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파킨슨병은 대표적인 신경 퇴행성 뇌질환 가운데 하나로, 운동기능에 중요한 도파민 신경세포가 소실됨에 따라 운동이상이 나타나게 되는 질환입니다. 파킨슨병 환자의 대다수는 운동증상 외에도 기억력 저하를 포함한 비운동증상이 동반되어 심각한 삶의 질 저하를 겪고 있습니다. 부족해진 도파민을 약을 통해 채워주면 운동증상이 호전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결국에는 이상운동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항상성이 붕괴하는 것이 큰 문제점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현재 치료법은 운동장애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기억력 저하와 같은 비운동증상을 동시 개선할 수 있는 대체 치료법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한의 임상에서는 오랜 기간동안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침 치료가 활용되어 왔으며 침 치료의 신경보호 효과 경로에 대한 연구가 다양하게 이루어져 왔지만, 인과관계 및 신경 경로에 대한 구체적인 기전은 잘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한의임상에서 운동 관련 질환 개선을 위해 사용되는 무릎 아래에 위치한 양릉천(GB34)이라는 경혈에서의 침 자극이 운동 및 기억회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새로운 신경회로 기전을 규명하였습니다. 양릉천 침 자극은 파킨슨병과 유사한 운동 및 기억 저하 증상을 동시에 회복하는데 효과적이었으며, 신경전도를 통해 Lateral Hypothalamus (LH)와 Zona Incerta (ZI)의 melanin-concentrating hormone (MCH) 분비 신경세포를 직접 활성화하였습니다. 침 자극으로 인해 증가한 MCHLH/ZI 신경 활성은 최소 두 가지 주요 군집, 즉 각각 SNpc와 Hippocampus (HPC)로 axon을 뻗어 신호를 전달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침 효과에 관여하는 이 두 MCH 신경회로는 실제 해부학적 및 전기생리학적으로도 구분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그 가운데 SNpc로 뻗는 MCH(MCHLH/ZI→SNpc) 신경세포는 MCH receptor (MCHR1)에 결합하여 도파민 신경세포를 보호하여 파킨슨병 유사 운동증상이 회복되었으며, HPC로 뻗는 MCH(MCHLH→HPC) 신경세포는 시냅스 가소성을 증진시켜 기억력을 회복시켰습니다. 또한 침에 의한 운동 및 비운동 개선 효과는 침치료 대신 화학유전학적으로 MCH 신경세포를 활성화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재현되었으며, MCH 신경의 특정 투사 경로를 선택적으로 조절한 결과 침 치료에 의한 도파민 신경세포의 퇴행, reactive astrocyte, glutamatergic synaptic plasticity 등과 관련된 병리적 변화를 신경회로 특이적으로 회복시킨다는 것을 규명하였습니다.
본 연구 결과는 침치료의 효과를 뇌신경 회로를 중심으로 설명함과 동시에 파킨슨병 치료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시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파킨슨병 환자의 운동 및 비운동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침 치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한의치료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였으며, 앞으로 이를 활용한 새로운 치료기술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현재 연구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연구실의 이름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소속인 침구경락융합연구센터의 “Studies of Translational Acupuncture Research (STAR) Lab.” 입니다. 이름의 뜻 그대로 저희 연구실에서는 침치료기술(경혈 자극)의 효과와 작용 기전 및 신호전달 경로에 대한 연구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으며, 이를 임상으로 어떻게 확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중에 있습니다. 경혈을 자극했을 때 말초신경 자극으로 인한 말초부위에서의 현상도 중요하지만, 이로부터 시작해 뇌 또는 여러 장기까지 영향을 미치며 이어지는 다양한 신경회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많은 부분이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복잡한 신경회로의 특성을 연구하고 경혈 자극의 경로를 가시화하기 위해 저희 연구실은 주로 여러 동물 모델을 이용하여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으며 여러 질환에서의 침 기전과 관련한 폭 넓고 깊이 있는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훌륭하신 교수님의 지도와 지원 아래 뛰어난 학생들이 뜻을 다하여 연구에 전념하고 있는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 곳입니다 :)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아이디어가 점진적으로 나아가 하나의 논문으로 완성됐을 때 큰 성취감과 보람을 느낍니다. 이러한 보람은 다음 연구를 하게 해주는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아직 한의학의 언어로만 설명이 되는 것들이 많지만 다양한 연구를 통해 과학적 증거들을 하나씩 채워 나가는 것이 연구를 하는 자부심이자 보람인 것 같습니다. 저는 실제로 임상에서 꼭 필요한 부분을 고민하여 일련의 연구를 통해 실험적으로 증명하고 이를 다시 임상에서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환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당장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연구가 아닐지라도 제 스스로가 타인에게 도움이 되고 필요한 존재라고 느낄 때 뿌듯함을 느끼며 저의 연구가 미래의 연구자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이길 소망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 역시 처음 대학원에 진학할 당시에는 파이펫팅도 할 줄 모르고 전공이 달라 배경지식도 많이 부족한 학생이었습니다. 지금도 부족한 부분이 많은 연구자이지만 그럼에도 이 분야에 도전하고자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가장 중요한 것은 호기심과 성실함이라는 것입니다. 하나의 결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그 결과는 답을 찾기 위한 꾸준한 노력으로 채워진다고 생각합니다. 연구는 항상 계획대로 되지 않으며 실패의 연속일 때도 많지만, 때로는 내가 원했던 결과가 아닐지라도 의미 없는 결과로만 끝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을 다시 돌이켜보면 무효한 결과 그 자체만으로도 유용했으며, 미리 생각하지 못했던 점 들을 보완할 수 있었던 기회였고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발판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실패와 어려움을 경험하며 조급하기도 불안하기도 하고 포기할 수 있었던 많은 순간이 있었지만 묵묵히 조금씩 정진하다 보면 그 노력의 끝에 의미 있는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긴 기다림 끝에 얻는 성취감도 그만큼 클 것이니 자신만의 속도로 꾸준히 연구한다면 결국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파킨슨병의 운동증상이 나타나기 전 즉 파킨슨병으로 진단받기 10년 이상 전부터 변비, 후각 이상, 우울, 인지기능 저하, 자율신경 이상 등 다른 비운동증상이 진행됩니다. 전통적으로 파킨슨병은 뇌기능 이상에 의한 운동질환으로 여겨왔는데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단순히 뇌질환이 아닌 ‘전신 시스템 질환’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습니다.
한의학은 우리 몸의 여러 장부, 기관들이 서로 관계성을 가지고 영향을 미친다는 전일성의 개념인 정체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인체의 부분인 경락의 경혈점을 침 치료 등을 통해 자극하여 신체의 여러 시스템을 조화롭게 조절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침 치료의 특성에 기반하여 실제로 파킨슨병 모델에서 경혈 자극이 다양한 기능을 조절하는 것이 실재한다는 것을 규명하고, 앞으로도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한의학의 과학적 기전 연구를 이어 갈 계획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가장 먼저, 늘 부족한 저이지만 제가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항상 아낌없는 조언과 지원을 해주시는 박히준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긴 시간 동안 연구 지도뿐만 아니라 여러 방면에서 귀중한 가르침을 주신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교수님을 만나 연구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알아가는 것은 저에게 큰 행운입니다. 또한 함께 연구를 진행한 남민호 박사님과 이효원 선생님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같이 연구를 하면서 두 분의 넘치는 열정이 저에게 큰 귀감이 되었습니다. 곁에서 함께 기쁨과 어려움을 나누며 힘들 때 자신의 일처럼 도와주고 배려해 주는 우리 소중한 연구실 동료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본 논문에 저와 이름을 나란히 해 주신 모든 분과 이외에도 이 연구가 빛을 보기까지 많은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려 아무것도 모르던 학부생 시절 연구자로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지도해주시고 격려해 주신 도은수 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도록 언제나 무한한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는 사랑하는 우리 가족과 옆에서 버팀목이 되어주는 저의 단짝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저의 연구를 한빛사에 소개해 드리게 되어 영광이고 또 다른 연구 성과를 소개해 드릴 날을 기다리며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묵묵히 연구해 나가겠습니다.
[톡톡인터뷰 #쏠] 파킨슨병을 침으로 치료한다고? - 오주영
https://www.ibric.org/s.do?TrjNTpLpDO
#Acupuncture
# Parkinson’s disease
# Neural circ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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