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초파리 애벌레는 서로 다른 기원을 통해 만들어지는 2종류의 혈구세포를 가지고 있습니다. 머리 중배엽에서 시작되어 배아/애벌레 조혈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순환혈구세포와 심장 중배엽에서 시작되어 림프 조혈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조혈모세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중 순환혈구세포는 크게 3가지 타입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식균작용(Phagocytosis)을 하는 플라스마토사이트(Plasmatocyte)와 흑색화작용(Melanization)을 하는 크리스탈세포(Crystal cell), 마지막으로 감염상황에서 분화되어 나오는 라멜로사이트(lamellocyte)가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3종류의 순환혈구세포들 중 크리스탈세포(Crystal cell)에 초점을 맞춰 진행했습니다. 크리스탈세포(Crystal cell)는 세포 내부에 결정구조가 보이면서 붙여진 이름이며, 프로페놀산화효소(Prophenoloxidase)계열의 단백질들이 주로 결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초파리 애벌레가 감염상황이나 부상을 입었을 때 크리스탈세포가 활성화 되면서 JNK pathway, small GTPase, TNF homolog Eiger를 통해 세포가 파열되고 프로페놀산화효소가 페놀기질을 산화시키면서 멜라닌을 만들게 됩니다. 지금까지 크리스탈세포 대부분의 연구는 이러한 흑색화작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연구실은 기존에 저 산소상황에서 크리스탈세포의 분화가 조혈모기관에서 촉진된다는 연구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선행연구를 통해 순환하고 있는 크리스탈세포가 혹시 내부 산소 항상성을 조절하고 있지는 않을까 라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생물학 교과서에도 나와 있듯이 곤충의 혈구세포는 산소전달과는 무관하다고 알려져 있었으며, 곤충은 주로 외부에서 내부로 촘촘하게 뻗어있는 숨관(Trachea)을 통해 산소를 받는다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생물학 교과서에도 나올 정도로 깊히 자리 잡고 있던 기존 정설을 뒤엎는 연구였던 만큼 곤충의 혈구세포가 산소전달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다양한 방면에서 밝혀야만 했습니다. 특히, 산소 농도변화에 따른 세포 내,외 변화가 매우 빠르게 일어나는 것을 관찰했는데, 이러한 변화를 자세하게 관찰하기 위해 초파리 애벌레를 시간적으로 타이트하게 고정시키고 어쩔 수 없이 밤샘 실험을 많이 진행 했던 것 같습니다. 끝으로 저희는 초파리 애벌레의 크리스탈세포가 산소 항상성 조절에 관여한다는 것을 여러 방면에서 밝혔으며, 산소전달과 면역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혈구세포의 발견을 통해 곤충 호흡계의 진화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 할 수 있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양대학교 생명과학과는 1972년 생물학과로 출발하여 현재 20명의 전임교수님과 2분의 겸임교수님께서 약 100여명의 대학원생들과 함께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는 한양대학교 생명과학과 심지원교수님의 지도를 받아 이루어졌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창의도전연구기반지원사업과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한국보건사업진흥원의 지원으로 수행되었습니다. 올해 10년차로 접어든 저희 연구실(https://fly.hanyang.ac.kr/)은 현재 박사후연구원으로 잠깐 계셨던 교수님 한 분, 연구실에서 박사과정을 끝마치시고 나가계신 박사후 연구원 2명의 선배님을 포함한 총 5명의 박사후 연구원과 3명의 석박통합과정생, 2명의 석사생, 1명의 석사과정생, 2명의 학부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Inter-organ communication과 homeostasis에 초점을 맞춰 초파리 혈구세포를 정말 다양한 방면에서 열정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본 연구는 2017년부터 시작되어 약 7년의 긴 시간동안 진행되어왔던 연구입니다. 밤샘연구도 많았고 실패도 정말 많았으며, 새로운 연구결과로 인해 행복했던 적도 많지만 동시에 반복적이고 지루한 과정을 겪어야만 하는 순간이 오기도 했습니다. 이제 와서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desk reject 부터 시작해서 rebuttal, resubmission, revision등 정말 길고 힘든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모든 과정 끝에 Nature에서 찬사와 함께 minor revision을 받았던 그 순간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한번의 성공을 위해서는 여러 번의 실패가 필요했다는 점, 마지막 구슬을 꿰기 위해서는 반복적이고 지루할 수 있는 과정을 버텨야 한다는 점을 배운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 또한 박사를 마치고 해외 포스닥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준다는 것이 정말 조심스럽고 부족하지만, 이런 긴 여정에 필요 한 건 체력과 꾸준함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희일비 하지 않고, 조급해 하지 않으며, 현재 바라보고 있는 방향으로 천천히 꾸준하게 나아간다면 언젠가는 도달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의 박사과정동안의 연구는 초파리 혈구세포의 inter-organ communication을 통한 항상성 조절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해외 박사후연구원 과정을 통해 초파리와 함께 다른 모델도 사용하면서 혈구세포 외에 다른 organ to organ communication에 대한 공부를 더 해보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번 연구는 정말 긴 시간동안 이루어졌으며,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먼저, 항상 좋은 기회를 주시고 자유로운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과 함께 세심하고 열정적인 지도와, 연구 안팎으로 여러 조언을 해주시는 심지원교수님께 가장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단백질정제, 구조학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신 송지준 교수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매일을 함께하며 동고동락했던 현재는 연구실에 계시지 않은 선배님들 포함 현재 활발하게 연구중인 소중한 연구실 동료들에게도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중간중간 흔들리고 힘들 때 마다 옆에서 힘이 되어 준건 연구실 동료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이번 연구를 오랫동안 함께 진행한 은지와 대원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긴 시간동안 저를 한결같이 지지해 주시며 사랑으로 바라봐주신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서로 힘이 되어주고 있는 동생 윤석이, 매일 매순간 항상 옆에 있어주는 사랑스러운 와이프 수경이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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