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학위를 하던 중 지도교수님께서 암을 죽이는 건 쉽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플라스크에 깔려 있는 암세포에 에탄올, 아니 물만 처리한다 해도 세포는 자랄 수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암환자를 치료한다면 좋은 세포 나쁜 세포 할 것 없이 모두 죽게 되겠죠. 때문에 어떻게 하면 암 주변에 있는 세포는 보호하면서 암세포만을 타겟하느냐가 현재까지도 중요한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Meningioma를 중심으로 하는 연구들이 다수 진행되고 있는데, Meningioma는 아주 천천히 자라는 암세포에 속해서 세포의 성장을 방해하는 방법으로는 치료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때문에, 화학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약이 효과적으로 적용되지 못해 수술과 방사선치료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방사선치료는 앞서 말씀드린 타겟관련하여 아주 훌륭한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해, 약을 먹거나 주사로 맞아도 약은 암이 있는 부위에만 전달되기가 어렵고 여러 부위로 퍼지게 되겠죠. 하지만 방사선 치료는 local control이 가능해서 원하는 부위에만 damage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방사선치료 역시 양날의 칼처럼 두통, 기억력 저하, 간질, 그리고 심하게는 추가적으로 다른 암을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완화 하기 위하여 방사선치료의 민감도를 높이는 약물과 복합치료를 하기도 합니다. 이번 연구는 이와 같이 방사선의 선량을 최대한 낮추면서도 효과적인 치료 예후를 볼 수 있도록 Histone Deacetylase 6 inhibitor (HDAC6i)를 병합하여 Meningioma 2D, 3D model에 적용하였더니, DNA damage repair가 synergistically 감소하고 세포사멸 정도는 증가하였다는 내용입니다. 또 그 치료효과 증가의 원인 중 하나로 Wnt/b-cat signalling pathway mechanism의 beta-catenin nuclear localisation이 방사선 치료와 HDAC6i로 인해 감소된다는것을 확인하였습니다. HDAC에는 여러 class (I, II, III, IV)가 있는데 이를 모두 전반적으로 타겟하는 pan-HDACi중 몇몇이 현재 혈액암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HDAC 기능이 다른 만큼 개별적인 타겟이 중요하다고 생각되고, 개별적 타겟을 연구함에 따라 HDAC에 대한 이해도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에피소드로는, 안타깝게도 제가 연구하는 실험실에 방사선 치료기기가 없습니다. 때문에 처음 방사선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장소를 알아보고 접근할 수 있기 까지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현재도 빌려 쓰고 있는 실정이지만, 언젠가 좋은 연구주제로 연구용 방사선 기계를 우리 대학 쪽에 설치하면 좋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연구실 사람들 (사진출처; University of Plymouth)
저는 현재 University of Plymouth에서 senior postdoc/research fellow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 센터는 제 보스이신 Prof. Oliver Hanemann이 Brain Tumour Research라는 영국의 charity에서 programme grant를 수여 하면서 Brain tumour (Glioma, Schwannoma, Meningioma)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진행중에 있습니다. 또한, University of Plymouth는 Imperial College London, The institute of Cancer Research, Queen Mary University of London과 함께 Brain tumour centre of excellence로 지정되었습니다. 대학병원과 협력을 하고 있어서, patient-derived Brain tumour sample에 대한 접근이 용이한 부분이 저희 팀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플리무스는 영국 남서쪽에 위치하며, Britain’s ocean city라고 불리우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역사적으로 Mayflower호가 출발한 지점이기도 하고, 한때 조선업이 상당히 발달했었으며, 현재까지도 서유럽내 가장 큰 해군기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 Cornwall이라는 영국의 제주도 같은 곳이 있어 자연관경이 일품입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아래 저희 동네 사진을 첨부합니다.
위 3장; 마을 산책 (사진출처; 나주리)
아래 1장; 집에 가는길 연구소 주차장에서 마주친 사슴행렬 (사진출처; 나주리)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많은 시간 고민하고, 실험해서 논문이 출판 되었을 때 자부심을 느낍니다. 하지만, 이때 느끼는 자부심은 아주 순간적인 것임을 알기에 일상에서 느끼는 보람과 감사함에 더 비중을 주고자 노력합니다. 예를 들면, 작년에 랩 생활을 처음 시작한 학생이 저에게 트레이닝을 받고, 앞으로 쭉 연구실에서 일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싶다고 말해주었을 때. 또는, 몇 주전 다녀온 EACR학회에서 발표를 하고 제 수고를 높게 평가받을 때. 반복되는 매일이지만 그 안에 작은 다름이 오늘을 더 새롭게 할 때 기쁨을 느낍니다.
실험은 늘 제가 원하는 결과를 주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실패에 낙담하기보다는 그 안에서 배울 게 무엇이었는지 생각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학자로서 만이 아닌 인간으로서 조금은 성장했다고 느낄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연구결과에 하루가 좌지우지 되지 마시길 바랍니다. 연구는 연구일 뿐 우리의 삶은 그와 다른 우리만의 가치가 있고, 역설적이게도 그 삶이 우리에게 더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유학을 준비하신다면 저는 추천합니다. 한국이 부족하고 외국이 더 낫기 때문이 아니라, 짧은 인생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는 건 돈으로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하기 때문입니다. 저희 엄마가 늘 말씀하셨어요. 남에게 피해가 되거나, 나쁜 짓 이거나,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일이라면 뭐든 다 해보라고 하셨습니다. 무엇보다 늘 건강 지키시고, 배움의 즐거움에 한번쯤 빠져보시길 바랍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단기적으로는 최근 논문을 발판삼아 작은 그랜트를 신청해보고자 합니다. 최근 하고 있는 연구 중에 위의 논문과 비슷하게 DNA damage repair에 집중된 HDACi과 방사선 치료결과를 보고 있는데, 어떤 인자에 의해 어떤 샘플은 더 잘 사멸하고 어떤 샘플은 더 잘 살아남는지 방사선에 대한 저항성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언젠가 personalised therapeutic method를 접목할 수 있는 marker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분 좋은 상상을 해봅니다.
장기적으로는, 너무 좋은 논문을 내야 한다는 생각을 떨치고, 꾸준하게 제 몫을 하는 건강한 연구를 해 나가는 것이 꿈입니다. 지금은 좋은 논문에, Impact factor에 일희일비하는 부끄러운 모습이 남아있지만, 노력하여 다가가되 숫자에만 연연하지 않는 단단한 과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몇 년 전부터 박사학생을 받기 시작했는데, 제가 맡은 학생들 또한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가이드 하는 것이 또 다른 목표이기도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본 논문의 공저자인 제 보스 Oliver와, 제 학생 Shahana에게 감사합니다. 영국에 처음 와서 분야를 변경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는데, 옥스포드에서 저를 지도해주신 Anne에게도 감사를 전합니다. 무엇보다 박사과정 시절 무엇이든 처음이었던 저에게 연구의 기쁨을 알게 해 주신 서울대학교 윤혜원교수님, 정준기 교수님 감사합니다.
10년이 넘는 시간, 어려움이 닥칠때마다 삶에서 그리고 연구에서 다방면으로 길잡이가 되어준 정태문 박사님 감사합니다.
엄마, 아빠, MB+SNB에게 사랑을 전합니다.
#HDAC6
# Radiosensitiser
# meningio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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