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오토파지는 영양 결핍, 감염, 노화, 암, 퇴행성 신경질환과 같은 신호에 반응하여 세포가 생존하고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필수적인 기작입니다. 세포가 영양 결핍 상태에 놓이면 오토파지를 통해 불필요한 구성 요소와 소기관을 분해하여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하고, 이를 통해 세포는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을 극복할 수 있게 됩니다. 오토파지는 빠르게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기작으로 알려져 있어, 지금까지 대부분의 연구는 세포질 내에서 오토파지 관련 단백질들이 어떻게 결합하고 작용하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왔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장기화될 경우 핵 내에서의 전사 과정과 표적 유전자의 발현 조절이 오토파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가 이어졌고, 특히 오토파지의 주요 조절자로 알려진 ‘TFEB’이라는 전사 활성 인자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TFEB과 반대로 작용하는 전사 억제 인자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며, 특히 히스톤 변형에 의한 후성유전적 조절 기전과 오토파지 유전자 발현 조절과의 관계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저희 연구팀은 이번 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논문에서 오토파지 및 리소좀 유전자 억제를 담당하는 전사 인자인 ‘USF2’의 히스톤 아세틸화 변형을 수반한 후성유전학적 기전을 규명하였으며, 오토파지의 master regulator인 TFEB과 USF2가 경쟁적인 관계를 이루고 있음을 밝혔습니다. 또한, 알파1-안티트립신 결핍증 모델에서 USF2를 억제함으로써 오토파지와 리소좀 활성을 유도하는 방식이 치료 타겟으로서 가능성이 있음을 제시하였습니다.
앞으로 오토파지와 리소좀의 전사 조절에 관한 연구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되며,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같은 단백질 응집 관련 질환이나 다양한 장기에서의 암 질환에서 오토파지 활성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보고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TFEB의 조절이 이러한 질병에서 오토파지를 통한 치료의 핵심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USF2를 통한 오토파지 조절 역시 관련 질환의 치료법으로서 잠재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저희가 논문에서 제시한 것처럼 TFEB를 활성화하고 USF2를 억제하는 전략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오토파지를 더욱 강력하게 유도할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치료법은 더 큰 임팩트를 가질 것이라고 기대됩니다. 이러한 기전을 더욱 명확히 규명하고 잘 활용한다면 관련 질환의 치료법 개발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림 1 . USF2 조절을 통한 질병 치료 전략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2016년부터 현재까지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의 후성유전 코드 및 질환 창의연구단에서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biosci.snu.ac.kr/sbaek) 백성희 교수님의 열정적인 지도 아래, 오토파지 (Autophagy), 암 모델 (Pancreatic Cancer, Ewing Sarcoma, Breast Cancer), 염증 반응 (Inflammation), 저산소증 (Hypoxia) 등 다양한 생물학적 현상과 관련된 질환들의 후성유전적 메커니즘을 중심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구성원들 간의 유대감이 매우 높아, 서로 배우며 협력하는 분위기 속에서 프로젝트가 유기적으로 진행되고, 그 결과로 꾸준히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는 정해진 답을 찾는 시험 준비와는 다르게, 새로운 과학적 사실을 발견하고 그것이 진리인지 끊임없이 탐구하며 객관적인 방법으로 증명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을 때, 이를 검증하는 과정은 종종 오랜 시간이 걸리며, 이를 견디는 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대학원 과정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바로 이 '불확실함'에서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 많은 연구자들이 이러한 불확실함 때문에 연구를 중단하는 경우도 종종 보았고, 이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더욱 어렵습니다.
저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이 불확실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연구를 시작할 때 세웠던 목표, 처음 연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연구 과정에서 느낀 작은 성취들을 계속해서 상기하면서 자신에 대한 믿음을 키우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연구의 방향이 잡히고, 오히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불확실함을 극복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지만, 동료 연구자들과의 소통 역시 큰 도움이 됩니다. 오늘날처럼 다양한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는 혼자서 하는 연구는 거의 없다고 할 정도로 협업이 중요한데, 같은 목표를 가진 팀원들과의 교류를 통해 확신을 얻기도 하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연구자로부터도 영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이탈리아에서 같은 분야의 권위자인 Andrea Ballabio 교수님과 소통하면서 많은 도움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열린 자세로 다른 연구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이러한 태도가 많은 연구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어느 분야에서든 연구는 쉽지 않지만, 특히 기초 과학 분야에서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알려진 것이 적다는 점에서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학위 과정 또한 긴 시간 동안의 도전이며,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연구를 하고자 하는지, 그 연구를 통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에 대한 확고한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이런 부분을 꼭 깊이 고민해 보시길 권합니다.
또한, 경제적 부담과 시간, 그리고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과학자로의 진로 선택이 어려움이 있지만, 우리가 하는 연구가 사회에 큰 공헌을 하는 일만큼이나 의미가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기초 과학 연구가 이루어져야만 여러 질병 치료의 기반이 마련되고, 그로 인해 수많은 생명을 살리는 바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바탕이 될 수 있는 기초 과학자들이 더 많이 배출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공동체가 형성되어 다양한 과학 분야가 더욱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분자 세포 생물학 분야에서 견문을 지속적으로 넓히며, 새로운 분야와의 융합이나 생물 정보학적 데이터 분석을 통해 다양한 시각으로 생명 현상을 이해하려고 합니다. 특히 오토파지나 리소좀과 관련된 전사 조절 연구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여, 이 분야의 연구를 계속 이어가고자 합니다. 또한, 암 모델이나 신경 퇴행성 질환과 같은 다양한 질병 모델에서 이러한 현상들을 적용하는 마우스 모델 연구나 환자 샘플을 활용한 연구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더 발전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해외에서 Post-Doc. 과정을 통해 연구 생활을 이어가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번 연구를 잘 진행할 수 있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논문을 잘 쓸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 지도 교수님 백성희 교수님과 공동으로 논문을 잘 지도해주신 김근일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항상 옆에서 함께 연구하고 토론하며 여러 방면에서 도움을 준 연구실 동료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모두들 하고 있는 연구들이 잘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언제나 곁에서 힘든 티 하나 내지 않고 묵묵히 응원해주고, 제가 지치지 않고 연구할 수 있는 힘이 되어준 아내에게도 정말 고맙고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오토파지(Autophagy)
# 리소좀(Lysosome)
# 후성유전학(Epigene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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