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클론성 (clonality)란 한 세포에서부터 파생된, 동일한 성질을 갖고 있는 세포들을 이르는 집합적 명칭입니다. 유전체학적 정의는 DNA 정보가 동일한 세포 집단을 일컫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암세포가 계속 증식한다면 그 세포들은 모두 DNA 정보가 동일하므로 같은 클론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일정 세포들이 새로운 돌연변이를 얻은 후 또 증식한다면, 이는 부모-자식 간의 관계에 있는 서브클론 (subclone)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클론성은 암 생물학에서 많이 연구되어 왔습니다. 그렇다면 정상 발생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일반적인 정상 조직에서는 어떨까요? 최근 연구에 따르면, 식도/대장 등은 조직 내의 세포들의 DNA 정보 (돌연변이들의 집합)가 매우 동질적인, 즉 단일클론 (monoclonal) 하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위장관이 발생하다가 쭉 늘어져서 식도부터 대장까지를 이루는데, 돌연변이는 위장관이 늘어지기 전에 집중적으로 쌓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모든 장기/조직이 단일클론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간 (liver) 같은 경우는 여러 클론들이 발견되는 Polyclonal 한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간도 물론 큰 장기이지만, 간에는 여러 클론들이 섞여 있는데 반해 매우 길쭉한 장기인 식도, 대장은 단일클론이라는 것이 매우 흥미롭지요.
그림 1. (a) 대장은 단일클론(monoclonal)으로 구성되어 있는 데에 반해 간은 여러 클론이 섞여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복수의 간 조직을 검사하면 서로 공유하고 있는 클론 (shared clone)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b) 최근에 레이저 미세포획술 (Laser capture microdissection)으로 여러 인체 조직의 미세 샘플링을 통한 클론 구성을 살펴보려는 노력이 계속 보고되고 있습니다 (Moore L. et al, Nature, 2021)
그렇다면, 어떤 조직이 단일클론인지, 2개 혹은 그 이상의 클론인지를 예측하고, 개별 클론은 어떤 돌연변이로 이루어져 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NGS를 이용하여 조직을 시퀀싱한 후 (bulk sequencing) 각 클론별로 분리하는 분해 알고리즘 (decomposition 혹은 deconvolution)을 이용하면 됩니다. 물론 요즘은 single cell 수준에서 세포 혹은 DNA를 증식시켜 NGS를 수행하는 방법도 제시되고 있지만, 모든 조직에서 가능한 것도 아니고 시간, 비용, 노동력 등에 큰 부담이 있어 아직은 현실적이지는 않습니다.
DNA 돌연변이 (SNP) 정보를 이용하여 비슷한 성질끼리 모으는 것, 그것이 바로 클론을 나누는 decomposition의 핵심입니다. 이를 머신러닝 용어로 말하자면, SNP 정보를 feature로 삼아 클러스터링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생물학적인 특징을 가미한 특수한 데이터의 특별한 클러스터링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이배체 (diploid)이고, 위양성 혹은 위음성 (false positive / flase negative)이 많고, 클론 간 동질성이 높아 fuzzy clustering을 도입해야 하며, 클론-서브클론 관계를 재구성 (clonal reconstruction)해야 하는 과제인 것이지요. 우리는 EM 알고리즘 (Expectation-Maximization algorithm)을 바탕으로 CLEMENT (CLonal decomposition via EM algorithm Established in Non-Tumor diploid samples)를 개발하였고 다양한 방식으로 성능을 평가하였습니다.
그림 2. NGS를 이용한 돌연변이(SNP) 정보를 이용하여, 몇 개의 클론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알아보는 클러스터링 알고리즘인 CLEMENT를 개발했습니다. CLEMENT는 레이저 미세포획술 (LCM) 등 미세 조직 시퀀싱 환경에서 잘 작동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김상우 교수님 연구실 (중개유전체정보학연구실; TGIL, https://www.tgilab.org)에서 의사과학자 (신경외과 전문의) 및 전문연구요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Bioinformatics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dry lab이며, 2014년부터 다양한 생명정보학적 알고리즘 개발?질병연관 유전체 연구?멀티오믹스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김상우 교수님께서는 Computer science와 Biology를 복수전공하신 분으로, 국내에는 흔치 않은 계산과학 기반의 생물정보학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Microarray 시절부터 유전체학 연구를 시작하셨고, 2010년대 NGS의 본격적인 도입과 함께 연구 범위를 넓혀가고 계십니다. Virmid, SoloDel, Vacuum, BAMixChecker, RePlow 등 수많은 NGS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을 개발하셨고, 현재도 저 뿐만 아니라 여러 학생들이 DNA, RNA 데이터를 이용한 생명정보학 tool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선천성 유전질환, 희귀질환, 암, 뇌신경계 질환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세브란스병원 임상의료진과 협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양질의 Human NGS data를 구할 수 있는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환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수한 대학원생이 많이 지원하고 있으며, 융합형 의사과학자 프로그램으로 진입한 전문의 선후배들도 많이 계십니다. 우수한 설비환경과 재원, 연구 주제, 좋은 연구실 분위기까지 많은 부분에서 자랑할만한 연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전공의 시절에도 논문을 여러 번 써 봤지만 기초과학영역의 연구는 처음이었기에 모든 것이 어색하고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또 그만큼 많이 배우고 성장했던 것 같습니다. 하나의 프로젝트 안에서 정말 많은 지식을 점검하고 배우고, 또 적용할 수 있었습니다. 클론성, 정상조직의 발달과정, 성체줄기세포, 확률모델, 클러스터링, Illustrator, Tool 제작 및 배포 등, 논문 작성에 필요한 모든 지식과 기술을 하나하나씩 배우는 과정이 힘들고 막막했지만, 이제는 스스로의 힘으로 습득하고 공부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이를 통해 연구가 무엇인지, 또 연구자로서 지녀야 할 덕목과 가치가 무엇인지를 잘 배우게 되었습니다. 공동 제1저자로 계속 토론하고 연구에 큰 도움을 준 강승석 박사과정 학생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덕분에 같이 성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앞으로 연구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제는 지혜롭게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연구 결과도 뿌듯하고 만족스럽지만 연구자로서의 올바른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단 것에 대해 큰 보람을 느낍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도움을 드린다기에는 조금 어색하지만, 이 자리를 빌어 제게 큰 도움이 되었던 교수님의 말씀을 인용해볼까 합니다. 생물정보학은 생물학, 컴퓨터과학, 수리과학, 의학지식이 맞물려 만들어내는 융합 과학이기에, 여러 분야에서 골고루 지식을 쌓고 열정적으로 배워나간다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여러 학문이 만들어내는 매혹적인 종합예술임과 동시에, 자칫하면 모든 토끼를 놓칠 수 있는 분야인 것이지요. 저도 처음 연구실에 들어왔을 때 뭐부터 해야 할지 몰라 매우 낙담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신경외과에서는 열심히 트레이닝 받았고 나름의 자부심이 있었는데, 막상 연구실에 오니 코딩도, 네트워크 컴퓨팅도, 생물학도 모르는 준비 안 된 신입생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너무 막막했습니다. 심지어 저희 분야는 그림도 예쁘게 그려야 해서 Illustrator도 할 줄 알아야 하더라구요. 다행히 도와주시는 여러 동료와 교수님들 (그리고 2023년부터는 ChatGPT도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덕분에 자리잡게 되어 이렇게 논문도 출간할 수 있었습니다.
이 분야를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각 분야에서 조금씩이라도 준비를 갖춰나가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물론 완벽히 준비된 신입생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준비된 조금의 기술이 생명정보학 연구자로 시작하는 데에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첫 한 발을 쉽게 내디딘다면 그 다음 발은 더욱 가볍고 경쾌할 테니까요.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사실 본업이 신경외과 의사여서 다른 연구자분들과 조금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우선 내년 3월부터는 임상으로 돌아가서 Clinical Fellow가 되어 열심히 수술을 배울 예정입니다. 질환의 특성상 수술이 환자의 예후에 끼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입니다. 이후에 연구를 같이 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여러 신경외과 질환에 대한 유전체학적 연구를 지속하고 싶습니다. 직접 수술하고 환자를 보게 되면 더 많은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까요?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우선 연구란 무엇인지, 과학적 사고와 글쓰기는 무엇인지 알려주신 김상우 지도교수님과 우수한 프로그램을 지원해주시는 학교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하지만 이제 비로소 첫 발을 뗀 것일 뿐이고, 앞으로 겸손하고 진지한 자세로 나아가야 할 게 많다는 것을 잘 압니다. 좁은 시야에 갇히지 않도록 다른 우수한 연구자들의 내용과 경험을 항상 본받고 조금씩 나아가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지지해주시고 도와주신 여러 교수님들, 가족, 아내와 친구들에게도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생명정보학
# 클론성
# 클러스터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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