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당뇨병은 전 세계적으로 4억 6천 3백만 명 이상이 겪고 있는 질병입니다. 이와 관련된 만성 신장 질환(Chronic Kidney Disease, CKD)은 전 세계 인구의 10% 이상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결국 혈액투석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이러한 혈액투석 환자들은 주로 앉아 있거나 누워 있는 생활 방식으로 인해 신체 활동과 이동성이 크게 감소합니다. 특히, 당뇨병과 관련된 합병증, 예를 들어 말초신경병증은 운동 능력을 더욱 악화시키며, 이동성에도 큰 문제를 일으킵니다. 신장 기능이 저하되면 근육 손실이 가속화되고, 그 결과 보행속도가 느려지며, 낙상 위험도 증가합니다.

“Exercise is medicine.”라는 말이 있듯이, 운동은 인간의 건강에 매우 유익한 효과를 제공합니다. 특히, 운동 중재(Exercise Intervention)는 환자의 전반적인 기능 향상 및 유지에 가장 효과적인 대안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혈액투석 환자의 경우, 투석 과정에서 나타나는 피로감과 불편함으로 인해 별도의 운동 중재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운동 프로그램이 아무리 좋아도, 환자들이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실용성과 실행 가능성에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환자들의 높은 만족도와 프로그램 참여 순응도를 보장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저희 연구는 순응도가 낮은 운동 프로그램 대신, 신체 활동을 향상시킬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혈액투석 중 발바닥 전기 자극(Intradialytic Plantar Electrical Stimulation, iPES)입니다. 이 방법은 하부 사지의 감각 및 운동 신경을 자극하는 비침습적 치료법으로, 환자들이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효과를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희 연구에서는 12주 동안 iPES 프로그램이 당뇨병을 앓고 있는 혈액투석 환자의 보행과 신체 활동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는지를 평가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실험군에서는 중재 프로그램 이후 전반적인 보행 능력 및 신체 활동의 개선이 확인되었으며, 이러한 개선은 환자들의 인지 기능과 삶의 질 개선과도 연관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또한, 중재 프로그램이 끝난 후 환자들에게 만족도 평가(Technology Acceptance Model, TAM)를 수행한 결과, 실험군의 66%가 향후 가정에서도 이 발바닥 전기 자극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본 연구는 2018년 6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약 5년 5개월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최대 120명의 대상자를 모집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그러나 연구 과정 중 코로나19의 발생으로 인해 연구가 일시적으로 중단되었고, 이는 연구 진행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후 2021년 중반부터 연구가 다시 지속되었으며, 최종적으로 117명의 대상자를 모집했고, 그중 97명의 환자를 통해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지만, 팀원들이 협력하여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고 생각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카타르 도하의 Hamad Medical Corporation(HMC)과 미국 휴스턴의 Baylor College of Medicine(BCM)이 협력하여 진행한 글로벌 프로젝트입니다. 1979년에 설립된 HMC는 카타르의 주요 공공 의료 기관으로, 중증 환자 치료와 전문 의료 서비스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1900년에 설립된 BCM은 텍사스주 휴스턴에 위치한 세계적인 의과대학 겸 연구기관으로, 의학 교육, 생의학 연구, 환자 치료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특히 유전학, 신경과학, 바이오메디컬 공학 분야에서 강점을 보입니다. 특히, 제가 소속되었던 BCM의 iCAMP(Interdisciplinary Consortium on Advanced Motion Performance) 연구실은 Najafi, Bijan 교수님이 운영하는 Baylor College of Medicine의 주요 연구 센터 중 하나로, 센서 기술, 웨어러블 기기,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분석을 통해 다양한 환자 집단의 운동 능력, 균형, 보행 패턴 등 인간의 움직임과 성능을 분석하고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다학제적 연구 기관입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HMC와 iCAMP 연구실은 지난 10년간 글로벌 연구 협력을 수행해오면서 수많은 연구 성과를 국제 학회에 발표하고, 다수의 논문을 게재해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본 논문은 지금까지 성취한 연구 결과 중 가장 우수한 성과로, 팀원들 모두가 인정한 연구입니다. 이 논문은 저희 연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연구의 주요 결과 변수가 제가 전공한 생체역학(Biomechanics)과 밀접하게 관련된 매개변수들이었고, 이러한 생체역학적 변수를 중심으로 임상적 특성, 설문지 특성, 그리고 기타 변수들과의 연관성을 통해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연구자로서 큰 자부심과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는 체육학/운동학(Kinesiology)을 전공했기 때문에 대학병원에서 생체역학을 기반으로 연구를 수행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연구센터에서 이 분야에 대한 수요가 있으며, 운동학 전공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특히, 인간의 움직임(Motion)에 대한 원리와 운동(Exercise)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는 여러분의 가치와 전문성을 크게 높여줄 것입니다. 또한, 미국에서 인증된 National Strength and Conditioning Association(NSCA)에서 제공하는 Certified Strength & Conditioning Specialist(NSCA-CSCS)나 American College of Sports Medicine(ACSM)의 Certified Clinical Exercise Physiologists(ACSM-CEP) 자격증은 학위 외에도 여러분의 전문성을 더 두드러지게 할 수 있는 유익한 자격증입니다 (예: 홍길동, Ph.D, CSCS). 이러한 자격증을 취득하면 여러분의 진로가 스포츠나 운동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공중보건, 임상 분야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 저는 PI인 Bijan Najafi 교수님과 함께 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 (UCLA) Health의 CASIT(Center for Advanced Surgical & Interventional Technology) 연구실로 이직하였습니다. CASIT은 UCLA 의과대학 내의 혁신적인 연구센터로, 로봇공학, 가상 현실, 시뮬레이션, 인공지능, 웨어러블 기술 등을 활용하여 환자 치료를 개선하고 의료 종사자들이 최신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UCLA의 뛰어난 환경과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저희는 HMC 병원과의 글로벌 연구 협력 과제를 제안할 예정이며, 환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더욱 혁신적인 중재 프로그램을 도입할 계획입니다. 또한,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USC) Keck School of Medicine의 David Armstrong 교수팀과 함께 당뇨병성 족부궤양 및 하부 사지 질환의 치료와 예방을 위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며, 앞으로 유의미한 연구 성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우선, 이 자리를 빌어 본 연구 성과가 이렇게 우수한 저널에 성공적으로 게재될 수 있도록 지도해주신 Najafi, Bijan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논문이 Diabetes Care 저널에 게재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지만, 교수님의 자신감과 풍부한 경험 덕분에 이러한 성과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또한, 논문 수정 과정에서 핵심적인 임상적 조언을 제공해주신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범재원 교수님께도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범 교수님의 소중한 의견과 조언 덕분에 논문의 완성도가 크게 향상되었고, 저 역시 임상 연구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먼 미국 땅에서 아들을 낳고 돌보느라 매일 고생하는 제 아내 신영화에게 이 영광을 돌리며, 진심으로 위로와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