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크리스퍼 (CRISPR) 유전자 가위는 유전체에서 원하는 부위의 핵산 서열을 정교하게 잘라내는 RNA기반 제한효소로, 전례 없는 정밀도로 동식물 세포의 유전자를 교정하는 데 적용되어 의학, 농업 및 기타 산업을 변화시킬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크리스퍼는 유전자 교정 (gene editing) 뿐만 아니라 분자진단기술에도 활용되어 왔는데요. 크리스퍼 단백질 중 Type II 단백질인 Cas9이 유전자 교정에 보편적으로 사용되어온 반면, Type V와 Type VI 단백질인 Cas12와 Cas13은 가이드 RNA (guide RNA)를 통해 타겟 염기서열에 결합하기만 하면 무작위로 단일 핵산을 자른다는 특징이 발견되어 핵산 검출 기술에 활발히 적용되어 왔습니다. Collateral cleavage 또는 trans-cleavage라 불리는 이러한 활성은 형광 입자 (fluorophore)와 소광 입자 (quencher)가 표지된 짧은 단일가닥 핵산을 형광 리포터로 활용 가능하게 하였고, 크리스퍼 특유의 빠른 검출 능력과 간편성, 비용 절감의 가능성을 인정받아 COVID-19 팬데믹 시기의 요구에 맞춰 신속 유전자 진단기술의 주요 소재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장점을 기반으로 차세대 분자진단의 핵심 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크리스퍼 기술이지만, 몇가지 한계점 역시 존재하는데요. 그중 하나가 가이드 RNA와 타겟 염기서열 사이 1-2개의 염기서열 불일치에도 collateral cleavage활성이 나타나 형광신호가 검출된다는 점 (mismatch tolerance)입니다. 이 때문에 점 돌연변이 (point mutation) 등에서 발견되는 미세한 염기서열의 변화 구별능력을 요하는 유전자형분석 (genotyping)에 크리스퍼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정교하고 광범위한 가이드 RNA 스크리닝을 통해 원하는 서열만을 검출할 수 있는 최적화된 가이드 RNA를 선별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mismatch tolerance는 분자진단기술 뿐만 아니라 유전자 교정기술에 있어서도 원하지 않는 서열을 잘라내는 off-target effect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으며, mismatch tolerance를 피하기 위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해당연구는 크리스퍼 기술의 골칫거리로 여겨져온 mismatch tolerance를 피하지 않고 오히려 역이용한다면, 유전자형분석의 효율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크리스퍼 기술로 2020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Jennifer Doudna 교수 연구진의 선행연구에 따르면, Cas12의 collateral cleavage 반응속도가 염기서열의 불일치에 의해 감소한다고 보고된 바 있습니다. 크리스퍼 기술에서 형광신호를 발생시키는데 collateral cleavage가 핵심인 사실을 고려하면, mismatch tolerance에 의한 형광신호의 발생속도 차이를 감지해 염기서열 변화의 유무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에 따라 저희 연구팀은 기존에 최초로 개발했던 디지털 크리스퍼 기술 (https://doi.org/10.1002/advs.202003564)인 실시간 단일분자 검출 (Real-time single-molecule detection) 기법을 이용하여 유전자형분석의 효율을 높이고자 하였습니다. 본 논문에 소개된 Single-Molecule kinetic Analysis via Real-Time digital CRISPR/Cas12a-assisted assay (SMART-dCRISPR) 기술을 통해 복잡한 가이드 RNA 선별을 거치지 않고 야생형 (wild-type)과 돌연변이형 (mutant type)의 특정 염기서열을 한번의 테스트를 통해 효과적으로 구별해낼 수 있게 되었고, 점 돌연변이와 다중뉴클레오티드 결실돌연변이 (Multiple nucleotide deletion mutation) 유전자형분석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야생형과 오미크론 하위 변종인 BA.1, BA.2 변이를 분류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크리스퍼 기반 분자진단 기술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저희 연구팀은 핵산의 다중분석 (multiplex assay) 기술 개발과 더불어 핵산뿐만 아니라 단백질 검출에도 크리스퍼 기술을 적용하는 후속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미국 볼티모어에 있는 Johns Hopkins University의 Biomedical Engineering 학과에서 Dr. Jeff Wang 교수님 지도 아래 박사 학위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Dr. Jeff Wang Lab은 Biomedical Engineering, Mechanical Engineering, Oncology, Institute for NanoBioTechnology 소속으로, Microfluidics 기술과 Magnetofluidics 기술을 활용하여 단일분자분석 (single molecule analysis)과 현장진단 (point-of-care testing)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보다 민감하고 포괄적인, 혹은 보다 간편하고 빠른 바이오센싱 기술 개발을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암 진단, 감염성 질환 진단, 항생제 내성 검사 등 다양한 의료 현장의 요구에 부합하는 진단기술 개발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연구실의 독자 기술인 Cylindrical Illumination Confocal Spectroscopy (CICS) 시스템의 지속적인 개발을 통해 단일 나노입자 단위의 분석이 가능하게 되었고, 이는 최근 COVID-19 팬데믹으로 주목받은 mRNA 백신의 핵심원료인 Lipid Nanoparticle (LNP)의 정확한 조성분석 등 나노입자를 이용한 기술개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한 분석기술을 통해 Pathology, Oncology, Material Science 등 다양한 연구 그룹들과의 공동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다양한 형태의 시너지 효과와 끊임없는 발전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는 학부와 석사과정동안 기초과학을 공부했고, 박사과정동안 공학 기술을 접하며 서로 다른 분야의 융합을 통해 과학 기술 발전을 이루는 시너지를 직접 경험했습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던 박사과정동안 어려움도 많았지만, 저의 이런 다양한 경험들을 토대로 앞으로 어떤 발전을 이뤄 과학 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연구를 하면 할 수록 혼자서는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다는 것을 더욱 절실하게 느꼈고, 활발한 공동연구를 통해 각자의 장점이 모여 혼자서는 이루지 못했을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을 통해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 낼 때마다 큰 보람과 자부심을 느꼈으며, 특히 이번 연구를 통해 기존에 한계점이라 여겨졌던 것들이 강점으로 탈바꿈 할 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의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느낀 연구의 가장 큰 필수요소는 꾸준함과 끈기입니다. 삶에 있어 어떤 것이든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기 마련이고, 성공이 때론 독이 되기도, 실패를 통해 전화위복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작은 것들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하고 끈기있게 도전한다면 어느새 발전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인생에서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만, 준비된 자만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하죠. 앞으로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기회를 성공적으로 잡을 수 있도록 본인을 잘 준비하겠다는 마음으로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가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건강임을 꼭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다양한 분야에서 각자의 형태에 맞는 유용한 도구로 사용되는 바이오센서들을 보면서, 바이오센싱 기술의 잠재력은 무궁무진 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저는 바이오센서 개발연구를 이어나갈 뿐 아니라 질병의 매커니즘 연구, 바이오마커 발굴 등 새로운 연구 분야에도 기여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먼저 아무것도 몰랐던 학부생을 연구실에 받아주시고 과학자로 성장 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신 김동은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박사과정 기간동안 저에게 무한한 신뢰와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신 Dr. Jeff Wang 교수님께 감사드리고, 크리스퍼 기술개발 연구를 함께하며 든든한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Dr. Kuangwen Hsieh 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함께 했던 연구실 식구들과 홉킨스에서 맺은 소중한 인연들 덕분에 미국 유학생활을 즐거운 추억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국에서 항상 변함없는 사랑으로 묵묵히 응원해 주시는 부모님과 장인어른, 장모님, 그리고 동생부부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곁에서 응원하고 긍정의 에너지를 선사해주는 아내에게 진심으로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CRISPR
#Genotyping
#Digital techn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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