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이번 연구는 췌장암 환자에서 발견된 높은 혈청 페리틴(serum ferritin, SF) 수치와 암 진행 사이의 연관성을 바탕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전에 발행된 제 논문에서 코호트 연구와 메타 분석을 통해, 일반적으로 남성의 정상 SF 수치는 30-300 ng/ml, 여성은 10-200 ng/ml이지만, 췌장암 환자는 이보다 훨씬 높은 400 ng/ml 이상의 수치를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페리틴과 암의 관련성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페리틴의 두 가지 서브유닛인 FTH1 (heavy chain)과 FTL (light chain)이 암에서 다르게 발현될 수 있으며, 이 발현 양상은 암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췌장암에서 FTH1과 FTL의 발현 패턴을 조사했고, 암의 등급(grade)과 단계(stage)가 높을수록 FTH1의 발현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특히 췌관선암(PDAC) 환자의 약 95%가 KRAS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FTH1 발현이 이 돌연변이와 관련이 있는지 확인하였고, KRAS 변이가 있는 세포에서 FTH1 발현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또한, FTH1과 PYCR1의 상호작용이 proline 대사를 조절하고, 이를 통해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습니다.
연구 과정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메타볼로믹 분석을 통해 FTH1과 proline metabolism의 연관성을 밝힌 후, FTH1을 knockdown했을 때 PYCR1 발현량도 감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두 단백질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더욱 명확히 알아보고자 FTH1을 다시 overexpression했을 때 PYCR1 발현량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하였고, 교수님의 조언으로 PYCR1을 knockdown/overexpression하여 FTH1 발현량도 분석하게 되었습니다. 이 실험 과정은 복잡했지만, 연구의 중요한 부분을 밝혀내는 과정에서 많은 재미와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논문의 스토리를 자연스럽고 일관되게 풀어낼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교수님의 지혜와 통찰력에 깊이 감탄했던 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번 연구가 췌장암 치료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며, 특히 FTH1과 PYCR1의 발현 조절과 췌장암의 연관성이 이후 새로운 치료제 개발 및 연구에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대만 정부 기관인 National Health Research Institutes (NHRI)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지만, 본 연구는 박사과정 중 대만 타이페이에 위치한 대만의학대학 (Taipei Medical University) Nutrition and Health 학과에서 Susan 교수님과 Chiu 교수님의 지도 아래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 학과에서는 자연 유래 영양소 (Nutrition)을 기반으로 한 약물 개발을 중점적으로 연구하며, 약물의 안정성, 부작용 감소, 그리고 환자의 수용성 향상을 목표로 여러 질병 치료제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박사 과정부터 췌장암 연구를 하면서 항상 제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은 "이 연구 결과를 어떻게 실제 췌장암 환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을까?"라는 점입니다.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 줄 때도 발견한 연구 내용을 실질적인 치료에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을지를 항상 고민해보라고 합니다. 물론 저는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직접 환자를 치료할 수는 없지만, 제가 발견한 연구 결과들이 새로운 치료 방법을 열어줄 하나의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연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리 정답을 정해 놓고 그에 맞추려는 태도를 피하는 것입니다. 이는 기본적인 원칙이지만, 많은 학생들이 간과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연구는 예상치 못한 결과나 새로운 발견을 마주할 수 있는 과정입니다. 이때 많은 후배들이 자신의 결과를 믿지 못하고, 잘못된 결과를 냈다고 생각해 열정을 잃는 모습을 종종 보았습니다.
부족한 기술이나 지식은 연습과 반복을 통해 충분히 개선해 나가며, 자신의 실험 결과를 신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러한 과정이 때로는 힘들고 고될 수 있지만, 스스로를 믿고 만들어낸 결과물은 그만큼 흥미롭고 보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열린 마음과 유연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긴 연구 과정에서 성과를 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 박사후연구원으로서 췌장암과 심장질환 간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만큼 실험 계획을 세우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그만큼 흥미로운 결과들이 나오고 있어 많은 연구자분들이 주목할 만한 자료가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마치고 나면, 제 연구실을 꾸려 연구에 전념하고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미국과 대만에서 대학교 그리고 대학원 과정을 밟는 동안, 저를 묵묵히 믿고 기다려준 가족들에게 너무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아빠, 엄마, 그리고 동생 덕분에 제가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연구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은 저에게 큰 행운이자 감사한 일입니다.
#Pancreatic cancer
# Ferritin
# Proline metabol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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