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조직 투명화(Tissue Clearing)는 생물학적 이미징 분야에서 조직의 생체 분자 및 구조적 완전성을 유지하면서 투명하게 만드는 첨단 기술입니다. 이 기술의 주요 목표는 두꺼운 생체 조직(예: 쥐의 뇌 전체)을 투명하게 만들어 절삭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항체 염색 및 분자 이미징을 통해 3차원 정보를 얻는 것입니다. 특히, CLARITY [K. Chung et al., Nature 497, 332-337 (2013)]로 대표되는 고분자 기반 생체 조직-하이드로젤 복합화 기술(Tissue-Hydrogel Hybridization)은 조직의 물리적, 화학적 특성을 강화하여 멀티플렉스(multiplex) 이미징 등 다른 접근법보다 많은 이점을 제공합니다.
고분자 하이드로젤 기반 조직 투명화 기술의 발전은 신경과학, 암 연구, 발생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뇌 조직을 투명하게 하여 신경 회로를 매핑하고 뇌 세포의 공간적 구조를 연구할 수 있으며, 암 연구에서는 종양 미세 환경과 주변 조직과의 상호작용을 시각화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조직의 3차원 구조를 자세히 분석할 수 있게 하여 생물학적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크게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출처: Park et al., Science 384, 1188 (2024)
하지만, 인간의 뇌와 같은 초거대 장기 스케일 생체 조직은 쥐의 뇌에 비해 천 배 거대하며 약 120배 많은 신경 세포를 함유하고 있으므로, 기존의 기술들로는 적용할 수 없는 많은 한계점이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MIT 정광훈 교수님 주도 하에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인간 뇌의 멀티스케일 분자 이미징 및 표현형 분석 통합 플랫폼(Integrated platform for multiscale molecular imaging and phenotyping of the human brain)"을 개발하였습니다. 우리 팀은 지난 5년간 연구를 통해 (i) 초대형 조직을 반복 염색 및 다중 스케일 이미징 할 수 있도록 강화할 수 있는 탄성, 초흡수성 고분자 하이드로젤 신소재 (mELAST), (ii) 손상 없이 조직을 절단할 수 있는 기계적 장치(MEGAtome), 그리고 (iii) 여러 조직으로부터 얻어진 이미지를 단일 신경 섬유 수준으로 연결하여 3차원 인간 뇌 지도를 완성할 수 있는 컴퓨터 알고리즘(UNSLICE)을 개발하였습니다. 이러한 세 혁신적인 기술의 융합을 통해 세계 최초이자 최고의 인간 장기 가공, 이미징 및 분석 플랫폼을 완성하였습니다. 본 논문에서 이 플랫폼을 사용하여 추출한 알츠하이머 환자와 비환자의 뇌를 분석하여 인간 알츠하이머 질병에 대한 다중스케일 이미지와 분석 정보를 소개하였습니다.
이 플랫폼은 인간 뇌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체의 다양한 장기에 적용될 수 있는 범용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플랫폼이 인간과 동물의 장기를 대규모로 분석하여 종 간 유사성, 인구 변이성, 질병 특유의 특징을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이며, 질병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 연구는 제가 박사후과정을 수행한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화학공학과 정광훈 교수님 연구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https://www.chunglab.org/). 정광훈 교수님 연구실은 대규모 복잡한 생물학적 시스템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화학공학, 재료공학, 컴퓨터공학 기반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생체 조직을 가공, 염색, 이미징 및 분석하는 데 전념하는 다학제 연구팀입니다. 구체적으로, 다중 규모의 기능적 네트워크를 식별하고 시스템 전반에 걸친 다중 요인 상호작용을 조사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쥐나 원숭이 등 동물 모델뿐만 아니라, 이 논문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인간 뇌 반구 전체의 임상 샘플을 사용하여 뇌 기능과 기능 장애를 연구하는 데 적용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지난 시간 동안 연구를 수행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 중 하나는, 세상을 바꾸는 큰 연구는 단일 학문 분야나 한 명의 연구자가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시계 안의 정밀한 톱니바퀴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유기적으로 서로의 강점을 파악하고 필요를 귀담아듣고 협력해야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았습니다. 본 논문을 예로 들자면, 우리 인간 뇌 플랫폼 연구팀의 성공은 재료공학자인 저와 다른 공동 1저자인 기계공학자 Ji Wang 박사님과 화학공학자 Webster Guan 박사님의 긴밀한 협력 덕분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현미경 전문가인 Nicholas Evans와 Jeff Stirman, 컴퓨터과학 전문가인 김민영 박사님, Lee Kamentsky, Laura Brattain 교수님, Lars Gjesteby, 생물화학 전문가인 최서우 박사님, 윤대희 박사님, Yuxuan Tian 박사님, 데이터과학 전문가인 Satrajit Ghosh 박사님, 뇌과학 전문가인 Matthew Frosch 교수님 등 총 29명의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이 협력한 '어벤져스 팀'이었습니다. 실무책임자로서 5년간 팀을 이끌며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고, 각기 다른 분야 사람들의 생각을 융합하는 것의 어려움과 즐거움, 그리고 그 강력한 파급효과에 대하여 알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연구 초기에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여 다양한 기술과 사람의 지식을 융합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연구가 잘 마무리되고 논문이 성공적으로 게재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제 오랜 꿈이었던 교수직을 얻게 되어 더욱 큰 자부심과 보람을 느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조직 가공 분야는 화학공학과 재료공학의 기초 지식을 활용하여 생체 조직을 더 효율적으로 가공하고, 새로운 생명과학 연구를 가능하게 하는 융합 학문 분야입니다. 이 분야에 뛰어드는 데 모든 것을 망라하는 완벽한 사전 지식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처음부터 끈기 있게 배우려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합니다. 저는 박사과정 때에는 생명공학관련 연구를 전혀 해보지 않았습니다. 처음 MIT에 갔을 때에도 파이펫을 잡아본 적도 없었고, 가장 흔히 사용되는 완충액인 PBS가 무엇인지, 뇌가 어떤 구조인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저만의 전문성인 고분자 공학 기반의 기술을 개발함과 동시에 다른 박사후연구원들, 대학원생들, 심지어 학부생 인턴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배우면서 분야를 파악해 나갔고, 그 결과 연구실의 플래그십 과제의 리더 역할을 수행하며 Science 논문의 리드 저자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분야를 떠나서 본인이 경력이든 논문이든 원하는 것을 얻고 싶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 수없이 많은 인생의 선배들께서 하신 말씀과 같이, 포기하고 싶을 때 한 번 더 도전하고 견디는 것입니다. 저는 이제 막 시작하는 조교수에 불과하지만,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면 지속해서 단련해온 신체적, 정신적 체력과 목표에 대한 무조건적인 열망이 저의 목표를 이루게 해준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구 과정 중 가끔씩 들었던 “이정도 해봤으면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마음 속 부정적인 의심을 극복하지 못했다면, 이러한 순간들을 맞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 모든 경험들이 저에게 큰 자부심과 보람을 안겨주었고, 앞으로의 성공에 대해서도 긍정의 힘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하는 자세를 유지하며 분명 성과를 이룰 것이라 믿고 포기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올해 MIT를 떠나 2024년 3월부터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재료공학부에 조교수로 임용되어 새로운 경력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간의 박사과정 및 박사후과정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저만의 연구실(고분자 신소재 연구실: APML, Advanced Polymeric Materials Laboratory)을 운영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 논문에서 수행한 고분자 하이드로젤 기반의 생명공학기술 연구뿐만 아니라, 박사과정에서 진행했던 생체 모방 패턴 가공, 다공성 발포체 고분자 성형, 고분자 메타물질, 친환경 고분자, 고분자 복합재료 등 다양한 고분자공학 분야에 대한 연구를 수행할 계획입니다. 또한, 이러한 연구를 통해 관련 분야의 최고의 전문가들을 양성하는 데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저의 목표는 생명공학을 비롯한 분야에서 고분자 소재의 혁신을 주도하고, 이를 통해 첨단기술 발전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앞으로의 연구 활동을 통해 다양한 도전과 기회를 맞이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연구실을 만들어 나가고자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지난 5년간 저를 믿고 연구를 맡겨 주시며, 연구지도뿐만 아니라 교수로서의 트레이닝과 많은 조언을 아낌없이 주신 정광훈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교수님 덕분에 이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연구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되었고, 세계 최고의 연구기관에서 연구 경험을 쌓으며 미국에서의 삶을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함께 연구를 수행한 28명의 공저자 모두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협력과 헌신 덕분에 큰 성과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미국에서의 타향 생활이 힘들 때 큰 힘이 되어 준 연구실 동료와 친구들, 가족들에게도 고맙습니다. 특히 이 연구를 수행하는 동안 보스턴에서 만난 제 아내와 아들에게도 큰 힘이 되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고분자
# 재료공학
# 생명공학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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