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본 연구는 서면 응답에서 측정된 언어 정서가(sentiment)가 미래 우울증상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저와 제 동료들은 DSM-5의 주요 우울 삽화 진단 질문을 기반으로 9개의 감정적으로 중립적인 개방형 설문을 개발했습니다. 해당 설문은 지난 2주 간의 기분, 수면, 식습관 등에 대해 묻는 간단한 질문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각각 독립적인 두 실험에서 모집된 온라인 참여자들(총 참여자 수 = 467)은 이 9개의 질문에 대해 평균 응답 시간 10분 내외로 간단한 서면 응답을 제공했습니다.
두 실험 모두 인간 평가자가 측정한 서면 응답의 부정 점수가 높을수록 3주 후 증가된 우울증 점수를 예측했습니다(<그림 1> 참고). 흥미롭게도, ChatGPT(GPT 모델 3.5 및 4)로 언어 정서가를 측정했을 때에도 우울증상 변화 예측은 일관되게 유지되었습니다. 즉 연구 참여자가 작성한 서면 응답이 더 부정적인 ChatGPT 정서가 점수를 갖고 있을수록 해당 참여자의 3주 뒤 우울 증상이 유의하게 높아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Linguistic Inquiry and Word Count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사전 기반(dictionary-based) 정서가 측정 기법을 사용했을 때, 정서가 점수는 더 이상 우울증의 변화를 예측하지 않았습니다.
본 논문은 AI 기반 언어 분석 도구와 짧은 서면 응답을 결합하여 심리장애 증상 경로를 잘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기법을 제안합니다. 언어 사용을 통해서 정신질환을 연구한 기존의 연구들은 소셜미디어에서 수집된 방대한 언어 데이터를 사용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짧은 서면 응답에서도 미래 우울 증상을 예측하는 정보를 담고 있음을 보였습니다. 심리장애 증상 점수가 같더라도 각 개인이 실제 경험하고 그걸 기술하는 내용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기에, 앞으로도 보다 각 개인의 고유한 심리장애 증상을 측정하는 방법이 널리 고안되고 활용되길 바랍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대략 2년 전인 2022년도 여름, 미국 코네티컷 주에 위치한 예일대학교 인지심리학과 연구소 Rutledge Lab(PI: Dr. Robb Rutledge)에서 석사 후 연구원 신분으로 이 연구의 첫 파일럿 실험을 돌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연구실에서는 계산모델링과 뇌 영상 기법을 활용해 우울증상의 변화를 추적하는 종단연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지도교수님이셨던 Dr. Rutledge의 권장으로 저를 포함한 연구실 멤버들이 종단연구 참여와 동시에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우울증을 탐구한다는 사실 외에는 연구실의 다른 프로젝트들과 크게 접점은 없었지만, 제가 깊이 관심 가져왔던 언어 사용과 우울증의 관계에 대한 아이디어가 좋은 연구 주제일 것 같다며 지지해 주신 교수님 덕분에 개인 프로젝트로 발전되었습니다.
연구를 진행하던 중 임상심리학적 관점이 필요할 것 같다 생각되어서 예일대학교 임상심리학과 교수님이신 Dr. Jutta Joormann과의 협업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현재 Joormann 교수님과 Rutledge 교수님의 공동지도를 받으며 예일대학교에서 임상심리학 박사 과정 2년차를 밟고 있습니다. Joormann 교수님은 예일대학교에서 Affect Regulation and Cognition Lab을 운영하시면서, 정서조절과 우울증 및 불안의 관계를 규명하고자 하는 연구를 폭 넓게 지도하고 계십니다. 두 지도교수님 모두 제가 하고자 하는 연구 분야를 전폭 지지해 주시는 덕분에 박사 과정 동안 자연어 데이터에 표상되는 심리장애 관련 경험들을 더 체계적으로 공부해보고 있습니다. 특히 2년차 1학기인 현재 Language and Computation이라는 언어학 수업을 듣고 있는데, 좀 더 복잡한 자연어 분석 기법들을 배우고 Large Language Models의 Deep Neural Networks 구조를 이해하면서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평소에는 주로 참 바쁘다고 느끼며 지내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임상 수련, 수업 수강, 수업 조교 일, 학과 내 여러 행정일에 더해서 연구를 하게 되니 몸이 몇 개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도 매일 아침 잘 자고 일어나 눈을 뜨면 이렇게 다시 또 돌아오지 않을 하루를 건강히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매일 할 일이 가득이지만 그 일들에 온전히 시간을 쏟을 수 있다는 게 제 자부심이자 보람인 것 같습니다. 동시에 이러저러한 이유로 신체적 정신적으로 힘들 때면 주변에서 저를 지지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 덕에 견뎌내곤 하는데, 그런 서포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제일 감사한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공석이 제한된 어떤 포지션에 지원하는 것은 분야를 막론하고 늘 도전적인 일 같습니다. 그렇기에 그 과정은 구조상 당연히 불안하고 어렵습니다. 그 도전적인 과정 속에서 개인적인 삶이라도 항상 평탄하기만 하면 제일 좋겠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 않습니다. 가끔은 꿈에서 조차 간절히 원했던 일들이 연달아 이뤄지는 반면, 가끔은 거짓말처럼 말도 안되는 힘든 일들이 겹쳐 일어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박사 지원 전에 한국인이라는 국제학생 신분으로 예일대학교 Rutledge Lab에서 2년 간 연구원으로 일할 수 있었지만, 지원을 준비 중이었던 2022년 가을에 사랑하는 어머니를 암으로 떠나 보내 드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제 이야기는 셀 수 없이 많은 학자들 중 한 사람의 한 이야기일 뿐입니다. 뉴욕대학교의 Wei Ji Ma 교수님께서 2015년에 시작하신 Growing up in Science 라는 톡 시리즈에서는 심리학 및 뇌과학 분야에서 유망하신 교수님들이 초청되어서 이러한 “Unofficial stories”가 공유되고 있습니다. 위에 웹사이트에 들어가셔서 보시면 교수님들의 허락 하에 공개된 Official story와 Unofficial story가 같이 기록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 분들의 Unofficial story를 읽다보면 그 다양함에 놀라면서 동시에 꼭 정해진 정답 같은 길은 없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본인만의 스토리로 이 어렵지만 재밌는 학자로서의 여정을 걸어 나가시길 응원합니다. 여러분들 모두 원하는 바 다 이루시면 좋겠다는 막연한 바람도 더하면서, 동시에 그 여정을 부디 혼자 외롭게 걸어 나가지 않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합니다. 존경하는 멘토, 동고동락하는 동료, 그리고 사랑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 나아가시기를 멀리서 응원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앞으로도 꾸준히 자연어를 활용한 심리장애 연구를 해 나갈 예정입니다. 더 나아가 자연어 데이터 모집과 뇌 영상 데이터 수집을 결합한 기법을 통해 brain decoding을 활용해서 미래 우울증 혹은 불안 점수 예측과 같은 연구도 해보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관심있는 분야의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가며 꾸준히 논문을 내고, 제가 믿는 임상심리학의 가치를 연구 주제로 개념화하고 규명해 나간다면 매우 보람찰 것 같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하늘에서 절 지켜 봐주시는 제일 사랑하는 엄마, 그리고 항상 저를 사랑으로 지지해 주시는 우리 아빠에게 온 마음으로 감사드립니다. 미국 뉴헤이븐에 온 이후로 제 삶을 웃음과 사랑으로 빛내 준 예일대학교 수학과 박사 과정생 김동률 군에게도 깊이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 연구적 그리고 인간적 역량을 믿고 저를 지원해주신 일주학술문화재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제가 하고 싶은 연구를 걱정없이 마음껏 펼치고 있습니다. 기쁨과 슬픔 모두 함께해주는 소중한 예일대학교 심리학과 2023년 가을입학 박사과정 동기들에게도 고맙습니다.
저를 지도해주시고 이끌어 주셨던 모든 선생님들과 교수님들이 아니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지 못 했을 것입니다. 특히 석사 지도교수님이셨던 서울대학교 안우영 교수님, 이번 연구를 지도해 주셨던 예일대학교 Robb Rutledge 교수님, 그리고 저를 현재 지도해 주시는 Jutta Joormann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도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하여 교수님들처럼 학생들이 걷는 여정에 등불을 비춰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한빛사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울증
# 자연어처리
# 임상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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