어나 질환을 유발하는지 그 메커니즘에 대해 큰 호기심을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아틀라스 구축으로 살펴본 전사체 뿐만 아니라 후생유전학적 데이터, 그리고 단백체 데이터까지 분석 가능 범위를 확장하여 다각도로 인간의 뇌의 여러 세포들의 분화 과정을 규명하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 저는 인간의 뇌를 잘 모방하여 실험할 수 있는 다양한 줄기세포 모델에서 추출한 데이터를 통해 다른 동물 모델로는 재현할 수 없었던 인간 특이적인 질환 메커니즘을 밝혀내고 싶습니다. 이 과정에서 컴퓨터학과를 이중 전공하는 동안 배운 자연어처리와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그 분화 과정을 설명하고 예측하는 시도를 해보고 싶습니다. 저의 최종적인 목표는 뇌의 다양한 세포가 분화하는 과정과 뇌신경계 질환의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뇌신경계 질환들을 치료하거나 완화할 수 있는 약물 표적들을 찾아 뇌신경계 질환 해결에 이바지하는 것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저희 연구에서는 다른 연구자분들이 관심 있는 유전자의 인간 생애에서의 발현 양상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아틀라스 데이터와 3,380개의 뇌신경계 질환 관련 위험 유전자의 발현 패턴을 Zenodo (https://doi.org/10.5281/zenodo.10939707)에 공유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및 활용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를 진행하면서 학부생으로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깨우쳤습니다. 간단한일러스트레이터 사용법이나 논문 작성법도 모르던 제가 공동 1저자로 논문 출판까지 할 수 있던 것은 항상 진심을 다해 저를 도와주시고 가르쳐 준 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연구자가 될 수 있도록 상시 열정적으로 지도해주시는 안준용 교수님과 제가 항상 학문적으로도, 그리고 인간적으로도 너무나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있는 저의 사수님이자 공동 1저자이신 서연 선생님에게 가장 먼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또 연구 과정에 조언과 지지를 아끼지 않은 공저자 인경 선생님과 정은 선생님을 포함한 따뜻한 저희 랩실 분들과, 귀중한 시간을 내어 논문을 살펴봐 주신 박종은 교수님, 박지환 교수님, 김은하 교수님, 김현정 교수님께 모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 아실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과학과 대학원의 길에 대하여 고민을 하고 있을 때 큰 응원을 주신 전성후 교수님과 김성은 교수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교수님들께서 주신 말씀이 항상 따듯하게 남아 큰 응원이 되어 연구에 집중하고 나아갈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항상 많은 사랑과 지지를 주는 저의 가족과 저의 곁의 모든 사람들에게 큰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이제 연구의 길의 시작점에 선 연구자로서, 계속해서 더 배우고 발전하면서 뇌신경계 질환 연구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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