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코로나19 (COVID-19)는 2020년부터 전 세계를 강타하여 공중보건은 물론 사회,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된 후에도 SARS-CoV-2 바이러스는 지속적으로 변이를 일으키며 인류의 건강에 위협을 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SARS-CoV-2와 같은 RNA 바이러스는 변이가 잦아, 스파이크(spike) 단백질을 중점적으로 표적하여 개발한 기존의 백신과 치료제의 효과를 저하시킬 위험이 큽니다. 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고, 이에 SARS-CoV-2의 변이종에서도 아미노산 서열 보존율이 매우 높은 Nsp1이라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항바이러스 물질을 개발하여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 방안을 제시하고자 하였습니다.
SARS-CoV-2의 Nsp1 단백질은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 내에서 복제되고, 병원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Nsp1 단백질은 리보솜에 직접 결합하여 숙주의 단백질 번역과정을 억제하며, 이를 통해 선천성 항바이러스 면역반응을 억제합니다. 이와 동시에, SARS-CoV-2 RNA의 5‘ UTR에 위치한 SL1 (stem loop 1)를 인지하여 SARS-CoV-2 RNA의 번역은 가능케합니다. 이런 독특한 기작을 통해 Nsp1은 SARS-CoV-2의 복제를 촉진하는 핵심 단백질로 작용을 합니다. 한편, Nsp1의 아미노산 서열은 SARS-CoV-2 변이종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베코바이러스(sarbecovirus)에서도 보존율이 매우 높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Nsp1의 기작을 모방한 이중-루시퍼레이즈(dual-luciferase) 시스템을 설계하였고, 이를 활용하여 저분자 화합물 라이브러리를 스크리닝해 Nsp1의 기능을 저해하는 물질 P23E02를 발굴하였습니다. P23E02는 Nsp1 단백질에 직접 결합하여 리보솜과의 상호작용을 저해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Nsp1이 숙주 세포의 번역 과정을 억제하는 기능을 저해하여, 숙주 세포의 항바이러스 면역반응을 다시 활성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또한, 다양한 SARS-CoV-2 변이종은 물론 Nsp1의 아미노산 서열이 매우 유사한 SARS-CoV에 대해서도 일관된 항바이러스 효과를 보인다는 것을 실제 바이러스를 이용한 실험으로 입증했습니다. FDA승인된 약물 렘데시비르(remdesivir)와의 약물 조합 전략을 통해 개선된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음 또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Nsp1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저분자 물질이 다양한 변이종에서도 광범위한 바이러스 복제 억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음을 검증하였습니다. Nsp1 저해제는 현재의 SARS-CoV-2 변이종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새롭게 나타날 수 있는 변이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로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하는 초기에는 Nsp1 단백질의 기능이나 구조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 연구를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저희가 발굴한 저분자 물질이 Nsp1 단백질에 직접 결합한다는 실험 결과를 얻었지만, 어떤 아미노산 잔기와 상호작용을 하여 어떻게 Nsp1의 기능을 조절하는지 이해하는데 갈피를 잡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연구 도중 발표된 최신 논문들을 통해 Nsp1의 기능과 구조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물질의 기작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최신 논문들을 꾸준히 읽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화학부 박승범 교수님의 지도하에 박사 과정을 수행하였으며, 현재는 졸업 후 박사후연구원으로 SARS-CoV-2 치료 물질 발굴에 중점을 둔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pDOS 전략을 이용한 의약 유사 저분자 화합물의 합성, 표적 및 표현형 기반 스크리닝 시스템을 통한 생리활성 물질 발굴과 효능 최적화, 그리고 발굴된 화합물의 표적 단백질 규명 연구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수행됩니다. 다양한 전공 배경을 가진 연구자들이 협력하여 융합 연구를 통해 새로운 생리활성 물질의 발굴과 응용까지 전 과정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 또한 이러한 융합적 접근을 통해 다양한 SARS-CoV-2 변이종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항바이러스 물질을 발굴해낼 수 있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대학원에 입학한 초기에는 RNA결합단백질(RNA-binding protein)인 Lin28의 저해제를 개발하여 항암 효과를 지니는 물질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연구가 마무리되고 새로운 주제를 막 시작하려던 찰나,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습니다. 대학원에 입학할 때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기에,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연구는 제게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주제를 선택하면 졸업이 늦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결국, 마음이 이끄는 대로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Nsp1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이번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연구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관련 문헌을 읽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면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나갔습니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졸업 준비도 병행해야 했고, 프로젝트 방향도 여러 번 수정되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흥미를 느끼는 주제를 선택했기에 긴 시간 동안 연구에 몰두할 수 있었고, 마침내 이 연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화학생물학은 화학적 접근을 통해 생명현상을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분야입니다. 이는 화학과 생물학이 융합된 학문으로, 연구 주제가 매우 다양하고 폭넓습니다. 화학생물학을 전공하시게 되면, 특히 최근 주목받고 있는 표적 단백질 분해(Targeted protein degradation)와 같은 혁신적인 치료 전략을 배우고 개발할 기회를 얻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연구를 하다 보면 늘 계획대로만 되거나 좋은 결과만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또한 연구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실험 결과가 예상과 다르게 나올 때, 또는 연구가 지지부진할 때도 있지만, 그러한 과정에서도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연구에 도전하는 모든 분들께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며, 끊임없는 노력이 결국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앞으로도 화학생물학 분야에서 연구를 지속하고 싶습니다. 새로운 화학생물학적 기술을 개발하여, 이를 기반으로 혁신적인 치료 전략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인류를 위협하는 질병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기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를 계속 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연구를 진행함에 있어 아낌없는 지원과 가르침을 주신 지도교수님 박승범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교수님 덕분에 이 연구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으며, 이번 연구를 통해 배운 점들은 앞으로의 연구에서도 큰 지침이 될 것입니다. 또한, 바이러스 실험을 통해 연구의 의미를 높이는데 큰 도움을 주신 한국파스퇴르연구소의 김승택 박사님께도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논문 작성과 연구에 큰 도움을 주신 공동저자분들, 함께 연구에 대해 고민해 준 연구실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언제나 저를 믿고 힘이 되어주는 사랑하는 가족에게 감사드립니다.
#Chemical biology
#COVID-19
#Ns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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