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통증과 쾌락은 원초적인 의사결정부터 기쁨, 슬픔, 두려움, 행복 등 다양한 감정의 주요 근간이 되며, 쾌락자극의 진통 효과와 만성 통증 환자들의 우울증(depression) 및 무기력증(anhedonia) 등의 현상에서 관찰되듯이 서로에게 영향을 줍니다. 이러한 기전에 대하여 통증과 쾌락을 공통적으로 처리하는 뇌 시스템이 존재할 것이라는 가설이 제시된 바 있지만, 현재까지도 그 구체적인 뇌 기전에 대해서는 밝혀진 것이 별로 없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뇌 시스템을 밝혀내고 통증과 쾌락 정보가 어떻게 통합 및 처리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진행됐으며,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얻은 뇌 활동 패턴을 기반으로 통증과 쾌락의 유쾌함 혹은 불쾌함(감정의 부호, affective valence)과 유쾌, 불쾌 여부와 상관없는 감정의 세기(감정의 강도, affective intensity)라는 두 정보를 통해 서로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재밌는 것은 이 감정의 부호와 강도 정보가 통증과 쾌락에 모두 반응하는 뇌 영역들의 서로 다른 활동 패턴으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통증과 쾌락의 감정 정보를 읽어내는 데 여러 뇌 영역에 걸친 활성화 패턴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나타내며, 감정의 부호와 강도를 처리하는 데에는 서로 다른 소영역들이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새롭게 알아냈다는 점에서 향후 관련 연구에 있어 중요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처음 실험 환경을 구축할 때였는데요. 당시 참가자들에게 정해진 타이밍에 캡사이신, 핫초코 용액을 전달할 수 있는 실험 장비를 만든다고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가 감사하게도 서울대 최명환 교수님께서 도움을 주셔서 MR실 안에서 사용 가능하고 컴퓨터로 조종할 수 있는 기기를 마련하여 실험 셋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 덕에 거의 170명 가까이 되는 참가자들을 모집해서 실험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 연구는 성균관대학교 바이오메디컬공학과와 뇌과학이미징연구단 (https://centers.ibs.re.kr/html/cnir_en/)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이 중에서도 연구단 부단장님이시자 계산인지정서신경과학 연구실 (https://cocoanlab.github.io/)의 PI이신 우충완 교수님의 지도를 받고 있고, 저희 연구실에서는 인간의 통증과 감정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서 저희 연구실 사람들 몇 분이 소개해주신 것처럼 2대의 human MRI, 2대의 animal MRI, 세포 실험실, 고성능 컴퓨팅 시설 등이 갖춰져 있어 실험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이 매우 용이합니다. 또 다양한 분야의 연구실이 함께 모여있어 연구실 내 교류뿐 아니라 타 연구실과의 교류도 활발한 편이고,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입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연구를 하면서 크게 느꼈던 것 중에 하나는 좋은 연구는 결코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정말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기여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유지하는 데 수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고, 연구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피드백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논문을 내면서 이 연구를 할 수 있게 도와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한 가지는 연구에 대해 지속적인 애정을 갖고 스스로를 잘 돌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연구가 오래 걸리다 보면 지치고 불안할 때가 생기지만, 연구적인 부분에서 전보다 더 발전했다는 느낌이 들 때, 막막함 속에서도 긍정적인 점을 찾을 때,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은 삶이다’ 라며 보람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도 여전히 노력하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기초과학 분야의 특성 상 원론적인 디스커션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생물학, 의학, 심리학, 통계학과 더불어 물리학, 딥러닝, 네트워크 과학 등의 여러 분야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요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영어는 잘하면 잘할수록 좋고, 학습 능력 뿐 아니라 사람들과의 소통, 학술적인 글쓰기, 자기관리 등의 능력도 중요하고요. 이런 것들을 두루 잘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자기가 어떤 일을 잘하고 좋아하는지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분명 좋아하는 일을 찾고 끝까지 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본 연구에서 발견한 것들을 토대로, 보다 다양한 맥락에서 통증과 쾌락을 경험할 때 사람들의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비교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통증과 쾌락이 서로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더 잘 이해해서 궁극적으로는 만성 통증 환자들이 겪는 우울증과 무기력증 등에 대한 뇌 기전을 더 잘 이해하고 더 좋은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를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 연구를 처음 기획하고 논문을 내기까지 정말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는데요, 힘든 과정 속에서도 어떻게든 즐거움을 찾아내고 의미를 만들어가다 보면 결국엔 그 모든 과정들이 보상으로 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이 논문을 위해 아낌없는 지도와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신 우충완 교수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논문이 나올 수 있게 도와주신 공저자분들, 즐겁게 연구실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연구실 멤버들에게도 감사합니다. 또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항상 응원해주고 지원해주는 가족들과 남자친구에게도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한빛사에도 감사의 말씀 전해드립니다.
#fMRI
#pain and pleasure
#affective neuro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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