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본 논문은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African swine fever virus; ASFV) 감염 초기 단계에서 바이러스의 돼지 생체 내 장기 조직으로의 확산 경향을 규명하고, 이에 기반한 숙주(돼지)측 유전전사체(transcriptome) 발현 양상을 분석한 연구입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돼지에서 높은 폐사율을 보이는 국가재난형 악성 가축전염병으로 국내에서는 2019년 9월 최초 발생 이후 지속적으로 발생하여 큰 피해를 입히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효과적인 상용화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이 되지 않았으며, 이에 ASFV를 제어할 수 있는 다양한 연구(백신 개발, 치료제 개발, 저항성품종 개발 등)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본 연구팀은 국제기구인 국제축산연구소(International Livestock Research Institute; ILRI)와 ‘ASF 감염 돼지의 유전자 발현 양상 조사 연구’를 처음 시작하였으며, 이 후 현재까지 5년간 총 3건의 국제협력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본 논문에서 보여지는 결과는 5년간의 연구결과의 집약체라 할 수 있으며, 실험 결과를 얻은 후부터 논문이 게재되기까지 3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사이에 본 연구팀은 ASF에 관련된 다양한 논문을 발표하고, 특허 출원 및 등록을 수행하였습니다.
본 연구팀은 ASFV 감염 병리기전 규명을 위해 감염 초기 단계에서 나타나는 유전자 발현과 생체 장기 조직으로의 바이러스 전파 양상 변화를 살펴보는 대규모 동물 실험을 수행하였습니다.
Viremia 발생 이후 ASFV는 돼지 생체 내에서 비장, 간, 폐, 림프절 순서로 전파되는 양상을 보였으며, 각 장기에서 S100A8과 같은 염증 및 면역관련 유전자가 공통적으로 높게 발현되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KEGG pathway 분석 결과 ASFV 감염 돼지의 각 장기 조직에서는 PI3K-Akt signalling pathway 관련 유전자들이 감염 1일차와 3일차 모두에서 높게 발현되는 것으로 관찰되었습니다. 재밌는 점은 이전의 다른 연구팀들의 in vitro 실험 결과에서는 감염 초기에 NF-kB signalling pathway관련 유전자들이 높게 발현되어 ASFV 감염의 핵심 경로로 추정하였지만, 본 in vivo 실험 결과에서는 감염 3일차에만 이 신호 전달 경로 관련 유전자들이 높게 발현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본 연구 결과 및 유전전사체 데이터는 ASFV의 병리기전과 생체의 면역회피 기전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며, 이를 활용하여 백신 개발 및 감염 저항성 품종 개발 등의 실질적 ASFV 해결 방안을 마련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본 연구는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과 국제기구인 ILRI 간의 국제협력과제로 수행되었으며,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 베트남 수의과학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Veterinary Research; NIVR) 및 충남대학교가 참여하였습니다. 저의 이전 소속기관인 국립축산과학원은 동물유전자원의 다양성 확보, 고부가가치 축산물 개발, 축산물 안전생산기술 개발, 축산기술보급을 수행하는 정부기관입니다. 현재는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에 교수로 임용되어 관련 연구를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 병리학교실은 다양한 질병의 병리기전 규명 연구, 독성병리, 병리진단, 질병 예방 기술 개발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야에 관심이 있거나 연구에 흥미가 있으신 분들은 언제든 환영합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국제기구 등의 해외 연구기관과 협력연구를 수행하면서 공동연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본 연구는 수의학의 기반을 두고 유전체학적 분석을 수행한 결과로, 수의병리학, 수의바이러스학, 수의역학, 동물유전체학을 전공한 국내외 전문가들 간의 긴밀한 협업의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동물 및 사람의 질병 연구에 있어서, 병리학 기반의 병리기전(pathogenesis)을 규명하는 일은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파트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질병과는 달리 동물의 질병은 아직까지 병리기전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기후변화 및 세계화로 인해 ASF나 럼피스킨과 같은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해외 악성질병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첫 걸음은 병리기전을 밝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분자생물학적/유전학적 분석법이 개발되어 활용되고 있는 요즘은, 이러한 연구를 심도 깊게 수행하기 위해 공동연구가 특히 강조되고 있습니다. 저는 좋은 공동연구 및 협업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한가지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연구자 본인 만의 뿌리 깊은 연구기반이라고 사료되며, 이러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 끊임없는 노력과 공부가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동물의 질병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지만, 소개된 본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논문과 관련하여서는 두 개의 후속 연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첫번째로는 국제협력을 통한 ‘국외 ASFV 변이주 특성 분석 및 병리기전 연구’이며, 두번째는 유전자편집(CRISPR/Cas9) 기술을 활용한 ‘동물질병 감염저항 품종 개발을 위한 편집용 핵심 유전자 발굴 연구’입니다. 본 연구들을 통해 ASF로 인한 국가적 경제 피해 저감 및 백신 개발, 저항성품종 개발 등의 실질적인 문제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과학의 진보는 협력과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이루어지는 기나긴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각자의 크고 작은 연구 결과가 그 기나긴 여정에 기여하고 있으며, 저희 팀의 이번 연구 결과도 수의과학 발전에 한 걸음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한걸음에 도움을 주신 공동연구자분들을 포함한 국내외 모든 분들께 지면을 통해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 병리기전 규명
# 유전전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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