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은 생명체의 기본 설계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포의 기능을 재프로그래밍하려는 학문 분야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세포를 마치 컴퓨터처럼 사용하여 특정 목적을 위해 프로그램을 짜는 것과 같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병원균을 감지하고 이에 반응해 항생제를 생산하는 세포나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미생물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러한 생명체 설계는 매우 유망한 분야로, 의학, 환경 과학,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현재 합성생물학의 중요한 흐름 중 하나는 예측 가능한 유전자 회로(genetic circuits)의 개발과 이들의 유전체 수준에서의 확장입니다. 유전자 회로는 유전자들이 상호작용하여 특정 조건에서 특정 행동을 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입니다. 예를 들어, 사람이 아플 때만 약을 분비하도록 설계된 유전자 회로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회로를 설계하는 과정은 DBTL (설계-구축-시험-학습) 주기를 통해 이루어지며, 이는 반복적인 실험을 통해 최적의 바이오 시스템을 설계 해내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회로 설계에는 몇 가지 중요한 도전 과제가 있습니다. 첫째, 확장성의 문제입니다. 현재는 잘 알려진 유전자들을 조합하여 소규모 유전자 회로를 구성하는 데 그치고 있으며, 이를 대규모로 다양한 복잡성과 함께 확장하는 것은 큰 도전입니다. 둘째, 예측 가능성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설계한 유전자 회로가 항상 같은 방식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가정하지만, 실제로는 세포 환경이나 맥락에 따라 다르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DBTL 주기에 따라 회로를 계속 수정하고 최적화해야 합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유전자 회로 설계의 어려움을 더욱 증가시킵니다.
저희 연구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전자’가 아닌 ‘유전자 모듈’이라는 새로운 단위를 설계에 도입했습니다. 이는 여러 유전자들이 하나의 기능적 단위로 작동하는 그룹을 식별하여, 이를 유전자 회로의 기본 단위로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기존의 유전자 회로 설계 방식보다 더 큰 예측 가능성과 확장성을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저희는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하여,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유전자 모듈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유전자 모듈’을 사용하면 각 유전자의 기능을 완벽히 이해하지 않아도 다양한 유전자를 동시에 엔지니어링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기존의 유전자 회로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회로 요소들(bio sensor, transducer, actuator)을 모듈로 대체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본 연구는 다양한 미생물(E. coli, V. natriegens, P. putida 등)을 대상으로 이러한 유전자 모듈 기반의 엔지니어링이 효과적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미생물에서 열에 더 잘 견디거나 단백질을 더 많이 합성하거나, 저품질 영양소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거나, 진화 과정에서 상실된 세포 기능을 다시 활성화시키는 회로를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자연에서 진화한 복잡한 세포 시스템의 유연성과 적응력을 우리가 쉽게 이해하고 직접적으로 활용한 결과입니다.
앞으로 합성생물학은 더욱 발전할 것이며, 특히 다양한 생명체와 환경에서 실험과 연구가 폭발적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유전자 회로, 더 나아가 인공 유전체를 설계하고 적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식물 토양 내 자연재해를 감지하고 치유하는 인공 미생물을 개발하거나, 특정 장내 질병을 더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세포를 설계하는 등 다양한 응용이 가능할 것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이 분야에서 진행될 것이며, 이는 생명공학의 발전을 크게 촉진할 것입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의 Systems Biology Research Group에서 Dr. Bernhard Palsson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해당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이 연구실은 전 세계 다양한 그룹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인공지능을 활용한 Dry Lab 연구부터 실험 자동화를 통한 Wet Lab 연구까지 매우 폭넓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폭넓고 깊이 있는 연구 환경 덕분에 제가 박사후 과정 동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는 연구를 하면서 개인의 철학이나 목표, 혹은 하루하루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이러한 태도는 연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끈기 있게 연구를 지속하여 기존에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느끼는 성취감과 보람이 저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연구자의 길은 매일 실패를 마주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연구 분야가 그렇겠지만, 특히 상대적으로 호흡이 긴 바이오 분야에서는 이러한 어려움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특히 학위 과정 중인 학생들은 정해진 시간 안에 결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을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끈기 있게 연구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자신의 연구가 해당 분야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고민은 연구의 방향을 설정하고, 젊은 시절을 값지게 보내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조언을 드리는 이유는, 저도 그동안 이러한 부분에서 아쉬움을 느낀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다양한 연구 방향이 있지만, 그 중 하나로 natural competence을 진단 및 활용하는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농담 삼아 저를 ‘마에스트로’라고 불러주셨지만, 사실은 저의 연구에서 진정한 마에스트로 역할을 해주신 Dr. Bernhard Palsson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어떠한 연구 결과를 가져가도 항상 기쁘게 토론해주시고, 중요한 방향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또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연구하고 계신 모든 연구원분들께도 좋은 결과가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Systems Biology
#Synthetic Bi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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