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3분 이상 숨을 참을 수 있나요? 우리 모두는 숨을 쉬고 있습니다. 3의 법칙에 따르면 3주 동안 음식이 없어도, 3일 동안 물이 없어도, 3시간 동안 극한 환경에서 피할 곳이 없어도 사람이 생존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이 3의 법칙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고작 3분을 버티는 것조차 불가능할 만큼 호흡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호흡이 생존에 절대적이지만 반면 폐는 지속적으로 외부 환경에 노출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염증 반응을 피하기 위해서 폐는 선천 면역과 후천 면역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후천 면역은 다양한 염증 유발 물질에 대응할 수 있는 면역 체계입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후천 면역은 때때로 우리 몸의 물질을 염증 유발 물질로 인식하고 문제를 만듭니다. 이렇게 생긴 질환을 자가면역 질환이라고 합니다.
다발성 경화증도 자가면역 질환의 일종으로, 뇌세포를 감싸고 있는 마이엘린을 항원으로 인지하여 생기는 질환입니다. 뇌세포가 손상되는 만큼 정신질환을 비롯한 행동 장애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는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뚜렷한 치료 방법이 없는 질환입니다. 현재까지는 항 염증 치료를 통해서 질환의 정도를 낮추는 방법만이 존재하며, 줄기세포를 통한 치료 방법도 제시되고 있어 효과를 보이고 있으나, 질환의 완벽한 치료까지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아 더 많은 역학 조사와 전임상 연구를 통한 지속적인 치료제 개발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이전 연구들에서 활성화된 면역세포들이 폐에 집적되는 것을 보여준 바가 있어, 폐에서의 면역세포 이동을 저해하면 뇌에 면역세포가 침투하여 생기는 이 자가면역 질환을 저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연구를 시작하였습니다. 이러한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다른 장기에 비해 폐에만 특이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물질을 찾아야 했는데, Apelin은 이 조건을 잘 만족하는 물질이었습니다. Apelin의 Aplnr은 폐의 혈관 내피세포에서 발현되었고, 질환을 발생시킨 초기 단계부터의 Apelin 처리는 폐 혈관 내피세포를 통한 면역세포의 이동을 저해함으로써 초기 단계의 면역세포의 폐로의 축적이 저해되어 질환의 진행이 더디게 되었다는 것을 밝힐 수 있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질환의 정도가 가장 심하게 나타나는 시점에 Apelin 처리에 의해서 뇌에서는 면역세포가 적게 관찰되는 반면, 폐에서는 더 많은 면역세포가 관찰되었습니다. Single cell RNA sequencing을 비롯한 여러 연구 방법들을 통해 이러한 변화들은 혈관 내피세포, 즉 Aplnr을 내고 있는 폐 혈관 내피세포 그 자체적인 변화에 의한 것임을 규명하였고, 이는 Aplnr을 내고 있는 폐 혈관 내피세포가 면역체계의 활성화를 조절하는 관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였습니다.
대다수의 질환 연구들은 질환이 일어나는 장기를 중심으로 연구를 하게 됩니다. 더더욱이나 폐는 면역시스템의 활성에 중요한 장기로 인식되는 장기는 아니었기 때문에 뇌와 척수는 물론이고 기존에 연구가 되었던 많은 장기들을 모두 조사해야 했고 그 결과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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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막스플랑크 분자생물의학 연구소는 총인원 270명 중 150명이 과학자로 연구하고 있는 곳입니다. 막스플랑크 그룹 내에서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12개의 연구소 중 하나로, 세포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세포의 변화를 추적하여 어떤 물질들이 어떻게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내는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은 총 5명이 계시며, 30여 개국에서 온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있어 독일에 소재하고 있지만 연구소 내에서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 활동을 하다 보니 모든 일에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제 연구를 인정해 주는 사람들 덕분에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고, 지난 시간 동안 인류가 쌓아온 과학적, 비과학적 성취 덕분에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는 것을 점점 더 깊이 느끼게 됩니다. 제가 다른 사람들의 연구에서 영감을 받았던 것처럼, 다른 이들도 제 연구에서 새로운 주제를 발견하고 새로운 정보를 얻게 되기를 바랍니다. 거대한 흐름 속에서 비록 작은 존재일지라도, 그 안에서 느끼는 소속감은 매우 큰 자부심을 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이 분야에 도전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항상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평소에 운이 좋은 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질문에 노력으로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다고 답합니다. 그러나 다른 이들도 모두 노력하고 있고 모든 실패한 사람들이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너무 이루고자 하는 마음에 잘못된 길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노력의 결과만을 기대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저는 포기하지 않는 마음가짐, 막다른 길임을 알아차릴 수 있는 판단력, 그리고 새로운 길로 전환할 수 있는 용기 이 세 가지가 연구자가 올바른 길로 나아가는데 필수적인 자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삶을 돌아보면, 저 역시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도움과 조언을 아끼지 않은 많은 분들 덕분에 저 역시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저는 그 도움이 다른 이들에게 전달되어 선순환을 이루길 바랍니다. 모든 분께 동일한 조언을 드릴 수는 없기에, 제 이력서에 있는 이메일이나 LinkedIn으로 연락 주시면 함께 고민해 드리겠습니다. 부담 갖지 마시고 편하게 연락해 주세요.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 연구에서 제가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 중 하나는 세포 내에서의 물질 간 상호작용을 연구하던 시기를 지나, 현재는 세포 간의 상호작용을 활발히 탐구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이제는 한층 더 나아가, 장-뇌 축을 시작으로 여러 장기 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분야가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연구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질환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내는 새로운 방식의 연구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제가 주로 혈관을 연구 모델로 사용하는 연구자로서, 혈관이 다양한 물질을 체내로 전달하는 매개체로서 장기 간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관점을 바탕으로, 장기 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고자 합니다.
또한, 연구자로서 항상 선구적인 연구를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현재 주목받고 있는 실험들을 넘어서 미래에 중요해질 수 있는 연구 주제를 예측하고, 그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미래의 연구 트렌드를 선도하고, 새로운 발견이 가능한 연구 분야를 개척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혁신적인 연구 주제를 찾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앞서 언급했듯이, 저는 주변 분들의 도움으로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를 빌어 그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제 삶을 항상 안정적으로 유지해 준 나의 사랑하는 반쪽과, 언제나 저에게 의욕을 불어넣어 주는 사랑스러운 딸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먼저 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연구의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격려해 주신 권영근 선생님께 이 자리 빌려 감사인사 드립니다. 또한 그 길을 지속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과 격려 해 주신 Ralf Adams 교수님 (아마 못 읽으시겠지만..)께 연구 성과의 큰 부분을 돌립니다. 특출 난 것 없는 저에게 관심을 주시고 연구 초기에 적절한 조언을 해 주신 고규영 교수님께도 감사 인사드립니다. 이 세 분이 있었기에 제가 이 연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과학자로서 그리고 뒤를 따라가는 후학으로서 필요한 조언을 아낌없이 해주신 하상준 교수님, 구본경 단장님, 민정기 박사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타지에서 연구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 정현우 박사님과 고봉인 박사님, 두 분 항상 감사하고 좋은 인연 계속 이어지길 바랍니다. 또한 같은 연구소에 있다가 지금은 저와 다르게 한국에 가서 승승 장구 하고 계시는 이윤수 박사님, 양지훈 박사님, 김기표 박사님 모두 계속 좋은 경력 이어나가시길 바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너무 많은 분들이라 다 언급할 수는 없지만, 저를 알고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여러분 덕분에 받은 도움을 사회로 환원하고자 더욱 열심히 연구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면역 혈관
# 장기간 상호작용
# 폐 혈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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