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텔로미어는 염색체 말단에 위치한 DNA-단백질 복합체로, 다양한 DNA 손상 반응으로부터 염색체 말단을 보호하고 유전 정보를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텔로미어 길이 유지는 세포의 삶과 죽음을 결정짓는 중요한 축인데, 텔로미어 길이가 일정 수준 이하로 짧아져 텔로미어 기능 장애가 발생하게 되면 염색체 융합 및 재배열과 같은 유전체 변형이 발생해 궁극적으로 세포 사멸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정 암을 포함한 일부 세포는 대안적 텔로미어 유지기작 (ALT)를 사용하여 이러한 텔로미어 기능 장애를 극복하고 무한 증식합니다. 텔로미어를 표적으로 한 항암 전략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ALT를 이해하고 조절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두 유형의 ALT 중 유형 1 ALT의 경우 텔로미어 유지 기전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텔로미어와 유전체 내부에서 지속적인 불안정성이 관찰되었는데, 이는 유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유형 1 ALT에 내재해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ALT와 유전체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며, 특히 ALT 세포 내 유전체 변형을 단일 염기서열 수준에서 깊이 조사한 바는 거의 없습니다.
저희 연구팀은 올해 10월 Nucleic Acid Res (NAR)에 발표한 논문에서 롱리드 시퀀싱에 기반하여 유형 1 ALT 생쥐배아줄기세포의 고품질 유전체를 조립 및 완성했으며, ALT 기전 활성에 필요한 혹은 동반된 구조적 변화를 규명했습니다. 또한, ALT 텔로미어 안정성 유지에 필수적인 세 개의 유전자 (Rgs6, Dpf3, Tacc2)를 새롭게 밝혔습니다.
최근 롱리드 시퀀싱 기술의 발전으로 유전체 변형의 정확한 식별 그리고 고품질 유전체 조립이 가능해짐에 따라, 텔로미어 위기를 극복한 세포의 유전체 진화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유형 1 ALT는 효모에서부터 예쁜꼬마선충 그리고 생쥐 모델에 이르기까지 진화적으로 잘 보존되어있는 유전체 보존 프로그램이기에, 인간 암세포에서도 해당 유형의 ALT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본 연구는 유전체적 접근을 바탕으로 유형 1 ALT를 이해하는 데 기여했으며, 더 나아가 ALT를 활용한 새로운 항암 전략에 대한 학술적 기반 제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이준호 교수님이 이끄시는 유전과 발생 연구실 (Laboratory of Genes and Development, https://biosci.snu.ac.kr/elegans)에서 수행되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두 유형의 ALT 생쥐배아줄기세포를 대상으로 유전체, 싱글셀 전사체, 단백질체 등의 다양한 분석을 수행함으로써 ALT 기작을 심도있게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예쁜꼬마선충 (C.elegans)의 신경계 전체 연결도 (커넥톰) 분석을 기반으로 다양한 분자유전학적 연구기법을 활용하여 신경계의 발생과 진화 등에 대한 연구 또한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이준호 교수님의 따뜻한 지도 하에 총 11명의 구성원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동료 연구자들과의 대화로 여러 아이디어가 모이고 그것들이 생물학적 데이터로 발전하고 궁극적으로 하나의 논문을 구성하는 스토리로 연결될 때 큰 희열과 보람을 느낍니다. 여러 연구들을 수행하면서 강하게 체감하고 생각했던 것은, 연구는 절대로 ‘혼자’서는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동료 연구자들, 지도 교수님, 그리고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 덕분에 더 빨리 그리고 더 멀리 도약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토론하고 고민하는 과정은 새로운 연구의 시작점이 되었으며, 저에게 무언가를 포기하지 말아야 할 혹은 포기할 용기를 주기도 했습니다. 무수히 쌓인 소통의 시간들 덕분에 연구에 대한 은은한 속력의 열정을 피울 수 있었으며, 제가 연구자가 되어가는 과정 중에 있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험 성적이라는 비교적 빠른 성과를 맛볼 수 있는 학부 과정과 달리 대학원 생활은 논문성과를 내기까지의 기간이 매우 긴 편인데, 그 장기전을 지낸다는 것이 대학원생 초반 시절의 제게 가장 힘든 일이었습니다. 단번에 깨기 어려운 목표는 깨기 쉬운 자잘한 목표 여러 개로 나누어 작은 성과들을 여럿 경험하는 것, 그리고 무수한 시행착오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학위과정을 지내는 동안 참으로 큰 도움이 되었으며, 더 나아가 제 인생에도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제 학위과정은 연구자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제가 많은 성장을 한 시기라 이 부분에 있어서도 많은 보람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는 학부 때 생명과학을 전공했으며 학부 과정 당시 생물정보학에 관심은 있었으나 컴퓨터를 이용한 생물학적 데이터 분석에는 전혀 경험이 없는 학생이었습니다. 대학원 입학 이후에 전사체나 유전체를 비롯한 오믹스 데이터를 다루고 분석하는 법을 처음으로 공부하고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논문을 읽으며 관련 연구분야의 최신 동향을 파악하고, 데이터베이스에서 관심 데이터를 다운받아 그것을 직접 다뤄보며 여러 분석법을 체화하는 경험이 제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방대한 데이터로부터 유의미한 생물학적 의미를 찾아내고 그것을 여러 실험들로 검증하는 일련의 과정은 참 흥미롭고도 보람찬 일입니다. 생물정보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이 연구분야를 공부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혹시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으신 후배님들이 계신다면 언제든 연락 주시면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앞으로의 연구 계획은 유전체를 포함한 여러 오믹스 데이터를 활용하여 ALT 기작 연구를 심화하는 것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ALT 단백질체 분석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며, 앞으로도 관련 분야의 핵심적인 연구 주제를 발굴하고 새로운 지식을 밝혀내는 일에 매진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학위과정의 막바지에 이렇게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주신 한빛사에 감사한 마음을 먼저 전합니다.
좋은 환경에서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열렬히 지도해주신 이준호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리고 학위 과정동안 동고동락하며 연구 내외의 많은 의지가 되어준 소중한 연구실 구성원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좋은 지도교수님과 좋은 연구실 식구들을 만나 20대의 절반을 함께한 과정들 자체가 제게는 무엇보다 큰 보람이자 자부심입니다. 마지막으로 긴 학위 기간동안 저를 믿고 응원해준, 힘들 때마다 무한한 버팀이 되어준 부모님, 두 동생들, 그리고 친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텔로미어 (telomere)
#대안적 텔로미어 유지기작 (ALT)
#롱리드 시퀀싱 (Long-read sequenc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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