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병은 도파민 신경 세포의 사멸로 인해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파킨슨병 치료제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Levodopa입니다. Levodopa는 도파민 전구체로 생체 내에 들어가서 도파민으로 전환되고, 뇌에 부족한 도파민 양을 채워주어서 증세를 호전시켜 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투여시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저독성 도파민을 찾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함께 연구한 안전성평가연구소에서 Dopamine-modified hyaluronic acid (DA-HA) 라는 물질을 찾게 되었습니다. DA-HA는 원래 산업 및 의료용으로 코팅과 접착제로 사용하기 위해서 개발된 물질입니다. DA-HA의 구성물인 도파민과 하일루론산은 둘 다 생체 친화적인 물질이고 DA-HA의 안전성은 입증되어 있으나, 뇌에서 DA-HA가 어떤 작용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었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저희 연구진은 DA-HA가 도파민과 비슷한 기능을 하면서도, 자가산화로 인한 독성이 훨씬 낮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추가로 DA-HA를 생쥐의 생체 내에 주입한 결과, 독성이 높은 도파민 유도체인 6-OHDA보다 훨씬 낮은 독성을 보였고, 파킨슨병 동물 모델에서 운동 증상을 완화시키는 효과도 확인되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저희 연구진은 DA-HA를 도파민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데 유망한 후보물질로 제시하였습니다.
인류의 수명이 증가함에 따라서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질환 환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저희 연구가 이러한 환자들을 위한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Institute for Basic Science)은 대한민국의 기초 과학 연구를 선도하기 위해 설립된 연구 기관입니다. 2011년에 출범한 IBS는 세계적인 기초 과학 연구기관으로 발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를 수행합니다.
기초과학연구원 내에 많은 연구단 중에서 저는 비신경세포인 교세포 (Glia) 연구의 세계적인 석학이신 이창준 단장님이 이끄는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에서 연구 중입니다. 저희 연구단은 신경세포 위주로 연구가 되어 온 뇌과학 분야에서 별세포 (Astrocyte)의 다양한 기능을 규명하여 인지 기능 및 퇴행성 뇌질환 (치매, 파킨슨 병, 류마티스 등)에 별세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별세포가 반응 혹은 분비하는 다양한 신경전달물질 (GABA, glutamate 등)의 역할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중 도파민이 별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었고, 이와 관련해서 DA-HA라는 물질 연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는 실패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좋은 연구자는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논문들도 찾아보고, 동료 연구자들과 논의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저는 소위 ‘멘탈’이 강한 편이라 이러한 과정 속에서도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았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만들어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수준의 지도교수님을 만나서 성공적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많은 논문과 특허를 함께 냈다는 것이 큰 자부심입니다. 좋은 연구 환경과 인프라를 제공해 주셔서 부족함 없이 연구할 수 있었고, 함께 한 동료 연구자들 또한 저의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수준 높은 연구자들과 함께 연구를 한다는 것은 큰 축복이자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뇌과학은 정말 흥미로운 연구분야입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능력은 다른 동물들보다 뛰어난 뇌에서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많은 과학자들이 뇌의 비밀을 풀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들이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습니다. 호기심이 많고 다양한 연구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끈기입니다. 생명과학은 느린 학문으로도 유명한데, 그 이유는 생명체가 가진 다양한 변수들 때문입니다. 최근 코로나-19가 대유행을 하였을 때, 같은 백신을 맞아도 인종, 나이, 성별 등에 따라서 약효 및 부작용의 정도가 다르다는 것을 경험하셨을 겁니다. 이러한 다양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와 세심한 실험, 그리고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데이터가 늘쑥날쑥 하여 마음고생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끈기를 가지고 그 이유를 찾아가다 보면 결국 답을 찾고 연구의 큰 기쁨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번에 논문으로 발표한 DA-HA 라는 물질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기존 도파민과 똑같이 작용하면서 산화는 적게 되고, 독성은 적습니다.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파킨슨병 생쥐 모델에 투여해서 움직임 개선을 확인했습니다만, 물질의 크기가 커서 혈액뇌장벽 (Blood-Brain Barrier, BBB)를 통과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질적으로 질병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혈액뇌장벽을 통과할 수 있어야 해서, 이번 연구에서 얻은 결과들을 바탕으로 혈액뇌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새로운 도파민 대체 물질을 발굴 혹은 개발하고자 합니다.
최근 AI 분야가 급성장하면서 이를 이용해 단백질 구조, 동물 행동, 약 효능 등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저도 미래의 생명과학 연구에는 AI 활용이 필수적이라 생각합니다. 최신 AI 모델들을 저의 연구에 접목하여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할 계획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처음 DA-HA라는 물질 연구를 시작할 때는 ‘DA-HA가 도파민처럼 작동할 수 있을까?’ 라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논문으로 마무리 되기까지 계속 밀어주시고 아낌없는 조언을 주신 이창준 단장님과 우동호 박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DA-HA 합성에 힘써주신 강선웅 박사님과 박경환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공동 1저자로서 이번 연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김예지 학생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자원도 적고 인구와 땅도 적은 대한민국의 유일한 경쟁력은 과학과 기술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최근 정부에서 기초과학 연구비 삭감을 하면서 많은 젊은 연구자들이 대한민국에서 연구자로서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주변에 연구 잘하는 인재들이 비연구직으로 전환하거나 미국으로 가는 등 인재 유출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정부와 대기업, 영향력 있는 연구자분들이 나서서 젊은 연구자들을 위해 안정적인 보수와 연구 환경을 만들어 주신다면, 대한민국에도 세계적인 과학자와 기술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부가가치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힐 것이라 생각합니다.
#DA-HA
# Dopamine-induced cytotoxicity
# Parkinson’s dis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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