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식물에게 제때 꽃을 피우는 일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적응하기 위한 중요한 생존 전략입니다. 식물은 계절의 변화를 낮과 밤의 길이(일장)를 통해 인지하며, 그에 따라 언제 꽃을 피울지 결정합니다. 우리가 매일 밥상에서 볼 수 있는 식물인 ‘벼’는 밤의 길이가 짧아지는 계절인, 여름에서 가을 즈음에 개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낮이 긴 봄여름 기간 충분히 생육할 수 있도록 개화를 늦추고, 낮이 짧아질 때 개화를 촉진하는 기작이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를 넘어 지구열대화(Global Boiling)라 표현될 정도로 지구의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작물의 재배지 또한 점차 고위도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저위도에서 고위도로 갈수록 따뜻한 시기는 짧아지고, 생육 기간의 일장(낮의 길이)이 더 길어지기 때문에, 이는 식물이 제때 꽃을 피우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특히, 작물의 개화 시기 변화는 수확량과 직결되기 때문에, 식물의 개화 시기가 어떻게 조절되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본 연구는 basic helix–loop–helix (bHLH) 도메인을 가지는 전사인자인 벼의 OsCIB1L 단백질의 벼 개화 촉진 메커니즘을 구명한 논문으로, OsCIB1L 단백질이 벼의 청색광 수용체인 OsCRY2와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을 하며, 이 단백질 복합체가 개화 촉진 인자인 Ehd1 유전자의 프로모터에 직접적으로 결합하여 Ehd1을 비롯한 개화 유도 유전자들의 발현을 촉진시킴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청색광 조건에서 해당 기작이 특이적으로 활성화됨을 확인하였기 때문에 OsCIB1L-OsCRY2 단백질 복합체가 청색광 조건에서 개화를 촉진하는 기작을 갖는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OsCIB1L과 OsCRY2 유전자의 단일염기다형성(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SNP) 분석을 통해, 해당 유전자들이 다수의 자연변이를 통해 다양한 개화 시기 표현형을 보임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따라서 OsCIB1L과 OsCRY2 유전자가 벼가 저위도에서 고위도까지 널리 재배되는 데 기여했을 가능성에 대해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석·박사 학위 기간 동안 개화 시기 조절 유전자들의 기능과 메커니즘에 대해 공부하면서 ‘빛’ 조건에 따른 개화 조절 기작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하였습니다. 하지만 개화 시기는 빛 조건뿐만 아니라 ‘온도’ 조건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식물이 잘 적응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일장 조건과 더불어 온도 조건의 변화에 따른 개화 시기 조절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본 연구를 통해 구명한 광 조건에 따른 개화 시기 조절 메커니즘은 향후 복합적인 환경 조건에서의 개화 시기 조절 연구에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농림생물자원학부 작물분자유전학연구실에서 백남천 교수님 지도하에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벼의 개화, 노화, 그리고 비생물적 스트레스 (가뭄, 염 등) 조절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의 기능을 구명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전사인자를 연구대상으로 하여, 벼 유전자의 기능을 밝히기 위해 35S promoter를 통한 과발현체 및 CRISPR-Cas9을 활용한 돌연변이체를 제작하고, 해당 형질전환체의 표현형을 다양한 방법으로 확인합니다. 또한, 전사인자의 기능을 구명하기 위해, RT-qPCR, RNA-seq, western blot 등 기본적인 전사체 및 단백질 수준에서의 분자 실험을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ChIP, Co-IP, BiFC, EMSA, Dual-luciferase assay, Yeast hybrid assays와 같은 단백질 활용 실험들을 통해 전사인자의 메커니즘 상의 조절 기작을 밝히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의 지도교수님이신 백남천 교수님께서는 학생들이 하고 싶어 하는 연구와 실험에 대해 늘 충분히 지원하고 지지해 주십니다. 연구실 생활을 하는 데 있어 참 사람이 중요한데, 저희 연구실 구성원들은 신기하게도 박사님들부터 대학원생들까지 모두 하나같이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사람들만 모여 있습니다. 지난 6년 반의 시간 동안 열정이 넘치는 분위기의 연구실에서 지내면서, 저도 그 열정에 자극을 받아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연구실에서 공부할 기회를 주신 백남천 교수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는 항상 세상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늘 밥상에서 마주하는 쌀(벼)를 연구한다는 것 자체가 큰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사실 벼를 연구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이 무더운 여름날 새벽 5시에는 수원 농장으로 출근해야 했고, 아침부터 일을 시작해도 7시면 해가 쨍쨍 떠서 땀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더워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하다 보면 열사병에 걸리곤 했습니다. 실험실 구성원들을 보면 몸이 힘든 와중에도, RNA prep 용 샘플링을 하는데 땀이 들어가진 않을까, 혹시나 열사병으로 필드에 쓰러져서 중요한 라인의 벼가 죽으면 어떡할까, 방조망을 뚫고 들어온 비둘기가 종자를 다 먹어 치우면 어떡할까 등 늘 샘플 걱정뿐입니다. 한 해 농사로 1 반복의 필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으니, 아무리 힘들어도 정신력으로 버텨내고 벼가 무사히 자라기를 바라며 정성을 쏟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듯 피땀눈물 흘려가며 만든 결과물들이기 때문에, 나중에 figure 정리할 때 필드 데이터들로 풍부해진 figure 들을 보며 아주 큰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해마다 농장의 안위를 늘 걱정해주시고 벼가 잘 자랄 수 있도록 필드 작업을 총괄해주신 역대 연구실 농장장 박사과정생들과 박사님들께 감사드립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식물 또는 생물학 연구에 관심이 있고, 자연을 좋아하는, 그리고 성실한 학생이라면 이 연구분야에서 공부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분자 실험과 필드 실험 모두가 중요한 연구실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농대 특성 상 야외활동이 많은 편입니다. 농번기에는 일주일에 2~3번은 농장에 가서 논일을 해야 합니다. 저는 야외활동을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실험실에서 분자생물학 실험만 쭉 하다가 종종 농장일을 하러 가면, 힘들긴 해도 힐링이 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전자의 기능을 구명하는 연구실이라 필드 일뿐만 아니라, 분자 실험 또한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고자 한다면 대부분의 분자 실험을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향후 진로를 계획하고 다양한 분야로 나아감에 있어 큰 메리트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혹시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으신 후배님들이 계신다면 언제든 연락 주시면 도움드리겠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학사부터 석사, 박사까지 식물에 대해 공부해왔습니다. 앞으로는 지금까지 공부했던 생물학을 기반으로 배움의 범위를 넓히고자 합니다. 학위 기간 동안 공부했던 주제가 기초연구 분야였기 때문에, 실제로 조금 더 가까이에서 제 연구의 쓰임을 확인할 수 있는 응용연구를 해보고 싶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박사 후 연구의 첫 발을 의학 분야로 내딛어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세포조직공학연구소의 정근재 교수님께서 배움의 기회를 주셔서, 현재는 줄기세포 및 조직공학 연구 분야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 두렵기도 하지만, 앞으로 함께할 소중한 인연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다시 한번 열정을 쏟아보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박사 졸업을 앞두고 한빛사 인터뷰라는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며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먼저, 이 연구의 실험을 진행해준 김윤정 박사과정생과 논문 작성에 큰 도움을 주신 강기윤 교수님과 조성환 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실험실의 정신적 지주인 강진구 박사과정생과 늘 함께 우스갯소리를 나눠준 기은지 박사과정생에게도 감사함을 전합니다. 그리고 저의 사수로서 6년 반 동안 저에게 연구자의 자세를 가르쳐 주신 윤혜령 박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제가 이렇게 인터뷰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늘 좋은 연구 성과를 낼 수 있게 바른길로 지도해주신 백남천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따뜻한 마음으로 저에게 안식처를 제공해주시고, 제가 아무 걱정 없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리며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벼
# 개화시기
# 작물분자유전학
관련 링크
연구자 키워드
소속기관 논문보기
관련분야 논문보기
해당논문 저자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